2015. 9. 7. 08:33ㆍC.E.O 경영 자료
중 ‘자주 통일’ 강조, 한국과 시각차…주한미군도 ‘민감 사안’
‘통일 외교’ 가능성 있나
◆ 박 대통령, 이례적 공개 언급
◆ 북 압박 ‘지렛대’로 활용 뜻
◆ 미·일·러 지지도 확보해야
◆ 일각선 “조용한 논의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참석 후 ‘통일 외교’를 거론하면서 그 실체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귀국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중국과 통일 문제를 조속히 논의할 것”이라고 중국을 콕 찍어 통일 외교를 강조한 것이 촉발점이다. 중국이 통일은 남북 간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것을 감안하면 한·중 간 통일 논의를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한·중 정상회담 후속 논의로 북한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 통일 논의를 발전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일본·러시아 등을 상대로 통일 외교를 펼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잡한 북한 정세 등을 감안한 ‘통일 대비’ 논의를 하겠다는 것인지, 북한에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통일의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것인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9·2 한·중 정상회담 후 중국 측 입장 발표나 설명에서도 그 부분은 ‘공백’이다.
■ 통일 외교는 왜 꺼냈나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핵 문제나 이런 것을 다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확실한 가장 빠른 방법도 평화 통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통일이 북핵 등 남북 문제의 실질적 해결책이며, 동북아 평화·안정 및 경제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통일 대박’론을 재점화한 것이다.
청와대는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통일 논의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통일 외교가 가능해졌다고 본다.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의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중국을 북한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음을 부각시켜, 현재 한·중 밀월관계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미국에 알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북한 붕괴를 포함한 급변 사태가 머지않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여하튼 통일 외교는 실무 차원, 정상 차원 두 갈래로 진행될 것 같다. 중국을 상대로 한 실무 논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 2+2(양측 외교부 국장급 인사와 국방부 부국장급 인사 참여) 외교안보대화, 국책연구기관 합동전략대화, 정당 간 정책대화 등 기존 4개 대화채널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별개로 박 대통령은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의, 각종 다자회의에서 주요국을 상대로 통일 외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통일에 대한 한·중의 인식 차이
하지만 통일 외교는 시작부터 덜컹거릴 수 있다. 우선 한·중 간에는 여전히 통일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중국 측은 정상회담 관련 발표문에서 통일 문제에 대해 “중국은 남북이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지속하고 화해 협력을 추진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자주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통일을 가까운 장래의 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지속적 남북 대화와 협력의 결과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한국 정부 발표에 없는 ‘자주 평화 통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외세 개입 없이’ 남북이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그렇게 얘기가 된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남북이 주체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또 통일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의 지지도 필요하다. 특히 중국에는 ‘통일된 한국’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핵심적 사안이어서 미국 참여가 없는 중국과 통일 논의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 같은 논의는 물밑에서 조용히 이뤄져야 한다. ‘통일 외교’ 구호를 내걸고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 이용욱·유신모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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