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수현 녹음파일」을 통해, 「대통령-안종범-최서원의 공모」증거를 찾으려다 실패. 오히려 「고영태 집단」의 인사 개입과 사기극 의혹을 공개한 셈이 되었다.
禹鍾昌 조갑제닷컴 객원기자․전 월간조선 편집위원
탄핵 정국에서 핵폭탄급 뇌관으로 등장한 「김수현 녹음파일」은 한 검사의 강력한 수사 의지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었다. 주인공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용성진(龍聖鎭․42) 검사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해군법무관을 지낸 뒤, 검사에 임용된 경력 10년차의 베테랑 검사다.
龍聖鎭 검사가 「김수현 녹음파일」을 입수한 것은 2016년 11월 7일이다. 검찰이 최서원씨를 구속하고, 최씨에 대한 비리를 조사하고 있을 무렵이다. 이때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사람이 류상영씨다. 류씨는 고영태(41)씨와 한체대 95학번 동기인데, 스포츠 행사와 관련하여 기획 및 대행 업무를 담당하는 (주)예상의 대표다.
류상영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송파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던 고영태씨의 물건과 (주)예상의 자료들을 검찰에 임의 제출했다. 이 자료들 속에 김수현씨가 사용하던 컴퓨터가 있었고, 이 컴퓨터에서 검찰은 문제의 녹음파일을 발견했다. 하지만 녹음파일의 개수가 무려 2천개가 넘는 바람에, 이를 듣고 녹취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형사소송법 제203조(검사의 구속기간)와 제205조(구속기간의 연장)에 의하면, 검사가 구속한 피의자를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은 20일이며, 그 안에 기소하지 못하면 석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16년 11월 20일, 최서원-안종범(청와대 경제수석)-정호성(청와대 비서관)씨를 일괄 기소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관련하여, 최서원씨와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모했는지, 그 과정에 뇌물수수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유일한 단서는 고영태씨의 진술뿐이었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해외로 출국했던 고영태씨는 자신의 한체대 동기인 노승일씨(K스포츠재단 부장)의 권유에 따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고영태씨는 최서원씨와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2016년 10월 28일에 있었던 고영태씨의 2차 검찰 진술조서).
<지금 현재 문제되고 있는 미르, ․K스포츠재단이 최초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제가 알지 못하지만, 미르재단은 문화 쪽, K스포츠재단은 체육 쪽을 담당함으로써 위 두 재단이 작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현 정부의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계획과 국가브랜드 사업을 달성하기 위해 문화․체육 분야와 관련된 청와대 비서실, 내각 및 유관기관의 핵심 요직을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들로 채우고, 현재 최순실이 미르,. K스포츠재단의 인사와 사업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위 두 재단 역시 현 정부의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계획과 국가브랜드 사업을 달성한다는 명분으로 최순실, 차은택이 대통령에게 제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진술은 고영태씨의 추정과 상상을 합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했다. 검찰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 이성한씨를 불러 조사했다. 이성한씨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씨 사무실 책상에는 항상 30㎝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다.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거의 매일 밤 사무실로 들고 왔다.
▲최순실씨는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 최씨는 이런 모임을 주제별로 여러 개 운영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라는 취지의 내용을 증언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성한씨는 검찰 조사에서 ?제가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은 없고, 고영태에게 전해들은 말이 일부 있을 뿐인데, 그것을 기자가 허위사실을 기사화하였다'고 진술했다.
?최순실의 취미는 대통령의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JTBC 보도 역시, 고영태씨가 JTBC 여기자(심수미)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떠벌린 말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이처럼 언론에 보도된 대부분의 기사들이 「고영태의 과장된 말」을 확인하지 않은 채, 보도된 것으로 드러나자,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은 증거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공소제기의 방식과 공소장)에 따르면,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사실이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으면 무죄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언론 보도를 기초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난관에 부딪혔고, 믿었던 고영태 진술마저 주장에 불과하지 물증이 없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에 근거하여 최서원-안종범씨의 공소장을 살펴보자.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최서원-안종범씨의 공동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다. 여기에 최서원씨 경우에는 사기미수와 증거인멸교사가, 안종범씨 경우엔 증거인멸교사가 추가돼 있다.
