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IT 기업은 어디일까? 구글, 페이스북, 혹은 애플을 꼽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물밑에서 그들보다 더 무섭게 세계 정복을 이뤄가는 그룹이 있다. 세계 최대의 커머스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닷컴 버블을 가장 잘 극복한 그룹이다. 10여 년 전 위기를 겪었지만 현재 세계 최고의 커머스로 우뚝 섰다. 2016년 아마존의 성과는 굉장하다. 2015년 대비 2016년 반기 매출은 31% 올라 약 300억 달러 정도가 되었다. 순이익은 무려 853% 상승해 8억 5천7백만 달러 정도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런 결과의 비결은 무엇일까?
1. 핵심 사업
투자자의 관점으로 현재 아마존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은 ‘아마존 프라임’과 ‘아마존 웹 서비스’다.
아마존 프라임은 연간 99달러로 아마존의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리미어 정액 서비스다. 여기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략적으로 꼽아보았다.
- 2일 총알 배송
- 음악
- 영상 콘텐츠(영화, TV 프로그램 등)
- 크라우딩 사진 저장 공간
- 워싱턴 포스트 구독
- 킨들 전자책 도서관
- 프라임 나우(일부 2시간 총알 배송)
- 기프트 카드
- (그 외……)
얼핏 살펴봐도 엄청난 혜택이다. 일단 아마존 프라임에 들어오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사실상 온종일 아마존의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든다. 온라인 미디어 ‘쿼츠’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는 미국에서만 6,300만 명에 이른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세계 최대의 크라우딩 컴퓨팅 플랫폼이다. 서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이 간편하게 최적화를 할 수 있도록 각종 툴을 제공한다. 세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물론 애플 iCloud, CIA까지 아마존 웹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앞으로 5년 안에 아마존 웹 서비스의 수익이 아마존 자체보다 커지리라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아마존은 서점 회사도, 커머스 회사도 아닌 ‘서버 제공 회사’로 진화 중인 셈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현재 아마존의 핵심 사업이며, 아마존 웹 서비스는 아마존의 미래를 책임지는 유망주다. 하지만 이 둘이 전부는 아니다.
2. 생태계
아마존 프라임과 아마존 웹 서비스는 아마존이 더 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수단이다. 그것은 ‘사람의 시간을 지배하는 생태계‘로서의 아마존이다. 아마존이 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떨어지는 사업도 모두 사람의 시간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사업들이다.
아마존 프라임으로 상징되는 커머스는 사람의 구매를 장악한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데이터를 장악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디어다. 정보 전달을 장악한다.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아마존은 IT 회사로써는 희귀한 ‘목소리’를 얻었다.
아마존 에코는 비서다. 아침에 일어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알렉사(Alexa)를 호출하면 날씨, 뉴스(물론 워싱턴 포스트다!), 식사(아마도 아마존을 통해 구입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등을 챙겨준다. 티켓 구매부터 (아마존을 통한) 생필품 예약까지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해준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오락이다. 여가를 장악한다. 아마존은 스튜디오를 통해 영화 및 영상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고, 에미 상에 16개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며 이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 넷플릭스를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혹자는 아마존이 서점 시장을 점령했듯, 워너 등의 영화 제작 시장도 잡아먹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일단 아마존의 생태계에 편입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너무나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서비스가 하나로 합쳐져 유기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 외의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2lemetry는 사물 인터넷 플랫폼을 장악한다. 자동차 사업, 에듀테크 등의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모두 개인의 ‘시간’을 장악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워싱턴 포스트는 그 자체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신문 사업이다. 하지만 아마존에 편입되어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정기 프리미엄 상품에 ‘한 부분’으로 편입된다면? 훌륭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거 한국의 재벌의 문어발 경영이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아마존은 더욱더 체계적이다. 치밀하게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하나 추가해가며, 본인의 생태계 제국에 모든 개인이 편입되기를 권유하고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이 모든 일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나 애플과는 달리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언론 노출을 꺼린다. 언론사 사주가 된 후에는 더욱더 본인 마음대로 언론 노출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주목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으로 가는 사이에 그는 차곡차곡 자신의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
심지어 과거의 독점과는 달리 아마존의 독점적 생태계는 시장을 키우고 모두에게 이익을 나눠준다. 아마존 프라임의 다양한 혜택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훌륭한 신개념 제품이다. 물론 아마존이 가장 큰 수혜자다. 아마존은 현재 미국 전체 소매시장 성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생태계에 대항하려면 오로지 ‘생태계’밖에 없다고 커머스 및 플랫폼 사업가 Jon Nordmark는 조언한다. 더욱 많은 서비스가 서로 모여 시너지를 만드는 대안을 만들어야만 이 플랫폼에 맞설 수 있다. IT를 중심으로 묶인 초거대 ‘생태계’들의 경제 전쟁의 시대가 오고 있다.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할 만하다.
‘Amazon Ecosystem Lock-In = PRIME + Echo + 2lemetry‘는 아마존이 어떻게 이용자들의 시간을 점령하는 ‘생태계’를 건설하고 있는지 잘 알려준다.
쿼츠의 기사 ‘Amazon’s ability to turn a profit is no longer a cool trick‘은 아마존이 어디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지, 그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했다.
제프 베조스의 세계 정복기(?)를 다룬 ‘Jeff Bezos wants to rule the world‘는 아마존의 놀라운 성공의 뒷면에 끈질긴(relentless) 문화가 있고, 이는 내부 직원의 성과 무한전쟁을 위한 무자비한(ruthless) 대우로 이어진다는 인상적인 폭로를 펼친다.
원문: 김은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