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0. 20:13ㆍ지구촌 소식
고향집 500m 앞에 숨어있던 파리 테러범 생포, 테러 전모 밝혀질까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범은 고향집에서 불과 500m 거리에 숨어 있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 중 유일한 생존자로 추정되는 살라 압데슬람(26)이 18일(현지시간) 체포됐다. 당국은 그를 통해 파리 테러의 전모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조직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압데슬람은 가장 최근까지 IS 지도부와 연락했고 내부 상황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활동을 본격화한 ‘IS 유럽 지부’ 조직이 밝혀질 지 주목된다.
프랑스 검찰은 19일 압데슬람을 테러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전날 벨기에 경찰은 브뤼셀 남부 몰렌비크에 숨어 있던 압데슬람을 체포했다. 압데슬람은 테러 직후 프랑스 국경을 넘어 줄곧 벨기에에 은신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신문 르수아르는 “몰렌비크에서 몰렌비크까지”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경찰이 테러범을 눈앞에 두고도 4개월 동안 찾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남부 몰렌비크에서 생포된 파리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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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가 최소 2년 전부터 기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리 테러는 정확한 가담자 수도 확인되지 않았다. 스타드드프랑스 축구경기장에서 3명, 바타클랑 공연장에서 3명, 레스토랑의 총격·자폭테러 현장에서 2명 등 8명이 공격에 가담했다가 사망했다.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는 동시다발 공격 사흘 후 파리 북부 생드니에서 검거작전 도중 사망했다. 압데슬람의 도주를 도운 모하메드 아브리니는 수배 중이다. 그러나 아바우드 검거작전 때 추가 공격에 쓰려던 것으로 보이는 무기들과 다른 용의자들의 시신이 발견된 점, 압데슬람과 아브리니가 긴 도망생활을 한 점 등을 보면 지원세력이 더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압데슬람은 당시 축구경기장 앞에서 자폭할 계획이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IS는 테러 당일 파리 18구에서 추가 테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추가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고, 압데슬람이 테러범 3명을 축구장에 내려준 뒤 18구로 이동한 사실만 확인됐다. 아바우드도 테러 당일 자폭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인 문제인지 심경변화 때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테러가 계획대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IS의 테러는 총격과 자폭, 인질극 등 세 유형인데 파리 테러는 3가지 유형이 동시에 시도됐다”며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과 수사자료를 보면 테러범들은 정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암호를 사용하고 e메일을 남기지 않았으며 현장에선 인질의 전화기를 사용하고 능숙한 솜씨로 자살폭탄 장치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 수사당국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보면 매우 숙련된 폭발물 제조범이 가담한 정황이 있다”며 “IS의 테러 수법은 진화하고 있으며 압데슬람이 검거됨에 따라 의문의 답을 찾을 기회를 얻게 됐다”고 전했다. CNN도 “압데슬람의 체포가 테러 수사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압데슬람은 변호인 동석 하에 벨기에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프랑스의 프랑코 몰랭 검사는 “압데슬람은 핵심 용의자이긴 하지만, 그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으며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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