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CSI 앞에선… 조희팔도 이석기도 '백기'

2016. 4. 2. 19:08이슈 뉴스스크랩

대검 CSI 앞에선… 조희팔도 이석기도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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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입력 : 2016.04.01 03:00 | 수정 : 2016.04.01 06:49

[대검 과학수사부 특허기술만 44개… 수사 난관 뚫는 비밀병기]

8년간 손 못댄 '조희팔 서버', 삭제 데이터 복구 기술로 복원… 피해 규모 구체적 수치 확인
핵심 증거 '이석기 녹음파일' "위조 없었다" 과학적으로 입증

이달 초 검찰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일당이 2004~2008년 피해자들로부터 끌어모은 돈이 4조8000억원이고, 피해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돈은 8300억원가량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은 피해 금액을 정확히 알 수 없어 피해자들도 답답하고 검찰도 검거한 조희팔 일당을 기소할 때마다 혐의 사실을 정확히 써넣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조희팔이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지 8년여 만에 정확한 피해 금액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오래 걸린 이유는 조희팔이 밀항하면서 거래 내역이 담긴 서버의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로 수십 번 덮어쓰고 지우기를 반복해 복구가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해당 서버를 압수했지만, 8년 동안 대구지검 압수물 보관소에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

대검 과학수사부 디지털수사과 데이터베이스포렌식팀 강철훈 팀장, 이경민 수사관, 이은정 수사관, 문홍준 수사관(왼쪽부터).
대검 과학수사부 디지털수사과 데이터베이스포렌식팀 강철훈 팀장, 이경민 수사관, 이은정 수사관, 문홍준 수사관(왼쪽부터). 이들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이 삭제한 서버 데이터를 복구해 사건 피해 금액이 4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진은 포즈를 취한 수사관들의 모습에 디지털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이태경 기자

그러던 중 대구지검에서 조희팔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가 올해 초 대검 과학수사부 간부를 맡게 됐다. 이 관계자는 작년 말 과학수사부에서 '삭제된 데이터 복구 기술'과 관련해 여러 건의 특허를 출원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자마자 압수물 보관소에 잠자고 있는 '조희팔 서버'를 떠올렸다.

이 기술을 활용해 복구 프로그램을 돌리자 일주일 만에 지워진 데이터가 거의 완전 복구됐다. 검찰은 복구된 데이터가 실제 거래 내역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동안 확보해둔 조희팔 관련 회사의 은행 거래 내역 1800만건과 대조했다. 95% 이상 일치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희팔 사건의 피해 규모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대검 과학수사부가 이미 확보한 특허는 44개에 달한다. 삭제되거나 왜곡된 데이터 복원 기술, 미세한 증거물 조각에서 피의자의 DNA를 찾는 기술, 피의자의 음성이 맞는지 판별하는 기술, 여러 종류의 마약을 동시에 식별하는 기술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그 해결 방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법을 발견하거나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오디오 파일 위·변조 검출 기법'은 이석기 사건 때 제 몫을 톡톡히 했다. 2013년 이 사건 재판에선 검찰이 제출한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이 논란이 됐다. 녹음파일은 이석기가 지하혁명조직(RO) 모임에서 한 강연 내용을 담은 사건의 핵심 증거다. 이석기 측은 재판에서 파일이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위·변조가 있을 때 나타나는 녹음파일의 주파수 변화가 없다는 것을 특허 기술로 과학적으로 입증하면서 이석기 등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작년 2월 있었던 '화성 60대 여성 실종 사건'에서도 특허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사건 용의자였던 김모(59)씨는 6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지만, 시신은 사라지고 결정적 물증이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기 집에 불까지 질렀다. 그러 나 DNA 검출 기술 덕택에 불에 탄 잔해 속에서 피해자의 DNA를 찾아냈고, 김씨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기계에서도 DNA를 찾아낼 수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특허 기술들을 동원해 확인한 증거 앞에서는 뻔뻔하게 범행을 부인하던 범인들도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며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에서 과학기술을 접목한 증거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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