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불법전매 현장보니 중개사 행세 떳다방 기승

2016. 11. 26. 19:27부동산 정보 자료실

분양권 불법전매 현장보니 중개사 행세 떳다방 기승

[뉴스&와이]
분양권 불법거래 중개업소 단속 동행취재
'초피 구매' '특공 매도'…전매 명부 100여명 '빼곡'
미신고·무자격 직원이 인근서 떴다방 영업


"구청에서 나왔습니다."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던 여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직원이냐고 묻자 그는 "잠깐 사무실 봐달라기에 앉아서 드라마 보던 중"이라며 황급히 휴대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약 10분 후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도착했다. "며칠 전에 견본주택에서 저 만나셨죠. 거기서 뭐 하셨어요?" 구청 직원의 물음에 "6개월 지나면 전매할 수 있으니까"라며 말꼬리를 흐리던 사장은 상황이 심각함을 직감한 듯 자리에 앉았다.

매일경제신문은 국토교통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청약 불법행위 집중단속이 시작된 지난 23일 오후 단속반의 양해를 얻어 이동식 중개업소(떴다방)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업소 지도점검(단속)에 동행했다. 단속 대상은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L공인중개사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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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수지구청 소속 단속반 직원이 L공인에서 불법 전매거래의 증거로 추정되는 공책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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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다양한 불법행위 정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무실 한켠에 있는 공책을 들춰보니 청약현장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고객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휴대전화 번호가 가장 기본적인 정보였고 사람에 따라 실명 또는 '양사장님' 같은 별칭도 적혀 있었다. '매수관심' '5층 이하' '특공(특별공급) 매도' '초피(초기 웃돈) 구매' 등 매수·매도 의향까지 상세히 기입된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단속반 관계자는 "중개업소들은 이런 명부를 토대로 개별적으로 연락해 불법 전매거래를 알선한다"며 "자체적으로 명부를 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명부만 취합하는 전문업자로부터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단속은 일반적인 불시방문과 달리 사전에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단속팀이 며칠 전 인근 견본주택에서 L공인 소속 명함을 갖고 중개 상담을 하는 떴다방을 발견했고, 수요자인척 접근해 명함을 확보했다. 단속 전 확인 결과 L공인 소속 직원은 구 모 대표 한 사람이었다. 떴다방에서 명함을 돌린 이 모씨와 조 모씨는 L공인 소속이 아닌 상황에서 명함을 제작하고 공인중개사인양 행세한 것이다.

구 대표는 두 사람 중 이씨와의 관계는 인정했다. 조만간 중개사무소를 처분할 계획인데 이 씨가 이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같이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고용관계를 구청에 신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이 중개업을 한 것에 대해 그는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면 조씨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니 처벌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단속반에 따르면 이씨처럼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중개업소를 운영한다면 이는 자격증 가진 사람의 명의만 빌리고 영업은 본인이 다니는 형태의 편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격증은 없지만 영업수완이 좋은 사람들이 종종 이런 편법을 부린다는 것이다. 단속반 관계자는 "이런 편법 영업은 공인중개사 업계에서도 근절을 요구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30분가량 지도점검이 끝나고 단속반은 L공인에 영업정지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정식으로 고용되지 않은 직원의 중개행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다. 이와 별도로 이씨와 조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고발할 계획이다. 영업정지 처분을 들은 구 대표는 징계가 너무 무겁다며 "범칙금으로 대신할 수 없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 대표가 딱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단속반은 단호했다.

"오늘은 증거를 갖고 온데다 비밀유지를 잘해서 그나마 성과를 거둔겁니다. 미리 소문 듣고 문 닫아서 허탕치거나 영업방해를 한다며 문전박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불법행위가 교묘해짐에 따라 당국의 단속도 진화하고 있었다.

[용인/정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