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하고 있는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
“우리나라 헌법은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이 잘못돼 있어서, 정치가 난장판이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헌법을 악용하는 세력에 의해서 일어난 소동이 더 많다. 지금 시위대들이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주장은 헌법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11월 9일 오후 7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NPK아카데미 제1기 세기의 지성 세번째 강연에서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헌법의 기능(역할)’이라는 주제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헌법의 기능과 관련해,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주는 기능으로서의 기본권보장’을 들면서, “실제로 헌법에 규정돼있는 대로 인권이 보호되는 것은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경우에만 그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헌법의 이러한 개념을 3가지로 분류해 설명했다. 첫째, ‘규범적 헌법(normative constitution)’은 ‘맞춤 양복’과도 같은 것으로, 씌어있는 대로 인권이 보호되고 있는 경우의 헌법이며, ‘살아있는 헌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둘째, ‘명목적 헌법(nominal constitution)’은 몸에 잘 맞지 않는 ‘기성복’과도 같은 것으로, 진정으로 명시된 대로 하려고 해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거나 사회적 또는 역사적 여건이 그렇지 못해 헌법에 규정된 대로 기본권이 보호되지 못하는 경우의 헌법이다.
셋째, ‘장식적 헌법(semantic constitution)’은 번지르르한 ‘겉옷’이나 ‘망토’와 같은 것으로, 규정한 것이 순전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또는 장식으로만 존재하는 법이다. 북한 헌법의 인권에 대한 규정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최 교수는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달성하려는 ▲이상과 가치(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평등, 기회균등, 각인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나라를 만들려는) 목표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을 설립하기 위한) 설계도 및 나침판 등이 그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 최대권 교수와 기념촬영하고 있는 참석자들 |
이러한 이상이나 목표나 설계에 어긋날 때에는 △기본권보호 장치가 작동하고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견제와 균현이 작동하며 △여론이 일어나고 선거에서 심판하며 데모하고 △국가를 상대로 청원권, 행정소송, 헌법소송 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러한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시민의식과 헌법의식을 지닌 국민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의 후 진행된 토론 시간에, 최 교수는 “우리나라 역사 가운데, 5천년이라는 반세기만에 이렇게 체면을 살리면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가?, 이렇게 수많은 내분과 외환의 역사 가운데서도 이렇게 운 좋은 날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오늘날의 대한민국 발전 역사는 우리만의 노력뿐만 아니라, 전지전능하신 존재의 선물이며 기회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날 최 교수는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 언론들의 기사를 보면 대부분 우울한 것들이다.”라며, “지금 사태가 엄중한 상황인데, 개헌문제에 정신을 쏟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는 불순세력이 선거를 거치지 않고 새 대통령을 만들려 하고, 불순한 정권을 세우려는 데 있다. 이들은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행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어떤 불법을 행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법적으로 위반된 것이 있다면 엄밀히 처벌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현 시국을 비판하는 다른 인사들의 문제 역시 법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이날 강연에서 최 교수는 “국민주권은 국민이 자유하는 것이며, 독립은 타율로부터 자유하는 것”이라면서, “나라의 공산화를 차단하고 농지개혁과 교육개혁을 통해, 나라의 안보와 국력의 기반을 닦아놓으신 이승만 대통령이야말로, 불순세력의 간섭과 궁핍으로부터 자유를 주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법학과 사회과학 융합의 선구자인 최대권 교수는 최초로 ‘대한민국 법치의 발전론’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당시 헌법을 통해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의 틀을 정립했다. 이 틀은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산업화의 밑받침이 되었고, 1970년대 만연했던 권위주의에도 불구하고 낮은 단계에서나마 발전하여 기본권 보장, 복수정당, 자유선거 등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진전이 1987년 민주화와 더 높은 단계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향한 사회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법은 ‘건국-산업화-민주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는 이러한 법칙의 역할을 더 잘 인식하고 존중함으로써 선진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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