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캄캄 20대' 취업난에 학자금은 언제 갚고 집 구하나

2017. 2. 12. 18:51C.E.O 경영 자료

'눈앞캄캄 20대' 취업난에 학자금은 언제 갚고 집 구하나(종합)

청년층 실업률 16년 만에 미국과 역전돼…든든학자금 미상환자 3년새 7배

20대 가구 소득 전부 모아도 서울 전셋값 마련에 11년 걸려

"저성장·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맞물려…경제·교육 개혁 필요"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이른바 명문사학을 졸업한 A(30·여)씨. 어렸을 때부터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어려운 집안사정을 외면할 정도로 매몰찬 성격은 되지 못했다. 현실감각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취업에 유리하다는 주변 조언에 따라 대학 전공으로 통계학을 선택했다.

선배들은 대기업 취업이 어렵지 않다고들 했다.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A씨가 졸업할 무렵에는 그것도 옛말이 됐다. TV에 번듯한 광고를 내거나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대기업들은 쉽사리 A씨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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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상 실업자 57% 증가
6개월 이상 실업자 57% 증가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5일 오후 중구 서울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경우는 11만2천명으로 1년 전보다 57.1%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실업자들의 구직 기간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4.25 mtkht@yna.co.kr


눈높이를 대폭 낮춰 '무늬만 대기업'에 취직했다.

백수에서 벗어났다는 기쁨도 잠시. 대학 때 빌린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데 월급은 기대에 턱없이 모자랐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는 있지만 치솟는 전셋값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돌이켜보면 그저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도 좋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팍팍한지,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A씨는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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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청년층 실업률 추이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2% 성장이 우려되는 등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새롭게 사회에 뛰어드는 청년층의 고단함도 커지고 있다.

취업난은 갈수록 가중되는데다 설령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학자금 상환 등 빚에 허덕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 시내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10.7%로 전년(10.5%) 대비 0.2%포인트(p)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층 실업률은 2011년 9.6%에서 2012년 9%로 떨어졌다가 2013년 9.3%, 2014년 10%, 2015년 10.5%에 이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미국(10.4%)보다 높아졌다.

이는 2000년(한국 10.8%, 미국 9.3%) 이후 1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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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후 학자금 대출은 어떻게 할까?'
'졸업후 학자금 대출은 어떻게 할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2015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을 마친 졸업생이 학자금 상환 게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2016.8.17 scape@yna.co.kr



경기가 살아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들이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막상 어렵게 취업관문을 뚫어도 난관은 쌓여있다.

물가는 치솟는데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걷다 보니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소득 8분위 이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든든학자금 미상환자는 2012년 1천104명에서 2015년 7천912명으로 7배가량 늘어났다,

든든학자금은 졸업 후 일정 소득을 올리면 갚아나가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들 든든학자금 미상환자는 어렵게 취업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벌이가 시원찮거나 쓸 곳이 많다 보니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환 의무자 대비 미상환자 비율은 2012년 10.7%에서 2013년 8.9%, 2014년 8.2%로 떨어졌다가 2015년에는 9.1%로 반등했다. 미상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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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절반 값'
'강남의 절반 값' (남양주=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지독한 전세난으로 서울을 떠나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이주한 이른바 '탈서울족'들이 늘고 있다. 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2012년 7월부터 4월까지 46개월 연속 상승했다. 무려 4년 가까이 전셋값이 계속 오른 것이다. 지난해 강남권의 평균 전셋값은 4억3천886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가 전세금을 모으는 데 8.3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반면 경기 지역 아파트 전셋값을 모으는 데 필요한 기간은 4.3년으로 강남권의 절반 정도 기간이면 전셋값 장만이 가능하다. 사진은 이날 오전 경기 남양주 별내동의 한 중개업소. 2016.6.1 saba@yna.co.kr



이미 하늘 높이 치솟은 전셋값도 부담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4억200만원, 전국 평균은 2억2천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가계동향 기준 20대 가구주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015년 3천650만원이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을 마련하려면 가구주가 20대인 가구의 소득 11년치를 한 푼도 안쓰고 모아야 한다. 전국 평균으로 넓혀봐도 6.23년이 걸린다.

이는 12년 전인 2003년 각각 5.72년과 3.41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지만 20대의 소득은 제자리걸음 하는 탓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고용을 대기업 또는 공공부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에서 고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 직업훈련을 받아도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경제적 윤택함을 누릴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바꾸고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