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빅데이터, 외부에 첫 공개…병원은 AI 학습효과 높일 최적지"

2017. 1. 26. 05:08C.E.O 경영 자료

"의료 빅데이터, 외부에 첫 공개…병원은 AI 학습효과 높일 최적지"

입력 2017-01-24 16:05:53 | 수정 2017-01-24 16:05:53 | 지면정보 2017-01-25 B7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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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의료분야에서 어떤 것이 가능할지를 상상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그만큼 미지의 영역이고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도 큽니다. 미국의 미래학자들은 10년 뒤 AI로 인해 의료 시스템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 소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로 의료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이에 빨리 대비하지 않으면 의료 시스템 자체가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의사와 환자의 의료행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예견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의료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구축해 병원 밖 AI 개발자들에게 공개했다. 국내 대형병원이 내부 의료 빅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개발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개발자를 대상으로 수차례 설명회를 했는데 매번 100석 규모의 좌석이 꽉 찼다. 김 소장은 이번 빅데이터 공개를 ‘엄청난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가진 기득권을 미래를 위해 내려놓은 것”이라고 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바뀌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소장은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AI 연구가 모여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에서만 AI 연구가 수십 개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은 다양한 알고리즘과 아이디어가 나와야 할 단계”라고 했다. AI 연구를 XYZ축을 가진 그래프에 놓고 보면 기업과 연구자, 개발자 등이 각자의 장점을 살린 지점에서 일하며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병원의 AI 연구 수준이 이미 상용화된 IBM의 왓슨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소장은 “왓슨이 현재 하는 서비스는 초기 단계”라며 “AI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의료 안에는 바둑뿐 아니라 장기도 있고 체스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여러 가지를 다 하는 AI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병원은 의료 AI가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김 소장은 “병원 밖에 있는 왓슨은 분석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자료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서울아산병원에서 개발하는 AI는 보다 많은 의료 영상을 학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병원의 영상, 정부기관의 공공자료 등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병원 간 개별적으로 저장하고 있는 빅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오갈 수 있는 클라우드를 구축해야 한다. 그는 “정부나 국회 등에서 외부 빅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없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정부는 비식별 의료정보 사용과 클라우드 구축 등에 관한 기준을 차례로 마련했다. 이에 따라 AI 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김 소장은 예상했다. 그는 “올해에는 매달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 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