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세, 요동치는 주택시장] 전세난 때문에…‘서울 엑소더스’

2015. 10. 11. 18:46부동산 정보 자료실

[미친 전세, 요동치는 주택시장] 전세난 때문에…‘서울 엑소더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 2013년 가을에 결혼한 표모(34) 씨는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빌라에 신혼집을 차렸다. 전세금 1억2000만원을 주고 들어갔다. 그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다음달 초에 경기도 의정부로 이사 간다. 집주인이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를 1억6000만원으로 올리든가 월세로 바꿔달라고 해와서다. 표 씨는 아내와 이야기 끝에 의정부에 있는 신축빌라를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표 씨는 “출퇴근길이 조금 더 고생스러워지겠지만 젊을 때 대출을 더 받는 것 보다 집을 줄여서 돈을 모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사실 다시 서울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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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의 ‘경기도 행(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 매물도 부족하고 기껏 나오는 매물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비교적 저렴한 집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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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은 비단 표 씨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 서울을 떠나 경기도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경기도로 주민등록을 옮긴 인구는 7만1299명이었다. 전입자수에서 전출자수를 뺀 순이동 인구가 이 정도다. 2년 전인 2013년 1~8월에는 이 숫자가 6만2397명으로, 2년 사이 14%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인구가 이동하는 원인을 전세난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주된 이유’는 된다고 설명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통계적으로 지역을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과 집값 때문인데,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가는 인구가 늘었다는 건 결국 집값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유출된 순이동자수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동구였다. 강동구에선 2013년 1~8월 사이 3704명이 경기도로 빠져나갔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1만67명이 이동했다. 무려 172%나 증가했다.

동대문구와 동작구는 나란히 95%씩 순이동자수가 늘어났다. 올해 8월까지 동대문구에선 2219명이, 동작구에선 3133명이 경기도로 빠져나갔다.

강동구는 재건축단지에서 이주수요가 발생하면서 지역 내 전셋값 상승과 인구 유출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선 올 상ㆍ하반기에 재건축 이주수요 5670가구가 발생할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출자 통계를 보면 강동구를 떠난 전출자의 40%는 하남과 남양주로 향했다.

동대문구와 동작구의 경우엔 2013년 9월~올 9월 사이 전셋값이 각각 14.86%, 13.23%(KB국민은행 통계)로 크게 올랐다. 전농ㆍ답십리뉴타운, 흑석뉴타운의 새 아파트 단지들이 전체적인 전세금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오를 대로 오른 전세금 아니면 다달이 내야하는 월세를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경기도로 이동하는 모습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whywh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