그렇다면 최서원-안종범씨가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 어떤 식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및 「강요」를 했다는 것인가? 공소장을 인용한다.
「이로써 피고인 최서원, 피고인 안종범은 대통령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직권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피해자 이승철 등 전경련 임직원, 피해자 삼성전자 대표 권오현 등 기업체 대표 및 담당 임원 등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486억원의 금원을 출연하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된 최서원-안종범씨의 공소장 내용도 위와 다름없는데, 맨 끝부분이 「피해자 현대자동차 대표 김충호 등 기업체 대표 및 담당 임원 등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288억원의 금원을 출연하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되어 있을 뿐이다.
이처럼 공소장에 어디에도 대가성이 있다거나,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표현이 없으며, 다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으므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라는 것이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다. 결국 검찰은 대통령과 최서원-안종범씨를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하여 뇌물죄로 기소하는 것은 무리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촛불집회를 의식한 듯, 공소장 서두에 「피고인 최서원, 피고인 안종범, 대통령의 공모 범행」이라는 항목을 넣었다. 공모해서 범행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적시해야 하는데, 공소장에는 그게 없었다. 다만, 대통령이 2015년 7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대기업 총수 7명을 단독으로 만나, ?문화,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여고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과 안종범 경제수석이 이를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전달한 게, 마치 「세 사람의 공모행위」에 해당하는 것처럼 기재했다.
만약, 공소장에 적시된 대로 「최서원, 안종범이 대통령과 공모하였다」면, 검찰은 「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만나 무슨 내용을 어떻게 공모했는지」를 구체적인 물증, 즉 합리적 의심이 가지 않은 물증들과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것은 대통령이 기업 총수 7명을 만났다는 사실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대통령을 엮었다」는 주장은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검찰은 최서원씨와 대통령이 접촉한 흔적을 찾기 위해, 최씨가 단 한 번이라도 통화한 흔적이 있는 모든 핸드폰을 추적했다.
▲ 최씨가 은행계좌를 개설할 때 사용한 핸드폰
▲ 최씨가 오피스텔 관리실과 통화한 핸드폰
▲ 최씨가 더블루K 조성민 대표와 통화한 핸드폰
▲ 최씨가 홍천 소노빌리지 콘도 예약 시 사용한 핸드폰 등인데, 이처럼 검찰은 최씨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다. 하지만 최씨가 정호성 비서관과 숱하게 통화한 증거는 찾았지만 대통령과 통화한 증거는 끝내 찾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최서원씨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하여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 최서원, 피고인 안종범, 대통령의 공모 범행」은 무죄가 되는 셈이다.
공소 유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난감한 가운데, 등장한 것이 「김수현 녹음파일」이다. 녹음파일 2천개 가운데 29개에 한해 녹취록을 완성한 검찰은 2016년 11월 28일, 녹음파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최철씨를 검찰에 소환했다. 최씨는 김종덕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 2014년 10월 2일, 장관 정책보좌관에 발탁돼, 조윤선 장관이 재임하던 시절까지 정책보좌관을 지낸 별정직 3급 공무원이다.
검찰이 최씨를 소환한 11월 28일은 최서원-안종범-정호성씨에 대한 재판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최철씨를 조사한 검찰은 그 다음날 박헌영씨(K스포츠재단 과장)를, 그리고 이틀 후인 12월 1일에는 고영태씨를, 12월 6일에는 「김수현 녹음파일」의 주인공 김수현씨를 검찰에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 네 명의 조사를 통해, 최서원씨와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나아가 뇌물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으려 했다.
