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0. 19:17ㆍC.E.O 경영 자료
전 세계가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조차 기업체 감원과 은행의 신용 경색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불황이라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은 있게 마련이다. 또 불황에 취약한 업종이라도 소비 트렌드를 미리 읽고 이에 대처하는 기업은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경기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 좋은 기회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주)가 한 이 말을 입증해 보이는 업종이나 기업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화장품업체다. 화장품 매출은 일반적으로 경기와 반비례한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이 사그라질 때도 화장품 매출은 줄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립스틱 지수(lipstick index)’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기침체 동안 소비자들은 고가의 제품 대신 작고 저렴하면서도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제품을 소비한다는 것. ‘불황 때 미니스커트가 잘 팔린다’는 속설 못지않게 립스틱 지수도 잘 들어맞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2008년에만 해도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의 3분기 매출이 31% 늘었고, 미국 화장품업체인 울타와 에이본도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춘>의 분석이다. 특히 백화점의 매출은 감소하는 가운데 화장품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의료기기, HDTV 등 판매 늘어
의료기기 업종 역시 상대적으로 불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 코리아비즈니스센터 보고서는 미국 내 심장박동 조절장치와 심장소생기 시장은 2013년까지 33%가 확대돼 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환자들이 치과 임플란트 등 미용제품 소비는 줄이고 있지만 생명 연장과 관련된 수술이나 치료를 늦추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의료용 채혈침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모 업체 대표는 “멜라민 파동 이후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환경도 좋아져 2008년 4분기 수출액이 전년 대비 3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례가 늘면서 HDTV를 포함한 홈시어터 제품과 비디오게임기의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KOTRA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미국 금융위기 속 뜨는 상품’ 보고서를 통해 “HDTV의 경우 오는 2월 17일자로 시행되는 공중파 아날로그 송출 중단으로 판매에 큰 탄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디오게임기 시장 역시 불황은 남의 일이다. 소매업체의 비디오게임기 매출액은 2008년 상반기에만 166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 늘어났다.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비디오게임기 매출은 1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말 연휴 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판매량은 2007년 같은 기간보다 25%나 급증했고 닌텐도와 게임 전문 판매점 ‘게임스톱’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불황 속 호황 업종인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은 발 빠르다. 2008년 게임 해외 수출이 전년 대비 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매년 커지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게임산업진흥원은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2008년 990억 달러에서 2009년엔 약 1천165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온라인게임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 포춘>은 최근 불황 속 호황 업종으로 화장품, 비디오게임 이 외에도 쓰레기 처리업, 인스턴트식품, 할인점(99센트숍), 영리 추구 교육재단, 패스트푸드 등 7개 업종을 선정하기도 했다.
KOTRA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웰빙보다는 가격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 대체 상품을 개발하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 소매업 개척 승승장구
불황이 예외가 아닌 일본에서는 특히 저가 의류업종의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저가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경우 지난해 11월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났다. 의류 업종 매출이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상황에서 유니클로의 매출 증가는 특히 눈부시다. 유니클로는 일본 장기 불황의 한복판인 1994년에 탄생한 브랜드인 만큼 불황을 헤쳐 나가는 탁월한 선구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특히 유니클로는 일본 의류 유통업계에서 ‘제조 소매업’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업체로 언급된다. 일반적으로 의류 유통업체는 제조업체나 도매상에게서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지만 유니클로는 제조 단계에도 개입한다. 