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南亞 테러리스트 6000명… "아세안 전체 공포 확산"

2016. 1. 16. 18:13이슈 뉴스스크랩

東南亞 테러리스트 6000명… "아세안 전체 공포 확산"

[아시아로 세력 뻗치는 IS - 김형원 특파원 자카르타 르포]

- 이번 테러총책, 33세 극단주의자

IS 근거지 락까 머물며 원격조종 "파리테러 영감, 게릴라戰 벌이자"

- 인도네시아, IS '새 기지' 되나

무슬림 많고 서방 관광객 몰려… 경제난으로 극단주의 파고들어

-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비상등'

싱가포르·태국 등으로 세력 확대… 불교국 스리랑카서도 활개 조짐

조선일보

김형원 특파원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을 휩쓴 IS(이슬람국가)의 동시 다발 테러로 민간인 2명이 희생되고 테러범 5명이 군경에 사살됐거나 자폭했다. 2002년 10월 발리 테러(202명 사망)나 2009년 자카르타 호텔 연쇄 테러(9명 사망)보다 피해 규모는 작지만 체감 공포 지수는 더 크다. IS가 중동 본거지에서의 군사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아시아로 세력을 뻗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테러 총책은 33세의 불법 총기 소유자

인도네시아 경찰은 자카르타 테러 총책으로 IS 산하 외국인 부대 '카티바 누산타라' 우두머리로 알려진 바룬 나임(33)을 지목하고 뒤를 쫓고 있다. 카티바 누산타라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출신 1000여명으로 구성돼있다. 경찰은 "테러범들이 IS 자금 지원을 받고 있으며, 바룬 나임이 조달을 담당했다"고 했다.

바룬 나임은 고향 자바에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던 중 2011년 총기 수천 점을 불법 보유하다 적발돼 3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지난해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가담했으며, 락까에 머물며 이번 테러를 원격 조종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직후 블로그에 "파리 테러는 많은 이를 죽였고, 시간과 목표물 설정 등이 매우 구체적이고 계획적이었다는 점에서 영감을 줬다. 적절한 타이밍에 인도네시아 열대 정글부터 도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게릴라전을 벌이자"고 적었다.

인도네시아, IS의 새 '거점' 되나

이번 자카르타 테러 전부터 동남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경고등이 켜졌다. 작년 11월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의 IS 캠프에서 훈련받은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나 사바주(州)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경찰 문건이 유출된 뒤 국경을 맞댄 인도네시아·싱가포르 정부까지 치안 태세를 강화했다. 영국 BBC는 시리아·이라크 지역에 합류한 IS 외국인 대원 중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출신이 최대 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중 IS가 이들을 고향으로 '역수출'해 테러를 기도하기 적합한 곳으로 꼽힌 곳이 인도네시아다. 인구(2억5000명)의 87%가 무슬림인 데다, 발리 등 세계적 휴양지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체(國體)는 세속주의이지만, 아체주 등 일부 지역에서 이슬람 관습법 '샤리아'가 강력히 시행될 정도로 근본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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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희생자 추모 - 14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수라바야에서 학생들이‘Pray for JKT(자카르타를 위해 기도한다)’라는 글귀 위에 촛불을 켜고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날 오전 테러집단 IS(이슬람국가)가 자카르타 도심에서 저지른 폭탄 테러로 민간인 2명이 희생됐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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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각한 경제난과 빈부 격차로 근본주의 무장 세력들의 절·교회·외국 대사관 습격 빈도가 잦아지면서 극단주의 세력의 침투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조직원이 5000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무장단체 '제마 이슬라미야'가 2002년 발리 테러 등 굵직한 테러들을 일으키며 '토양'을 다져놓은 것도 극단주의 세력의 침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경찰은 이번 테러에 제마 이슬라미야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테러 전문가인 시드니 존스는 "이번 테러는 인도네시아의 극단주의 단체들이 건재하며 IS의 지시를 수행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동남아 전체에 '테러 공포'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일원인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필리핀은 서남부에 근거지를 두고 민간인 납치·살해를 자행한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가 지난해 IS에 충성을 맹세하면서 테러 위험성이 높아졌다. 아시아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와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스 등은 "올해 IS가 동남아시아에 근거지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인도네시아·필리핀을 유력 후보지로 꼽았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최근 아부 사야프 대원들이 말레이시아 접경 지역에서 IS 깃발 아래 군사 훈련을 하는 영상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이면서 정치 혼란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말레이시아도 IS 타깃 중 하나로 꼽힌다.

테러 위기가 동남아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는 "동남아 이슬람 극단 세력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에서 싱가포르와 태국 등으로 세력을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태국·미얀마와 남아시아의 스리랑카 등 불교 국가에서는 소수인 이슬람교도가 세력을 넓히면서 불교도와 충돌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이 활개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김형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