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주가 체감물가 높였다? 한은이 밝힌 이유

2016. 1. 20. 19:53C.E.O 경영 자료

담배·소주가 체감물가 높였다? 한은이 밝힌 이유

[근원물가 구성 429개 분석결과 2012년 이후 '경기非민감품목' 물가영향 확대…경제상황과 물가상승률간 ‘괴리’ 발생]


명절 장바구니 체감물가는 매년 10~20% 오르는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 안팎이다. 이 격차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물가당국 한국은행은 이런 현상의 배경이 담배, 소주, 스마트폰 등 경기상황과 가격간 큰 연관성이 없는 ‘경기非민감품목’들의 물가영향이 확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20일 발표한 ‘물가지수 구성항목별 경기민감도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와 물가간 괴리현상은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품목들의 영향력이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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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한 전통시장에 시민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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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분석결과 원유,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구성품목 429개 가운데 경기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 비중은 229개(56%), 그렇지 않은 품목은 200개(44%)로 집계됐다.

경기민감품목 구성비중은 개인서비스 45%,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25%, 집세 약 20%로 집계됐고 경기비민감품목은 공업제품 약 40%, 공공요금 관련 품목 약 40%, 축산물 및 개인서비스 약 20%로 구성됐다.

품목별로 △쇠고기(수입) △빵·아이스크림 △수입승용차 △운동용품 △전·월세 △치과진료비 △비빔밥·짜장면 △단체여행비(해외) △학원비(중·고등학생) 등은 경기민감품목으로 △쇠고기(국산) △돼지고기 △설탕·생수 △스마트폰·TV △담배·연탄 △도로통행료·이동전화료 △소주(외식) △학교급식비 △주차료 등은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품목으로 분류됐다.

김웅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근원물가를 구성하는 429개 품목을 모두 개별적인 모형분석을 통해 경기 동행성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최근 경기와 물가간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경제성장률이 높아 고용이 늘면 물가상승률이 높고, 반대로 경기가 후퇴하면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전통 경제학 이론인 ‘필립스곡선’이 최근 물가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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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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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은이 거시변수를 이용해 실증분석한 결과 필립스곡선 기울기 계수는 2000년대 0.15 수준에서 최근 0.1 이하로 대폭 떨어졌다.

이는 과거와 달리 경기비민감품목의 물가 영향력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분석결과 2012년 이후 경기민감품목은 구성품목과 경기민감도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경기비민감품목들은 가격은 경기와 역행했다. GDP갭(잠재성장률-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이들 경기비민감품목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이다.

분석결과 경기비민감품목의 근원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여율은 2001~2011년 30%대에서 2015년 60% 수준으로 상승했다.

박성하 한은 물가동향팀 과장은 “경기비민감품목 중 공업제품들은 글로벌 경쟁심화 수입물가, 담배값 인상 등으로 경기흐름과 관계가 약화됐고 공공요금이나 축산물·개인서비스는 무상급식, 정부 미시적 물가대책, 한우 수급조절 등으로 2012년 이후 경기역행적 움직임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당분간 공공요금 등 경기비민감품목 영향으로 물가지표가 경제흐름과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유엄식 기자 us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