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 주력산업들 줄줄이 '마이너스'

2016. 2. 2. 18:47C.E.O 경영 자료

백약이 무효.. 주력산업들 줄줄이 '마이너스'

석유제품·자동차·철강.. 6년5개월 만에 최악 수출 부진

 

세계일보 | 입력 2016.02.01. 19:03 | 수정 2016.02.01. 22

‘수출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 불황과 저유가 등 대외적인 악재가 연초 한국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가 급락 등으로 석유제품 수출이 35% 이상 감소하는 등 1월 국내 주요 산업들이 일제히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내수시장 역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월 수출입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의 수출 감소가 뚜렷했다. 특히 유가 급락으로 주력산업인 석유제품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0억달러(35.6%)나 빠졌고, 석유화학도 6억달러(18.8%) 감소했다.

자동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수출액은 21.4% 줄어들었다. 이날 현대자동차는 1월 전 세계 시장에서 33만8035대를 판매, 전년 대비 12.5%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의 감소폭은 1.1%로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해외 판매는 14.3% 줄었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판매가 조금 늘었지만 해외판매는 역시 15.4% 감소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 -13.7% △철강 -19.9% △가전 -29.2% △선박 -32.3% △무선통신기기 -7.3% △평판디스플레이 -30.8% 등을 기록하는 등 수출부진의 여파는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외부 여건도 어느 하나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는 신흥국의 환율가치 하락으로 판로를 뚫기 쉽지 않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통신(IT) 업계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 속에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전자업체들은 글로벌 업체를 인수하고 단가를 낮추며 국내 기업을 거세게 위협하고 있다. 일부 업종은 고부가가치 상품인 프리미엄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분위기이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6년 1월 수출입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중국의 저비용 제품에 맞서기 위해 기업들은 아예 국내 생산은 줄이고 해외 생산을 늘리는 전략을 고민 중이다. 이 경우 역시 수출량은 계속 줄고 국내 경기는 더욱 나빠지는 문제가 있다.

수출 부진 속에 국내 소비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로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6월보다도 1포인트 낮아졌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아래면 경기를 좋지 않게 본다는 뜻이다. 정부의 올해 3%대 성장 목표가 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하반기로 가면 유가 하락폭 둔화 등으로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금융지원책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만큼 이란 등 신시장 개척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수산부 등 관계 부처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란 시장 진출 성과사업 점검회의’를 열고 3년 내에 대이란 수출 규모를 11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내놨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