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예금금리 내릴 채비…다음주 0%대 정기예금금리 속출 예상

2016. 6. 9. 21:24C.E.O 경영 자료

[전격금리 인하II] 은행권, 예금금리 내릴 채비…다음주 0%대 정기예금금리 속출 예상

  • 남민우 기자
  • 입력 : 2016.06.09 11:23 | 수정 : 2016.06.09 16:36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내리면서 은행들의 예금과 대출 금리도 연쇄적으로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은행은 당장 다음 주부터 예금 금리를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며, 이달 중에는 거의 모든 시중은행이 금리 조정에 나선다. 이번 기준 금리 인하로 상당수 정기 예금 상품의 금리는 연 0% 후반대~1%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소득세(15.4%)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는 제로(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상 저축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지는 셈이다.

    6월 9일 기준 KEB하나은행 주력 예금 상품(1년 만기 기준)인 ‘행복투게더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는 연 1.3%, 신한은행의 주력 예금상품인 ‘신한S드림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는 연 1.3%다.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1.32%, 우리은행의 ‘위비톡 예금’과 ‘우리웰리치 주거래 예금’의 금리는 각각 연 1.7%, 연 1.6%다. 농협은행 ‘채움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1.41%다.

    [전격금리 인하II] 은행권, 예금금리 내릴 채비…다음주 0%대 정기예금금리 속출 예상

    ◆ 정기 예금금리 0%대로 추락할 듯…24억원 있어야 月이자 260만원 받는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씨티 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상품별로 적게는 0.05%포인트 많게는 0.3%포인트까지 예금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된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예금 금리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이자소득세(15.4%)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예금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게 되는 실질 이자 소득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평균 물가 상승률은 연 1% 안팎이다.

    정기예금 이자로 생활비를 꾸리는 은퇴 소득자들의 고민은 더 커지게 됐다. 연 1.25% 금리에서 4인 가구 중위소득(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겨 정확히 중간인 가구의 소득)인 422만원을 매달 받으려면 약 33억원을 예치해야하고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인 105만원을 받으려 해도 최소 8억4000만원이 필요하다.

    ◆ 주택담보대출 금리 2%대 중반대로 하락 전망

    반면 대출자들은 이자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인하로 코픽스 등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이에 연동된 대출 상품의 금리도 같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코픽스 금리 인하 효과가 나려면 약 1~2개월이 소요된다.

    [전격금리 인하II] 은행권, 예금금리 내릴 채비…다음주 0%대 정기예금금리 속출 예상

    다만, 은행들이 올 들어 가산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있어 이자 절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대다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신규 취급 기준) 금리는 현재 연 2%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로 쓰이는 코픽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연 1.72%였던 코픽스 금리는 4월에는 1.55%까지 떨어졌다.

    이에따라 가계부채가 더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총괄본부장은 “금리 수준이 낮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려 하고 있지만, 취약계측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집계를 보면, 은행의 4월말 기준 원화대출 잔액은 138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정도 증가했다. 이 같은 대출 증가율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 안팎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 “간신히 수익 회복 중인데”…은행 하반기 수익성 더 떨어질 듯

    최근 수익성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던 시중은행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위기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 수익성을 유지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률(NIM)이 5~10bp(1bp=0.01%)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조선 DB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조선 DB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18개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률은 사상 최저인 1.55%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0.0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간신히 수익성이 회복세로 돌아섰던 시점에서 한 차례 금리가 더 떨어지면서 NIM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며 “연 1.5%의 기준금리를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여겼는데, 자본확충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