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야자’가 아니라 ‘강제’야”

2016. 8. 4. 22:01C.E.O 경영 자료

[TONG] “바보야, 문제는 ‘야자’가 아니라 ‘강제’야”

by 당수지부

야간자율학습, 이른바 '야자'는 2000년대 초 존폐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후 자율 운영으로 현재까지 이어오다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경기도교육청이 야자 폐지를 선언하면서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6월 29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야자는 비인간적, 비교육적 제도”라고 비판하고 "2017년부터 경기 지역 모든 학교에서 야자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학생인권조례, 9시 등교에 이어 다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이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해설과 야자 당사자인 중고교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먼저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실에 물었다.

-야자 폐지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은 어떤가.

“야자는 구시대적 교육이다. 얼마전 모 일간지에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며 30시간 연속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학교의 사진이 실렸는데, 이제는 공부만 해야 되는 그런 교육방식은 불필요하다. 또 많은 언론들이 야자폐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이건 철학의 차이다. 야자 폐지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 (야자 폐지 추진의) 본질이다. 지금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시대다. 지금까지의 교육방식으로 길러진 인재, 즉 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현재까지 인간이 해왔던 일을 대부분 대체한다면 인공지능이 해낼 수 없는 디자인, 문학 같은 인문학적인 소양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야자폐지로 사교육 비용 부담 증가가 우려되는데.

“현재는 예비대학 프로그램(가칭), 꿈의 학교, 공공도서관이나 지자체에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돌리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더불어 IT·컴퓨터·화학·생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능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기회,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학생들이 진로를 준비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자 폐지를 주장하는 이 교육감의 진짜 의도가 궁금하다. 일부 학생들은 정치적 쇼맨십으로 보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정치적 쇼맨십이라 표현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 직선제로 선출된 교육감이 정례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공개적인 발언을 ‘쇼’로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럼 야자 폐지에 대해 경기도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나. 했다면 결과가 궁금하다.

“이교육감 취임 이후 2년간 31개 시군 학교장, 학부모, 교사, 학생, 1000인 토론회 등 경기교육가족과의 소통에 온 마음을 다했다. 지난 7월 20일 의정부에서 열린 ‘학생자치회 교육정책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 폐지에 대해서 가족과의 소통 시간이 많아지고, 학업부담감을 덜 수 있다며 폐지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고교 교육 정상화는 여론 조사로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야자를 대체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

야자 폐지에 대한 청소년의 생각은

경기도교육청은 여론조사로 교육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TONG청소년기자단이 대신 야간 자율 학습 폐지에 대한 중고교생들의 의견을 조사해봤다. 7월 13일부터 22일까지 총 10일간 전국의 중1부터 고3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했다. 응답자는 총 56명으로 경기지역이 49.1%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92.9%(52명)가 야자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야자 경험자의 69.2%(36명)가 자신의 의지로 참여했다고 밝혔고, 30.8%(26명)는 학교나 학교 선생님의 강요로 참여했다고 답했다. 야간자율 학습으로 성적이 향상됐다(49%)는 응답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답변(21.6%)의 2배를 넘었다.

응답자의 66.1%(37명)는 현재 야자를 하고 있다고 답해 참여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참고로 현재 경기도내 고교 야간자율학습 참여율은 1학년 19.3%, 2학년 17.9%, 3학년 23.8%이다. 역시 현재 야자를 하고 있는 이들이 야자 폐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 설문에 참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야자 경험이 있는 사람의 65.4%(34명)가 야자 폐지에 반대했고, 19.2%(10명)만 폐지를 지지했다. 폐지 이유로는 과반수가 “야자가 없어지면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답했다. “사교육비 및 독서실 비용 증가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폐지를 찬성하는 이유로는 “학교의 자습환경이 좋지 않아서“에 이어 “자유시간이 부족해서”를 들었다.

반면 야자 경험이 없는 학생은 4명 중 3명이 폐지에 찬성한다고 답해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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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여고에서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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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야자 폐지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한다.

“경기도뿐 만 아니라 타 지역의 야간자율학습 폐지를 원한다.” (대전, 고3)



“자율학습이니 자율적으로 공부할 사람만 남아서 자습을 할 분위기를 만들고 자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북, 고1)



“야간자율학습이 폐지되면 학생들이 그 시간에 학원에 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야자시간에)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원한다.” (서울, 고1)

“야자 폐지라는 키워드가 경기도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쇼맨십 때문에 화두가 된 것 같아 염려된다. 학생들이 좋은 영향이든 악영향이든 감수해야 되니 안타깝다.” (서울, 고2)

“야간 자율학습으로 도움 받는 애들도 꽤 찾아볼 수 있는데 폐지하면 이 학생들은 어디서 잡아주는지 의문이 든다.” (경기, 고3)

“(야자에 참여하고 난 뒤) 시험성적을 보면서 다른 아이들 보다 잘 봐서 뿌듯할 때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분 좋아야 뭐 하나. 서로 밟고 올라가는 교육 제도가 뭣이 중한가.” (서울, 고2)

“경기도의 외고에 재학중이라 야자가 사실상 의무다. 야자 폐지가 일반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경기, 고2)

“공부하겠다고 야자 뺀 사람 중에 진짜 공부하는 사람 별로 못 봤다.” (전북, 고3)

“야자를 별도의 학습실에서 하는데 어느 독서실 못지 않게 시설이 잘 돼 있다. 옆에서 열심히 하는 친구들 보면 좀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경기, 고2)

“야자 시간에 공부도 안 되고 애들은 대부분 잠을 잔다. 차라리 집중 잘 되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경북, 고3)

“야자가 문제가 되는 건 그 존재 자체가 아닌 ‘사실상 강제로’ 시행되고 있어서다. 폐지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자기주도학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다.” (경기, 고2)

무한경쟁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성적 향상을 위한 밤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됐다. 하지만 야자를 하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야자 폐지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논란은 당연해 보인다.

기획=최지우(수성고 3)

글=김성사(수성고 3) TONG청소년기자 당수지부

도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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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야갼자율학습으로 불이 훤히 켜진 대전의 모 고교.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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