이 때문에 발 빠르게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고 제조원가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니클로는 2020년 경상이익 1조 엔(14조 9천5백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이 최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최대의 제빵업체인 야마자키제빵은 신상품 개발 및 가격 전략으로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의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초부터 수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야마자키제빵도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업체는 예를 들어 150엔짜리 빵을 170엔으로 올릴 때 150엔짜리 신제품을 동시에 내놓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러한 전략이 주효해 2008년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23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0대 미혼여성을 겨냥한 업종, 즉 일명 ‘아라포 시장’도 불황 속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KOTRA는 지난 연말 ‘일본, 불황 속 틈새시장 아라포’ 보고서를 통해 “불황이라는 일본에서도 40대 전후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화장품?의??업종은 오히려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아라포’는 ‘Around 40’를 일본식으로 줄여 읽은 것으로, 40살 전후의 미혼 직장여성을 의미한다. 카탈로그 통신판매 선두기업인 센슈카이가 아라포를 겨냥해 내놓은 제품들은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 일본 화장품업체 시세이도는 아라포를 대상으로 한 고급 브랜드 ‘리바이탈 그라나스’를 출시해 대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KOTRA는 “전반적인 소비활동이 줄어드는 가운데, 아라포처럼 구매력이 높은 특정 소비자군을 대상으로 한 상품은 불황을 비켜가고 있어 세분화된 니치마켓용 상품 개발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에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은 바 있다. 이때 각광을 받았던 업종은 한결같이 ‘가격파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다. 한양대 유태수 교수는 “유니클로 등 저가 의류 외에도 가격파괴 음식점, 가격파괴 서비스업, 리사이클링(재활용)숍 등이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깊어지면 소비자의 구매 행태도 변화하는 만큼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불황의 일본 중소기업
거품 붕괴 후 ‘잃어버린 10년’을 감내하며 경쟁력을 키워 2002년부터 회복국면을 누렸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 다시 고통의 시간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08년 전국 기업 도산 현황을 보면 부채 부담 1천만 엔 이상의 도산은 전년 대비 11.0% 늘어난 1만 5천646건으로 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테이코쿠데이터뱅크의 발표 내용을 봐도 지난해 1만 2천681개(전년 대비 15.7% 증가)의 일본 기업이 도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12월 도쿄, 오사카의 3백개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42.9%가 2011년 이후에나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부당한 단가 인하 압력 및 납기 단축 요구 등을 받고 있으며, 경기 회복에 최소 일 년이 걸릴 것으로 각오하고 있었다.(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2월 전국 5백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0년 중에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응답이 40.1%로 가장 많았다.)
이런 경기침체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소기업이 자신의 과제나 약점을 찾아내 개선의 좋은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오사카부 카이즈카(貝塚) 시에서 바이트 등 공작기계용 공구를 생산하고 있는 산와(三和)제작소는 생산라인 분업화로 납기 단축과 원가 절감에 성공한 사례다. 공정을 주조, 열처리, 연마 등으로 분업화하고 라인 배치를 변경하는 한편 재고를 개별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종전에는 공정별 작업시간이 달라 공정간 재고가 자주 쌓였으나 라인을 바꾸면서 약 33%(7천만 엔)의 재고 비용이 절감됐다.
이시카와현 가나자와(金澤)시에 위치한 도장공사업체 에스에스는 건설 시장이 침체되자 신규 공사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내장 공사의 복원 및 보수 쪽으로 바꾸고 있다. 10년 전 미국에서 도입했던 건물의 나뭇결, 대리석 모양 등을 복원시키는 기술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여관, 호텔 등의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여행객 감소로 대형 투자를 할 여유는 없으나 시설을 깨끗이 유지하고 싶은 이들 업소의 수요를 공략한 것이다.
사이타마시에 위치한 베어링 생산업체인 포라이토는 지난해 가을, 호황기에 소홀했던 거래 기업들을 초청해 공장을 견학시켰다. 이 회사는 휴대전화의 진동모터용 베어링 세계 1위 업체지만 일본 기업임을 모르는 거래처가 있을 정도로 지명도가 낮았다. 주문 감소로 공장 운영에 여유가 생기자 고객을 초청해 경영전략을 평가받고 안정된 거래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도쿄 소재 특수장치 개발업체인 산신(三信)정기는 ‘불황은 사람을 교육시키는 좋은 기회’라는 신념 아래 거래처의 경영 후계자 육성 지원에 전력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신규 수주 획득 프로젝트에 두 명의 후계자를 참가시켜 중소기업 경영의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이런 지원이 결과적으로 자사의 사업 전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해 내년 이후에도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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