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에서 피해자 입증책임 없는 보험 도입해야"

2016. 5. 8. 18:41C.E.O 경영 자료

"의료사고에서 피해자 입증책임 없는 보험 도입해야"

보험연구원, '노폴트 환자보상보험' 도입 주장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의료사고에서 피해자가 과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가입한 보험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노폴트(no-fault) 환자보상보험(PCI)'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보험연구원 최창희 연구위원은 '노폴트 환자보상보험을 통한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방안' 보고서에서 "정부와 보험회사들은 스웨덴 등의 사례를 고려해 노폴트 PCI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실책임주의 법리에 따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과실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뒤에야 피해자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2014년에 국내 법원 1심에서 처리된 의료과오소송 건수는 960건으로, 이 가운데원고승은 14건(1.45%)이고 원고일부승은 287건(29.9%)이었다.

이는 전체 1심 민사소송에서 원고승이 49.9%, 원고일부승이 7.5%라는 것과 비교하면 의료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기가 다른 민사소송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과 같은 과실책임주의에 근거해 의료사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나라로는 미국이 있는데, 미국에서의 전체 의료소송에서 원고의 승리 비율은 22.7%였다.

또 미국에서는 대부분 주가 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변호사 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하고, 원고가 승소할 경우 법원이 원고의 변호사 비용을 고려해 높은 수준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해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을 가지고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최 위원은 "한국에서는 진료기록 관리 부실, 전문가 의견 확보의 어려움,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같은 과실책임주의를 적용하는 미국보다 의료소송 진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반대로 스웨덴, 핀란드, 뉴질랜드, 캐나다 퀘벡, 호주 등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노폴트 PCI로 과실 여부에 상관없이 의료사고 피해를 보상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75년 이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에서는 의료기기 고장이나 잘못된 사용, 진단 지연이나 오진, 치료 중 감염, 투약 오류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PCI의 보험금을 신청할 수 있다.

노폴트 PCI는 신속한 피해자 구제, 의료인·의료기관의 명성 보호, 의료분쟁 관련 비용 절감과 같은 장점들이 있다.

최 위원은 "과실책임주의에 근거한 손해배상 책임 제도는 방어 진료와 의료비용증가 등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노폴트 PCI 제도는 과도한 소송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당국은 해외의 사례를 고려해 관련 법제를 마련하고,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한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가입을 독려하는 등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