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병원 오디세이'
2016. 3. 20. 20:01ㆍC.E.O 경영 자료
[Why] 2040년 '병원 오디세이'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입력 : 2016.03.19 03:00 | 수정 : 2016.03.20 08:27
[송태호의 의사도 사람] 인공지능 의사가 내 일자리를…
대기업·대학병원 손잡고 인공지능 진료소 세워
24시간 진료·연중무휴
진료비 저렴하고 진단은 인간 의사보다 정확
한때 의사였던 나는 진료 못한 지 10년이 넘어…
2040년 3월 현재, 의사였던 나는 진료를 못한 지 10년이 지났다. 평균 수명이 100세에 달하는 지금 현역에서 일하는 70~80대 인구는 많지만 70대 중반인 나는 60대 중반 이후 좀처럼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5년인가 컴퓨터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에서 이기고 '왓슨'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간의 암 진단과 항암 치료를 도우면서 인공지능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이와 함께 한때 전국 성적 1% 안에 들어가야 원서라도 내볼 수 있었던 의과대학의 몰락이 시작됐고, 인터넷 원격진료까지 실시되자 의사라는 직종은 빠르게 그 영향력을 잃었다. 재벌이 주인인 대학들은 발 빠르게 의과대학을 없애고 인공지능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의사는 인공지능에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하는 연구 분야에만 조금 남아 있을 뿐 환자 진료는 인공지능의 몫이 되었다.
의사 면허라는 것이 유명무실해지자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과 연계한 대학이 속속 인공지능을 내세워 각 지역에 진료소를 개원했다. 인공지능 의사는 24시간 진료에 연중무휴였고 진료비마저 저렴했으며 진단은 의사보다 정확했다. 인공지능 진료소가 빠르게 확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런 진료소의 적(敵)은 또 다른 인공지능 진료소일 뿐이었다. 대학병원은 붕괴 직전에 놓이고 대규모 실업자를 만들어 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환자는 점점 줄어들고 결국 병원 문을 닫은 것이 10여 년 전이다. 정부는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이 시스템을 환영했고, 마침내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만으로도 무인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 대신 전 국민은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집 근처 무인진료소에 가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그렇지 않거나 인공지능의 진료 결과를 따르지 않으면 건강보험에서 아예 제외됐다.
오늘은 내가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다. 예약된 시각보다 약간 일찍 진료소에 들어서자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R2D2처럼 생긴 로봇이 응대한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손가락을 기계에 넣어 피를 조금 뽑고 키와 몸무게, 혈압을 측정했다. 옛날처럼 혈관에서 몇 ㏄씩 피를 뽑는 일은 없다. 한 평 남짓한 무인진료실은 모텔 방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옛날처럼 의사를 선택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모든 인공지능의 데이터베이스가 똑같기 때문이다. 3번 진료실을 배정받아 들어서자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의사가 미소를 띠며 맞았다. 이 의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고혈압이라고 선언했다. 혈압 141/89㎜Hg가 나왔다는 것이다. 1년 전보다 혈압이 높아졌다고 한다(고혈압 진단 기준은 140/90㎜Hg 이상이다). 로봇 의사는 고혈압 관련 주의사항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며 약을 처방해 주고 한 달마다 병원에 오라고 지시했다. 진료실을 나서기까지 딱 1분 걸렸다. 내 개인적인 상황은 기계의 안중에도 없는 꼴이다. 암 진단을 받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약을 처방받아 먹지 않으면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니 먹을 수밖에 없다. 내가 의사이던 시절,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내 말을 무시하고 약 먹기를 거부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진료실을 나서는데 옆방 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X―레이 검사 결과 관절변형이 심하다며 수술을 하라는 판정을 로봇으로부터 받은 환자가 "아직 멀쩡한데 무슨 수술이냐"고 따지고 있었다. 수술을 거부하면 건강보험에서 제외되기에 인간 환자가 기계 의사에게 수술을 미뤄 달라고 사정하는 중이었다. 24년 전 내가 신문에 썼던 칼럼 제목은 '의사도 사람'이었다. 이제 의사는 기계일 뿐이다.
의사 면허라는 것이 유명무실해지자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과 연계한 대학이 속속 인공지능을 내세워 각 지역에 진료소를 개원했다. 인공지능 의사는 24시간 진료에 연중무휴였고 진료비마저 저렴했으며 진단은 의사보다 정확했다. 인공지능 진료소가 빠르게 확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런 진료소의 적(敵)은 또 다른 인공지능 진료소일 뿐이었다. 대학병원은 붕괴 직전에 놓이고 대규모 실업자를 만들어 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환자는 점점 줄어들고 결국 병원 문을 닫은 것이 10여 년 전이다. 정부는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이 시스템을 환영했고, 마침내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만으로도 무인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 대신 전 국민은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집 근처 무인진료소에 가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그렇지 않거나 인공지능의 진료 결과를 따르지 않으면 건강보험에서 아예 제외됐다.
오늘은 내가 정기검진을 받는 날이다. 예약된 시각보다 약간 일찍 진료소에 들어서자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R2D2처럼 생긴 로봇이 응대한다.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손가락을 기계에 넣어 피를 조금 뽑고 키와 몸무게, 혈압을 측정했다. 옛날처럼 혈관에서 몇 ㏄씩 피를 뽑는 일은 없다. 한 평 남짓한 무인진료실은 모텔 방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옛날처럼 의사를 선택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모든 인공지능의 데이터베이스가 똑같기 때문이다. 3번 진료실을 배정받아 들어서자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의사가 미소를 띠며 맞았다. 이 의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고혈압이라고 선언했다. 혈압 141/89㎜Hg가 나왔다는 것이다. 1년 전보다 혈압이 높아졌다고 한다(고혈압 진단 기준은 140/90㎜Hg 이상이다). 로봇 의사는 고혈압 관련 주의사항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며 약을 처방해 주고 한 달마다 병원에 오라고 지시했다. 진료실을 나서기까지 딱 1분 걸렸다. 내 개인적인 상황은 기계의 안중에도 없는 꼴이다. 암 진단을 받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약을 처방받아 먹지 않으면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니 먹을 수밖에 없다. 내가 의사이던 시절,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내 말을 무시하고 약 먹기를 거부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진료실을 나서는데 옆방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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