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교육 포기하는 사회 ①] 중3 아들 저녁 9시반, 고2 딸 자정 귀가…“식탁교육 꿈도 못꿔요”

2016. 6. 1. 20:36C.E.O 경영 자료

[밥상머리교육 포기하는 사회 ①] 중3 아들 저녁 9시반, 고2 딸 자정 귀가…“식탁교육 꿈도 못꿔요”

-대학ㆍ진학 준비에 모두 올인하다보니 밥상머리교육 실종

-서울시의회 학원교습시간 연장 논의…교총ㆍ시민단체 반발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 맞벌이 하는 이현정(50,ㆍ여ㆍ서울 합정동) 씨는 오전 9시부터 7시까지 한의원에서 일한다. 경기도 분당의 직장을 다니는 남편 정병석(51) 씨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9시나 돼야 집에 들어온다. 둘째 아들 중학생 3학년생인 경민(15) 군은 학교 정규수업을 마치고 보습학원에 갔다오면 밤 9시30분. 고2인 첫째딸 은미(17) 양은 학교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면 자정이다. 이들에겐 저녁 밥상머리교육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 씨는 “평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할 시간이 없다”며 “주말에도 아이들 학원수업 등으로 밥상머리교육은 꿈도 못꾼다”고 했다.

기초교육이자 중요한 가정교육인 ‘밥상머리 교육’이 외면당하고 있다. 오히려 밥상머리교육 포기를 강요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맞벌이 부부 증가와 입시ㆍ진학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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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증가와 아이들 학업 일정에 온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줄면서 기초교육이자 가정교육인 밥상머리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실제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학부모 10명 중 4명은 다 함께 모여 식사하는 시간이 많아야 일주일에 4번인 것으로 집계됐다.

1일 비상교육의 초등 학부모 교육정보 커뮤니티 맘앤톡이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회원 644명을 대상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주제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9.9%가 ‘일주일에 2~4회’라고 답했다. ‘1회 이하’라는 답도 11%나 됐다. 절반 이상의 가정에서는 밥상머리교육을 포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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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 씨 가족 하루 일과와 식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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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서울시의회는 현재 10시까지로 제한돼 있는 학원 교습시간을 11시까지 연장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현재 밤 10시까지로 돼 있는 조례 규정을 바꿔 초등학생은 밤 9시까지, 중학생은 밤 10시까지, 고등학생은 밤 11시까지 학원 수업을 받을 수 있게 재조정하자는 것이다. 박호근 서울시의회 의원은 “서울 일부 고등학교는 밤 10시 이후에도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며 “학원만 밤 10시 이전으로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학원교습시간은 서울과 경기, 전남, 세종, 대구 등 5곳만 밤 10시로 제한하고 있다”며 “다른 시ㆍ도는 23시~ 24시까지 확대하고 있어 서울 학생들의 학습 시간이 적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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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가정에서 온가족이 식사하는 횟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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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방안에 교원단체와 시민단체 모두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교육비 증가와 밥상머리교육 포기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학원 영업시간 연장 추진이 학원의 민원에 의한 것”이라며 “형평성을 이유로 드는 학교 야간자율학습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의 야간 자율학습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고3인 딸을 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11시까지 강제적으로 시키고 있는데 ‘자율’은 온데 간데 없다”며 “또 마무리하고 학교를 나서면 버스 운행이 끊겨 매일 학교로 마중을 나가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야간자율학습은 교육청 지침이 아닌 학교장 재량으로 진행되는데, 서울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27%(86개교)는 밤 10시 이후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일부 중ㆍ고등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을 강요한다는 민원이 제기돼 학부모단체가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학교 교육만으로 해결하려는 지금의 교육시스템이 문제”라며 “성적 위주가 아닌 학생 스스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미래를 설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정교육이 더욱 중요시돼야 한다”고 했다.

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