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로 한 걸음 더…올해를 빛낸 `과학계 족적`

2016. 12. 30. 19:48C.E.O 경영 자료

 

[Science &] 미지의 세계로 한 걸음 더…올해를 빛낸 `과학계 족적`

 

 

2016년 국내외 과학뉴스


12지(支) 가운데 가장 영리한 동물인 원숭이. 올해는 원숭이의 해답게 국내외 과학계에서도 혁신적인 발명·발견이 유난히도 많이 쏟아졌다. 천문학 분야에선 100년 전 예측이 현실로 나타났고 생명공학에선 인류 생존과 번식에 관한 중요한 실험들이 성공했다. 매일경제신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등이 선정한 국내외 과학기술 뉴스 가운데 해외 5개와 국내 5개 성과를 각각 다시 뽑아봤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이라는 과학 4대 분야의 발명·발견이 골고루 나온 점이 고무적이다. 네이처 역시 "올해를 장식한 세계 과학 뉴스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그룹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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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와 사이언스가 만장일치로 뽑은 올해 최고의 과학 뉴스는 '중력파'의 발견이다. 중력파는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거나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서로 충돌할 때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파동을 말한다. 이로써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린다.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방정식으로 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했다. 100년 전 예측이 올해 현실로 다가섰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지원을 받고 있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 협력단은 올해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중력파 존재가 관측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통해 우주공간에서 블랙홀 병합이 실제 있는 일이라는 게 확실히 증명됐다. 그동안 중력파의 간접 근거가 밝혀진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직접 검출된 건 인류 과학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고 협력단은 레이저 광선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극도로 미세한 중력파를 측정해 냈다. 중력파 관측에 성공하려면 중력파가 지나갈 때 나타나는 물체의 길이 변화를 측정해야 한다. 지구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물체의 경우 원자핵 크기보다 작은 변화를 측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2월에 관측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이 서로 부딪쳐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발생 지점은 지구에서 13억광년 떨어진 곳이다. 두 블랙홀이 중력파를 내며 점차 접근해 충돌하기 직전 약 0.25초간 방출됐던 중력파가 13억년 세월을 지나 지구에 도달한 것이다. 6월에 관측된 중력파는 14억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태양 질량의 14배인 블랙홀과 8배인 블랙홀이 병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력파의 존재 확인을 바탕으로 우주 팽창 과정에서 생긴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생성 등 그동안 천체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던 다양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가브리엘라 곤잘레즈 라이고 대변인은 "연구 과정에서 동료 과학자들 간 협업이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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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분야에서 이뤄진 주요 발견은 또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 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근처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 존재가 발견된 것이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 소속의 천문학자 길렘 앙글라다-에스쿠데 교수는 지구에서 4.2광년(40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프록시마 센타우리 주위를 11.2일마다 한 바퀴씩 도는 행성을 관측해 올해 8월 발표했다. 이 외계 행성은 '프록시마 b'로 명명됐다. 프록시마 b는 질량과 구성이 지구와 매우 유사할 뿐 아니라 표면에 액체 상태 물까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양과 유사한 프록시마 센타우리 근처에도 태양·지구 관계와 같은 행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생명공학 분야에선 전염병 치료와 난치병 환자의 출산 관련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브라질발(發) 충격파 지카 바이러스가 선천성 뇌 기형인 소두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브라질 내 감염병 전문가인 셀리나 터치 박사는 지난해 9월 정부로부터 소두증 아기 현상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것이 바로 지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난치병 환자의 출산에선 가히 혁명적인 실험이 성공했다. 바로 '세 부모 아기' 출산이다. 미국 뉴욕의 불임 전문의 존 장은 세 명의 DNA를 결합하는 새로운 체외수정 시술로 아기를 탄생시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존 장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여성 난치병 환자의 난자에서 세포핵을 추출한 뒤 미리 핵을 제거해 놓은 다른 여성의 건강한 난자에 주입하고 이렇게 재조합한 난자와 환자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켜 올해 4월 건강한 아기를 탄생시켰다.

천문학·생명공학 분야 각 2개씩 과학 발명에 이어 마지막 한 자리는 역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차지했다. 경우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 바둑은 그동안 인간의 영역으로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날카로운 수읽기와 새로운 전략을 무기로 인간 최고수(이세돌 9단)를 상대로 4승을 거뒀다.

올해 5대 과학 발견 외에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성과가 많이 나왔다. 일본 규슈대와 도쿄대 등은 실험실에서 배아줄기세포로 '인공난자'를 만들었다. 동물복제나 난임 연구 등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솔크연구소팀은 유전자 4개의 활성을 조절해 쥐의 노화 과정을 늦추고 수명을 30%가량 연장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수 나노미터(㎚·10억분의1m) 크기 구멍에 바이러스나 기생충 등 유전물질(DNA)을 넣으면 서열을 분석해주는 실험장치도 개발됐다. 생체물질인 단백질 구조를 설계하는 기술과 600㎚ 두께 초박막 메타렌즈(인공물질로 만든 렌즈) 개발, 대규모 유전체 연구로 밝힌 인류 확산 경로, 대형 유인원이 상대방 의도를 읽을 수 있음을 밝힌 연구 등도 올해 주요 혁신 성과로 꼽힌다.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