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나고 폐가는 늘고…농촌 흉흉해진다

2016. 5. 21. 21:25이슈 뉴스스크랩

[단독] 사람은 떠나고 폐가는 늘고…농촌 흉흉해진다

경관 해치고 사고 위험에 불안…지자체 골머리

보조금 줘 정비하거나 귀농·귀촌인에 임대하기도

(전국종합=연합뉴스) "폐가나 흉가는 경관을 해치고 사고 위험도 높아 주민들이 불안해 합니다."

전국 농촌에 방치되고 있는 폐·흉가 때문에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연과 어우러진 농촌 경관을 해치는 것이다.

오래 방치되면 붕괴나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건·사고의 온상이 돼 주민들을 불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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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보조금까지 주며 빈집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귀농·귀촌 농업인에게 빈집을 빌려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지자체도 있다.

◇ 농촌 폐·흉가 매년 증가

전국 지자체의 정확한 폐·흉가 통계는 없지만 지역별로 빈집은 매년 계속 생겨나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해 폐가나 흉가 7천353채를 철거했다. 올해도 307채를 제거했고, 앞으로 2천118채를 더 없애야 한다.

경북도 내에 폐·흉가는 지난해 말 7천400여 채로 집계됐다.

경기도도 1년 이상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농촌 주택과 건축물을 지난해 348채, 올해 311채 각각 철거했거나 해야 한다.

부산의 기초 지자체가 관리하는 폐·공가는 3천여 채다. 6개월 이상 수돗물을 공급하지 않는 집까지 합치면 8천942채에 달한다.

경남 산청군에는 해마다 40∼50채의 농촌 폐가가 생긴다.

특히 농촌에 폐가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농 현상으로 인구가 줄고, 주택 개량 과정에서 기존의 집을 두고 다른 터에 집을 짓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홀로 사는 노인이 사망하거나 별장으로 사용하다 관리하지 않아 발생하는 빈집도 많다.

◇ 농촌 경관 해치고 사건·사고 위험도

폐·흉가는 사람 손이 닿지 않아 풀이 자라고 시설 일부가 무너지면서 경관을 해치거나 붕괴 우려를 낳는다.

산청군 관계자는 "매년 폐가를 조사하고 철거하기 때문에 수년간 방치되는 곳은 없지만 농촌의 빈집은 조금만 지나도 잡초가 자라는 등 미관을 많이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일부에는 6·25전쟁 이후 임시로 지은 빈집과 건물이 많아 노후 정도가 더 심하다.

양구군 관계자는 "전쟁 후 임시로 지은 건물은 붕괴 위험이 많아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지난해 22채에 이어 올해 11채를 철거한다.

시 관계자는 "재산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기 싫지만 철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한다.

빈집은 각종 사건·사고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충주에서는 지난해 노숙자들이 기거하던 폐가에서 불이나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충북의 한 폐가에는 2014년에 살해된 30대 여성의 시신이 유기되기도 했다. 범인은 호스트바 종업원으로 2014년 5월 경남 김해 서부경찰서에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 지자체, 보조금 주고 철거하거나 귀농인에 임대

춘천시는 폐·흉가 철거 보조금을 지원해 경관을 개선 중이다. 철거를 희망하는 소유자로부터 신청을 받는다.

경남 고성군도 빈집 정비사업으로 폐가 등을 처리하고 있다. 1년 이상 살지 않고 방치된 주택의 노후도, 위치 등을 고려해 철거 대상을 선정한다.

경기도는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농촌 주택과 건축물에 채당 100만원의 철거 비용을 보조한다. 올해 3억1천100만원을 들여 311채의 빈집을 철거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붕괴와 화재 위험이 높거나 미관을 해치는 등 철거가 시급한 빈집을 우선적으로 정비한다"고 밝혔다.

충북 충주시·증평군·단양군·음성군·보은군·괴산군 등 6개 시·군은 '빈집 정비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 증평군은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빈집을 철거할 때 최고 250만원을 지원하고, 음성군은 200만원, 괴산군은 100만원을 각각 지원한다.

그러나 예산 범위에서 빈집 철거나 정비를 추진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귀농·귀촌인에게 빈집을 빌려주는 아이디어 시책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전북 순창군은 농촌 빈집을 수리해 귀농·귀촌인에게 5년 동안 장기 임대하는 '둥지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예비 귀농인들의 가장 큰 애로였던 주거 문제와 경관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전남도도 같은 이유와 목적으로 매매·임대 가능한 빈집 정보를 조사해 예비 귀농·귀촌자에게 제공한다.

강원도는 상태가 좋은 빈집을 귀촌·귀농인이 사용하도록 소유자 동의를 얻어 도 홈페이지 '빈집 정보'에 홍보한다.

충북 보은군 관계자는 "쓸 만한 빈집은 재활용을 권장하고, 흉가는 철거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옥천군과 영동군도 귀농·귀촌인의 요청이 있으면 마을 이장이 나서서 빈집을 소개한다.

일부 빈집은 소유자나 친인척이 주말 농장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경북도는 빈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철거 후 신축하는 주택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보조금 대신 저리의 융자를 지원한다. 지난해 1천715채를 대상으로 사업했고, 올해도 1천55채를 개량할 계획이다.

귀농·귀촌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제주도에는 빈집을 매입해 카페나 공방 등으로 활용하는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폐가를 찾기 힘들다.

제주도 관계자는 "폐·흉가 매물이 나면 바로 부동산 업자나 중국인, 귀농 귀촌인 등이 매입한다"고 말했다.

(지성호 배연호 박창수 임청 심규석 전승현 이승형 강종구 변지철 장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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