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8채 중 한채 빈집'…위조카드 구매상품 배송지 등 범죄 악용

2016. 5. 8. 18:42지구촌 소식

'日 8채 중 한채 빈집'…위조카드 구매상품 배송지 등 범죄 악용

빈집에 방범 스티커 부착ㆍ수도사용량으로 실태 파악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주인으로 위장해 빈집에 들어가 택배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밤 일본 도쿄 세타가야(世田谷) 구 지토세다이(千歲台)의 한 연립주택 관리인이 세이조(成城)경찰서로 신고 전화를 했다.

다음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집에서 가전제품 등을 택배로 받고 있던 중국인 여성(21)을 발견해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2만 엔(약 21만6천 원)의 일당을 받고 중국인 왕(28) 모 씨의 범죄를 도와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일본의 빈 집 [연합뉴스 자료사진]


훔치거나 위조한 신용카드로 인터넷 쇼핑 등으로 전자사전이나 컴퓨터 등 가전제품을 주문해 빈집으로 배달시킨 뒤 되파는 수법이다.

일본에서 빈집에 따른 문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인구 감소가 계속되면서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도 속속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생겨나는 것이다.

최근 통계는 2013년 10월 총무성이 집계한 것으로 전국 6천63만 채의 집 중에서 13.5%인 820만 채가 빈집이었다. 5년 전보다 63만 채 늘어난 것으로, 전국의 집 8채 가운데 한 채가 비어있는 셈이라고 산케이신문이 8일 전했다.

그만큼 범죄 조직으로서는 범죄를 통해 취득한 물품이나 현금 등을 몰래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것이다.

이들은 신분 은폐를 위해 부동산 업자들을 포섭해 열쇠를 일시 빌리거나 빈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공동주택 우편함 등에 숨겨 놓은 열쇠를 찾아내 범행 장소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은 지난해 빈집을 이용해 현금이나 상품 수령을 하는 등의 범죄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227곳에서 244명을 검거했다. 전년보다 7배 는 것이다.

경찰은 아울러 일부 지자체와 협약을 거쳐 빈집 문 앞에 '현금배송 등 특수사기대책 대상 집'이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여 택배 업자들이 빈집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붕괴 위험이 있는 빈집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강제로 철거할 수 있도록 하는 '빈집대책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2013년 10월 조사 당시 820만 채의 빈집 가운데 318만 채는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방치돼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점관리 대상 선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서거나 나서기로 한 지자체는 지난해 7%, 올해 1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또 각 지자체에 대해 가구별 수돗물 사용량 등의 자료를 활용해 빈집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관리하는 방을 지난해 10월 가고시마(鹿兒島) 현 가고시마시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가고시마 현의 운용 상황을 토대로 2018년에는 전국으로 도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