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7. 00:43ㆍC.E.O 경영 자료
북한 뺀 채 중국과 ‘통일 논의’ 남북관계 불안 키운다
[한겨레] [뉴스 분석] 박 대통령 ‘통일 외교’ 논란
‘급변 사태’ 가능성 고려한 듯
북한 반발로 통일 논의 더 꼬일 수도
미국·중국 등 주변국 호응도 미지수
전문가들 “실효성 의문”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외교’ 발언이 다시금 한국 외교의 좌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중국 열병식 참석을 통해 강대국 사이 신 균형 외교의 가능성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직후, 한국 외교의 직접적 목표점으로 ‘통일’을 제시하는 등 외교적 균형감에 이상 징후를 드러냈다.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한 과도한 기대 탓에 냉정한 좌표 인식에 실패함으로써, 한국 외교의 ‘표류’ 가능성과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을 함께 높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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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방중 뒤 귀환길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문제 등을 다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확실한 가장 빠른 방법은 평화통일”이라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안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외교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변국, 더 나아가서 세계도 암묵적으로 이건 좋은 일이다라고 해서 동의를 해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외교력을 발휘해서 평화통일이 어떤 의미가 있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그런 것을 자꾸 설명해 나가면서 동의받는 노력을 잘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문제를 통일을 통해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과, 이를 위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조속한 시일 내에 통일 논의를 벌여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구상이 현실성을 결여해 공허한 것은 물론 위험하기까지 한 접근법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통일 논의 대상에서 북한을 뺀 주변국 외교만을 강조한 것을 두고는 뜬금없고 실효성도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화통일의 핵심은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를 통한 통일의 합의인데, 이를 위한 방법론이 생략된 ‘통일 외교’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6일 “통일을 위해 관련국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 당국 간의 직접 대화”라며 “남북한이 ‘낮은 단계의 연합’에 도달하기는커녕 여전히 적대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에 대해 과연 주변국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 외교는 남북간 협력이 심화돼서 통일이 임박했을 때, 통일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나라들을 하나씩 뜯어내는 것”이라며 “그렇게 순서를 잡아야지 남북 간 협의할 일을 왜 중국하고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중국 등이 이런 식의 통일 외교에 호응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조속한 통일’을 제기하자, ‘남북 간 장래 자주적, 평화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중국의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고위 외교 당국자는 “자주적이란 건 미국 빠지고 남북끼리 통일하라는 얘기인데, 지금 박 대통령이 중국과 통일 논의하겠다는 건 그럼 중국이 바라는 자주적 통일 협의를 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아리송하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미-중 관계나 한-미-일 간의 삼각공조 가능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고려 때문에 한국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중국이 통일 논의에 응해왔다’는 한국의 해석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안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생략된 ‘통일 외교’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북한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과 관련해 한 발언의 방점은 ‘조속한’이란 부분에 찍혀 있다”며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선 평화적, 점진적이란 말을 사용했는데, ‘조속한’이라고 한 것은 북한의 불안정성 등 다른 가능성을 반영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에 기반한 통일 외교의 제시는 “자칫 ‘흡수통일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북한의 반발을 불러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정세관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우려가 나온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남쪽의 진정성을 문제 삼아 어렵게 도달한 ‘8·25 남북 합의’를 무산시킬 수도 있는 위험 발언”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찾아온 남북대화, 쉽지 않았을 ‘열병식 참석’의 의미를 함께 살리려면 이제라도 한국 외교의 좌표를 신속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 급변사태’와 통일 대비론에 매달릴 게 아니라 남북 간 합의사항에 기초해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나가야 한다”며 “주변국 외교도 이를 위한 기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외교 당국자는 “‘통일 외교’는 국내 보수층에게 ‘통일 문제도 우리 뜻대로 중국과 논의하고 왔다, 그만큼 외교에서도 우리가 우위에 서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이라며 “통일과 외교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려는 생각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손원제 김지훈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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