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저소득 청년 월세비율, 금수저 고소득 청년의 ‘3배’

2016. 3. 24. 21:20C.E.O 경영 자료

흙수저 저소득 청년 월세비율, 금수저 고소득 청년의 ‘3배’

[한겨레] 정규직 비율도 절반 이하

어릴 때부터 가난한 집에서 자라온 저소득 청년이 월세로 사는 비율이 부유한 가정 출신의 고소득 청년에 견줘 세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된 청년세대 내에서 일자리와 주거, 결혼여부 등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겨레

청년 포함 가구의 주거 점유 형태

24일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통합센터장의 ‘청년세대 내부격차의 확대와 희망의 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청년세대 내에서의 격차 확대의 징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은 사회통합실태조사(2015년) 등을 활용해, 19~34살 청년(학생 제외)의 15살 때 소득수준(주관적 평가)과 현재 본인 소득수준(중위소득 75% 미만은 저소득층, 75~125% 미만은 중산층, 125% 이상은 고소득층으로 분류)을 기준으로 청년층을 세분화해서 이루어졌다. 여 센터장은 이번 보고서를 25일 보사연 주최의 ‘제1차 사회통합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나 현재도 빈곤한 ‘지속빈곤층’ 청년의 경우, 월세(반전세 포함) 거주 비율이 61.0%로 전체 청년세대 평균(25.9%)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계속 부유한 ‘지속상류층’ 청년은 이 비율이 16.7%에 그친다.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도 지속빈곤층은 28.0%에 불과했지만 지속상류층은 56.9%로 차이가 크다.

소득수준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인 일자리의 안정성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속빈곤층 청년 중 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율은 27.5%인 반면에 지속상류층 중 정규직 비율은 59.0%였다. 학력에서도 지속빈곤 청년의 경우 대졸 이상 학력자의 비율이 37.9%인데 비해 지속상류층은 이 비율이 83.9%에 이른다.

또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른 기혼 비율을 보면, 고소득 가정에서 자란 청년은 44.5%가 결혼을 했지만 저소득 가정 청년은 28.5%만 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2011년 동안에 독신청년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49.4%에 머물고 있는 반면 결혼청년가구의 증가율은 94.9%에 달했다.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이들끼리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혼 여부에 따라 소득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청년세대 내 격차는 삶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한 행복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속상류층 청년은 6.40점(10점 만점)인데 비해, 지속빈곤층 청년은 노인(5.36)보다도 낮은 5.00점에 불과했다.

여 센터장은 “한국에서 청년의 개념은 결혼까지는 부모가 책임지고 돌봐야 할 대상이라는 점과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자립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혼재돼 있다”며 “결과적으로 ‘각자도생’을 통해 사회적 위험을 타파해나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년들의 빈곤과 불평등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