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계층상승? 한국인들, 더 이상 기대 않는다

2016. 7. 8. 19:50C.E.O 경영 자료

자식 계층상승? 한국인들, 더 이상 기대 않는다

 

[한겨레] 1999~2015년 20여만 표본 분석 결과

고려대 연구팀 사회학대회서 발표

한국사회 재봉건화 양상 ‘빨간불’

“낮은 상향이동의식 엄중 숙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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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저 연에 어떤 희망을 담았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2009년 소외계층의 국내 여행을 지원하는 ‘복지관광’ 프로그램 중 ‘희망의 연 날리기’ 행사에서 한 어린이가 연을 날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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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구성원 중 대다수가 자신은 물론 자기 자식 세대에도 계층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통계청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사회조사’의 20여만 표본을 분석한 것으로 결과도 의미가 크지만, 장기간의 시계열 자료를 통해 ‘가능성의 인식’을 읽어낸 매우 드문 학술적 시도여서 더욱 주목된다. 고려대 이왕원 응용문화연구소 연구원과 김문조 명예교수(사회학) 등은 최근 한국사회학회 전기사회학대회에서 발표한 공동연구 논문 ‘한국인의 상향이동에 대한 의식: 연령(Age)·기간(Period)·코호트(Cohort) 효과를 중심으로’에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향이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 나아가 자신의 자녀는 더욱 그러할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 팽배한 정경”이라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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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연구팀은 통계청이 1999년부터 실시한 세대간·세대내 상향이동의식 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통계청은 “우리 사회에서 일생 동안 노력을 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현재 부모 세대보다 다음 세대인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각각 ‘세대내’(intra-generational) 상향이동 의식과 ‘세대간’(inter-generational) 상향이동의식을 조사해오고 있다. 전자는 자신의 노력을 통한 계층상승 가능성을 살피는 반면 후자는 자원 분포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이 문항들은 사회 구조와 배경에 대한 개인의 판독과 인식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연구팀은 통계청 자료 가운데 18살 이상~80살 이하 22만4715개 표본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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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세대내 상향이동의식을 보면, 15년 평균값은 29.4%로 나타났다. 99년 이후 세대내 상향이동이 가능하다고 믿는 한국인은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나머지 2명은 상향이동 가능성을 아예 불신하거나 판단 불가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식은 15년 동안 큰 변화가 없이 어느 정도 고정돼 있다. 연령대로는 대학 진학 전후, 즉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20대 초반에 가장 높았다가 구직 이후 나이가 들수록 감소했다.

반면, 세대간 상향이동의식의 15년 평균값은 40.6%로 ‘세대내’ 의식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민의 40%는 (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자녀 세대의 상향이동 가능성을 믿어왔음을 의미한다.” ‘내 자식은 나보다 잘될 거야’라는 이 기대치가 정점을 찍은 해는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으로,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그 뒤로는 눈에 띄게 뚝뚝 떨어져 2015년 평균값이 32%에 불과했다. 자녀 세대의 계층상승에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은 3명 중 1명이라는 뜻이다.

애초 벌어져 있던 세대내·세대간 상향이동의식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비슷한 모양을 그리며 수렴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두 의식의 차이는 2006년을 기점으로 축소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변동 양상이 닮아가고 있다.(그래프 참조)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은 “2008년 이후로 두 상향이동의식이 (나란히)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현상이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굳건했던 자녀 세대의 계층상승 가능성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뜻일 수 있다.

“추론할 수 있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잠시나마 풍미했던 경제적 희망이 이후 장기 불황 탓에 실망으로 바뀌면서 사회구조 전반에서 상향이동 가능성을 의심받게 된 점이 아닌가 한다.”

특히 연구팀은 ‘3포’, ‘5포’를 넘어 ‘7포’, ‘수저론’까지 나오고 있는 오늘의 청년 세대를 깊이 우려했다. 미래를 희망으로 인식할 수 없는, 상실과 좌절, 포기로 대표되는 이 세대의 “낮은 상향이동의식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보다 엄중히 숙고해야 한다”.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말끔히 치워진 한국 사회가 이미 ‘재봉건화’의 길로 접어든 것은 아닌지,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