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 규제' 없애자] 이중삼중 낡은 규제로 신산업 가로막는 한국

2015. 11. 4. 17:51부동산 정보 자료실

['헛다리 규제' 없애자] 이중삼중 낡은 규제로 신산업 가로막는 한국

①실생활 속 낡은 규제 개혁부터

최종 기사입력 2015-11-02 18:40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낡은 규제들이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낡은 규제’ 사례로 ‘드론’(무인기)을 거론했다. 드론산업에서 일본과 중국이 ‘퀀텀점프’하는 사이 우리는 전파관리법과 항공법, 비행금지구역 규정에 얽매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일본은 10㎏ 이상 농약을 실을 수 있는 무인기가 전국에 3000대에 육박한다. 세계적인 음향기기 메이커 야마하는 이 분야의 세계적 선두기업으로 체질을 더했다. 중국의 DJI가 제작하는 드론은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오승환 경성대 영상정보학과 교수는 “민간부문 드론에서 일본과 중국에 5년 정도 뒤졌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통신기술에서 강점이 많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셰계적인 드론 강국이 될 수 있다”면서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낡은 규제와 법규를 혁파하고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인드”라고 말했다.

의료법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여전히 ‘종이 차트’ 시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1951년 ‘국민의료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돼 81차례에 걸쳐 개정됐지만 여전히 ‘정보화’와는 거리가 멀다. 전자의무기록(EMR) 등 병원과 환자 정보가 디지털화된 지 오래임에도 의료기관 사이에 정보를 체계화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을 적용하는 댓가는 가혹하다. 43억건, 4399만명분의 의료정보가 불법 거래되는가 하면, 환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메르스 의심자가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으로 메르스 감염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 6조~10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떨어뜨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다. 병원 정보 비공개는 우리 사회에 ‘불신’(不信)이라는 회복하기 어려운 악령을 드리웠다.

주세법에 규정된 100년이 넘은 ‘숫자’ 하나는 갓 피어나려는 수제맥주 시장을 이내 시들게 했다. 맥주에 매기는 주세율(출고가의 72%)이 그것이다. 1909년 첫 제정될 당시 적용된 100%에서 시장 규모와 유통구조, 술 소비행태에 거대한 변화가 있었음에도 106년이 지나도록 찔끔 내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100세 시대, 조기퇴직, 취업난으로 40~59대가 길거리고 내몰리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적용하는 세율을 퇴직 후 먹고 살길을 찾는 소자본 창업자에게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소득세제는 1975년 제정된 이후 한국경제가 WTO에 가입하고, OECD회원국이 되고 경제규모가 40년 사이에 530배(GDP기준) 가량 커졌음에도 거의 토씨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다. 40년 된 소득세 문제는 세원(稅源)이 40년 전과 거의 그대로여서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점이다.

 

동원세무법인 강대훈 대표 세무사는 “한국경제는 근대화에서 민주화, 산업화, 정보화시대를 압축해서 성장했다”면서 “개발연대에 일본 등지에서 급히 차용해서 만든 각종 법규와 규제들은 새로운 시대, 우리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IT에 힘입어 경제와 사회시스템이 ‘신경제’(고성장-저고용-저물가)를 지나 ‘뉴노멀’(저성장-저소비-고실업)로 급변함에도 낡은 헛다리 규제들은 지금도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소명을 다한 낡은 규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