검찰은 2천개의 녹음파일 중에서 녹취록 작성을 끝낸 29건의 대화 내용을 토대로 이들 4명을 추궁했다. 그 결과, 검찰이 얻은 것이라고는,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석 달 전에, 최철-고영태-김수현씨 등 3인이 주고받은 대화 속에 「300억짜리 재단」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는 점뿐이다. 검찰이 이를 최서원씨와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제시하더라도 「정황 증거」에 불과하므로, 최서원씨 변호인 측에 의해 반박당할 가능성이 높고,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도 불투명했다.
이럴 경우, 검찰은 이들 4명에 대한 진술조서를 설사 작성하였더라도, 최서원-안종범 사건 기록에 첨부하지 않고, 검사 개인의 캐비넷 속에 숨겨두면 그만이다. 사건의 진실 규명과 관계없이 검찰에 불리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고질적인 관행이다.
그런데 龍聖鎭 검사가 녹음파일과 관련된 최철-고영태-박헌영씨 등 3명의 검찰 진술조서를 최서원 사건의 기록에 첨부했다. 이 진술조서가 법원에 제출되면, 바로 공개되고, 그럴 경우, 「고영태 집단」에 의한 공무원 인사개입과 사기극 의혹이 드러날 위험이 있는데도 龍聖鎭 검사는 공개를 택한 것이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사건의 수사기록은 A4 용지로 2만5천여 페이지에 이른다. 수사기록은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일련번호가 매겨지는데, 최철씨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는 2만3362페이지에서부터 시작하고, 고영태씨 진술조서는 2만5260페이지에서 시작해 2만5809페이지에서 끝난다. 즉, 녹음파일에 대한 진술조서가 「최순실 사건」의 대미(大尾)에 해당된다는 이야기다. 「김수현 녹음파일」이 재판 막바지에 핵폭탄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龍聖鎭 검사는 왜 녹음파일과 관련된 진술조서를 「최순실 사건」기록의 말미(末尾)에 첨부했을까? 龍聖鎭 검사의 의도가 정말 궁금했지만, 현직 수사검사와의 인터뷰는 불가능했다.
龍聖鎭 검사가 검찰 측에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녹음파일 관련 진술조서를 공개한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다. 혹시라도 재판 막바지에 이 녹음파일이 공개되었을 경우, 그 후폭풍을 검찰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라 하더라도 龍聖鎭 검사의 처신은, 진실규명에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즉 검사로서 正道(정도)를 걸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 녹음파일의 존재와 그 폭발력을 익히 알고 있었던 사람은 최서원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서원씨 변호인으로 선임된 후,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많은 관련자들을 만났는데, 류상영씨도 그 중의 하나다. 류상영씨는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았을 때는 고영태씨 편을 드는 진술을 하였으나, 이경재 변호사와 만남을 통해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하고, 녹음파일 속에 육성으로 들어있는 「고영태 집단」의 사기극 의혹을 이경재 변호사에게 털어 놓았다.
이에 따라 류상영씨는 대통령 변호인 측에 의해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채택되었다. 때문에 녹음파일은 검찰이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증거물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녹음파일 속의 등장 인물 7명과 그들의 역할
녹음파일 속에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7명이다. 이 가운데 고영태-노승일-류상영-박헌영씨 등 4명은 모두 한체대(한국체육대학) 동문이다. 고영태-노승일-류상영씨는 95학번 동기이며, 박헌영씨는 97학번으로 2년 후배다. 노승일, 박헌영씨는 고영태씨 추천에 의해 K스포츠재단 부장 및 과장으로 입사했다.
나머지 3명인 이현정-김수현-최철씨는 정치권 주변에 맴도는 이른바 「정치꾼」이다. 특히 이현정-김수현씨는 TV조선 사회부장인 이진동 기자가 조선일보 기자를 사직하고,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안산지역구에 출마했을 때, 「이진동 캠프」에서 비서진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이 7명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사람은 이현정씨다. 이씨는 40대 후반의 여성으로, 「고영태 집단」의 최고 연장자다. 「김수현 녹음파일」의 주인공 김수현씨를 고영태씨와 연결시킨 사람이 이현정씨다.
이현정씨가 고영태씨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에 대해서 기자는 모른다. 다만, 김수현씨가 고영태씨를 만난 과정에 대해 '이현정이 '가방을 만드는 동생인 고영태가 있는데, 컴퓨터를 할 줄 모르니 컴퓨터 작업을 좀 도와 줘라. 고영태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 열심히 하면 돈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영태는 VIP 가방을 만들어서 돈이 많다'고 하였다'는 검찰 진술조서로 미뤄, 고영태씨의 고객인 것으로 짐작될 따름이다.
이현정씨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었던 이성헌 의원이 2010년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을 때 「이성헌 캠프」에서 선거참모로 일했다. 이처럼 이현정씨는 2008년에는 「이진동 캠프」에서, 2010년에는 「이성헌 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98학번인 최철씨는 육군 대위 출신이다. 최철씨는 2010년 1월 중순, 육군 대령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인 김옥이씨 비서관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그 해 8월, 이성헌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나갔을 때, 최철씨는 2개월 정도 「이성헌 캠프」에 파견됐다. 최철씨는 이때 연세대 출신이라 자처하는 이현정씨와 인연을 맺었다. 최철씨를 김종덕 문체부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천거한 사람이 이현정씨다.
이를 종합하면, 「고영태 집단」은 고영태씨를 중심으로 하여, 그 왼쪽에는 정치권 출신인 이현정-최철-김수현씨가, 그 오른쪽에는 노승일-류상영-박헌영씨 등 한체대 멤버들로 이뤄져 있다. 최철 보좌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현정, 고영태, 김수현 등이 저를 통해 문체부 정보를 취득하여, 문체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남들보다 용이하게 수주받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김수현씨는 왜 대화 내용을 녹음했을까? 다음은 김수현씨의 검찰 진술내용이다.
<문 : 진술인이 사용한 컴퓨터에는 2천개가 넘는 녹취파일이 저장되어 있던데 모두 진술인이 녹음한 것인가요?
답 : 예, 그렇습니다.
문 : 그런 녹음을 하여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 휴대전화에 녹음해 놓은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것으로, 평소 녹음을 습관적으로 하였습니다. 통화 녹음은 휴대전화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놓아 자동으로 녹음되었습니다.
문 진술인은 2016년 6월 22일경 친구 OOO에게 '지금까지 참고 지낸 것은 얻어낼 게 많고, 그 사람이 돈도 매우 많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답 : 그 사람은 최순실을 두고 한 말로, 최순실과 직접 일을 하지 않았으나 고영태가 최순실과 연결되어 있어서 고영태를 도왔는데, 고영태에게 제대로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말이었습니다.
문 : 또한 일부 녹취파일에서 진술인은 스스로를 ?꼬리?,?그림자?라고 말하던데, 어떤가요?
답 : 최순실 모르게 고영태를 도와줘서 '그림자'라고 말한 것은 맞습니다. '꼬리'라고 말한 것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김수현씨는 대화 내용을 녹음한 이유에 대해 '평소 녹음을 습관적으로 하였다'고 진술했으나,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입을 옷을 만든 「신사동 의상실」에 CCTV를 설치하고, 그 영상을 그가 한때 위원장으로 모셨던 TV조선 이진동 부장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녹음의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할 수 잇다.
한편, 검찰이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관련하여 녹음파일에서 찾은 것은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석 달 전에, 최철-고영태-김수현씨 등 3인이 주고받은 대화 속에 「300억짜리 재단」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대목과 관련된 고영태씨의 검찰 진술조서 내용은 이렇다.
<문 : 진술인(고영태)은 아래와 같은 대화를 듣거나 한 사실이 있는가요?
검사는 이때 대화 내용 녹취록을 제시한다.
★ 2015년 4월 24일 대화 내용. 이현정, 최철, 고영태, 김수현 대화.
최철 : 영태 형이…. 27일 대통령이 온단 말야. (순방 귀국) 그러면 이제 소장님(최서원)을 만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리 이런 얘기를 해놔야 자세히 인제 알아서 소화시켜야 할 것 아니야.
이현정 : 사단법인을 시작을 해서 최대한 빨리 자본금을 만들어서….재단법인을 만들어….
최철 : 예술국 문제….
★ 2015년 7월 29일 대화 내용. 최철, 고영태, 김수현 재단 설립 대화.
고영태 : 일단은 니들 머리에서 보고서 형식으로 쫘줘봐.
최철 : 30억씩 받아서 300억쩌리 재단인데….
김수현 : 10개 대기업에서 30억씩 꽂아가지고 300억짜리가 됐어…. 돗자리는 문체부에서 펴주고 복지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가는 거다. 이렇게 해야지….
답 : 예 그렇습니다.
문 : 어떠한 내용인가요?
답 : 2015년 4월 24일 대화 내용은, 정부든 기업이든 지원을 받아 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 활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단법인을 먼저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2015년 7월 29일 내용은 제가 최철 등에게 10개 기업들에게 30억씩 출연금을 받아 재단을 설립하는 보고서를 만들어보라고 시키는 내용입니다.
문 : 대기업에 출연금을 받아 재단을 설립하는 구상은 누가 한 것인가요?
답 : 저는 청와대에서 나온 문서로 알고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고, 최순실이 저에게 그러한 내용이 담긴 페이퍼 한 장을 주면서 설립방안을 알아 보라고 하였습니다.
문 : 페이퍼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나요?
답 : 제가 기억나는 키워드는 '문화와 체육으로 해서 각각 30억씩 10개 기업, 두 개 재단'이었습니다.>
검찰은 고영태씨의 이 진술을 최서원씨와 대통령이 공모한 증거로 보았다. 하지만 2015년 7월 29일경에는 미르재단 설립 움직임이 전혀 없을 때였다. 검찰 공소장에도 피고인 안종범이 대통령으로부터 미르재단 설립을 서둘러라는 지시를 받은 시점은 2015년 10월 19일경이라고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 사건」에 관련돼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들, 즉 고영태, 노승일, 박헌영, 김수현, 이성한, 조성민(더블루K 초대 대표이사), 정동춘(K스포츠재단 이사장), 김필승(K스포츠재단 이사) 등의 검찰 진술조서 어디에도 최서원씨가 청와대 문건을 보여주었다는 내용이 없다.
만약, 최순실이 그러한 내용의 페이퍼를 고영태씨에게 주었다면, 고영태씨가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왜냐하면 고영태씨는 태국에서 귀국한 후, 검찰에 자진 출두할 때, 최서원씨로부터 받은 모든 서류, 심지어 부동산 월세 계약서까지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타고 간 승용차(검정색 카니발)에 싣고 갔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심리 중인 한법재판소는 고영태씨가 헌재의 거듭된 요구에도 증인 출두를 거부하자, 고영태씨의 진술을 배척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고영태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傳聞(전문) 증거로 취급되기 때문에 증거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대신, 헌법재판소는 ?검찰이 확보한 고영태씨 등의 대화가 담긴 녹취파일 2000여개와 그에 대한 녹취록 29개를 헌재가 대신 받아달라?는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헌재는 검찰에 문서송부 촉탁을 신청했고, 검찰은 2월 10일 「김수현 녹음파일」일체를 헌재로 보냈다.
이로써 「최순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기자는 「김수현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고영태-박헌영-김수현-최철씨 등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를 다 읽었다. 진술조서에는 수십 개의 녹취록이 첨부돼 있다. 고영태씨가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증거에서부터 「고영태 집단」이 공무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들도 들어 있다.
「김수현 녹음파일」은 종편에 출연한 일부 패널들의 주장처럼 고영태씨가 친구들과 농담삼아 주고받은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사실이 이러한데 특검은 언제까지 「김수현 녹음파일」을 외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