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8. 20:12ㆍ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젊은층 해방감 건드린 '30조원 괴물 메신저'
입력 : 2017.02.18 03:00
내달 상장 앞둔 '스냅챗', 메신저·SNS 경계 타고 빠르게 성장
작성 중 손가락이 미끄러져 실수로 보내버린 카카오톡 메시지, 오타를 미처 발견하기 전에 전송해버린 이메일… '아차' 싶지만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이다. 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다니던 레지 브라운이라는 청년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온라인 채팅 중 사진을 전송한 것을 후회하면서 "상대방이 사진을 받는 순간 증발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친구의 고민을 듣고 있던 에번 스피걸(Spiegel·26)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당장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스피걸은 또 다른 스탠퍼드대 학생인 바비 머피(28)와 의기투합해 수신자가 확인하면 메시지가 지워지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스냅챗(Snapchat)'을 만들어 그해 9월 출시했다.
- ▲ 왼쪽부터 미국 팝가수 리한나(28), 캐나다 출신 팝가수 저스틴 비버(22), 배우 제시카 알바(35), 바비 머피(28) 스냅챗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스냅챗으로 찍은 사진. 스냅챗에서 찍은 사진은 상대방이 확인하면 10초 안에 사라지지만 사진을 찍은 당사자는 이를 저장해서 보관하거나 다른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다. / 각 스타의 소셜미디어 계정 및 스냅챗 홈페이지
미국의 10~2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냅챗은 이렇게 탄생했다. 스냅챗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이지만 성격은 다르다. 스냅챗에서 보낸 글과 사진은 상대방이 확인하면 10초 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독특한 카메라 효과를 이용하면 우스꽝스러운 사진도 연출할 수 있다.
10대들은 스냅챗의 '휘발성'에 열광했다. 스피걸과 머피가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스냅챗은 중고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출시 초반 1000명 수준이었던 하루 평균 사용자는 지난해 1억5000만명을 돌파, 트위터를 추월했다.
기업 상장 규모 30조원 이를 듯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Snap)'은 오는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다. 미국 언론과 월스트리트는 스냅챗을 '올해 가장 기대되는 기업공개(IPO)'로 보고 있다. 상장 후 회사의 기업가치는 200억~250억달러(약 23조~3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뉴욕 증시에 입성한 알리바바(168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스냅챗이 주목받는 이유는 변덕스럽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한 18~34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스냅챗 사용자의 70%는 35세 미만이다. 이 가운데 18∼24세 사용자는 하루에 20회 이상 스냅챗을 이용하고 평균 체류 시간은 30분이다.
전통적인 광고 방식이 통하지 않는 젊은층에게 제품을 홍보할 방법을 찾던 기업들은 스냅챗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앞다퉈 스냅챗에 계정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스냅챗은 4억달러(약 4569억원) 매출을 모두 광고로 올렸다. 주요 수익원은 동영상 광고다. 스냅챗에서 CNN, 이코노미스트 등 미디어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면서 그 사이에 동영상 광고를 노출하는 식이다. 또 다른 광고 모델은 '렌즈(특수효과를 주는 카메라 필터)'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은 자사 제품의 특징을 담은 재치있는 렌즈를 스냅챗에 제공해 브랜드를 노출시킨다. 세계 최대 광고회사 WPP도 지난해 1024억원을 스냅챗에 투자했다. 마틴 소럴 WPP CEO는 "스냅챗은 구글과 페이스북을 이을 제3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점 1
사생활 유출 사고가 없다
스냅챗은 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작다. 오늘날 10~20대는 소셜미디어에 잘못 올린 사진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훗날 입사 면접이나 이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스냅챗은 페이스북처럼 기록이 남지 않아 뒤탈이 없는 데다가 가족과 지인의 염탐이나 감시에서도 자유롭다.
스냅챗의 두 창업자는 "친구들이 입사 면접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들을 서둘러 삭제하고 포토샵 처리 한 대외 이미지용 사진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스냅챗 같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강점 2
타인 시선 벗어난 해방구
24시간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연결된 10~20대는 온라인에서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들에게 '좋아요' 기능이나 댓글창이 없는 스냅챗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해방구다. 미 텍사스대에 재학 중인 앤드루 와츠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좋아요'를 받기 위해 잘 나온 사진을 심사숙고해 골라야 하지만, 스냅챗에서는 있는 그대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나 영상이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지기 때문에 꾸미지 않은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스냅챗에 투자한 벤처투자자 제러미 류는 "자기 검열이 필요없다는 게 스냅챗의 장점"이라고 했다. 스피걸 CEO도 "과시적인 측면이 강한 페이스북의 대안이 될 만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스냅챗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보여주는 소통 창구"라고 정의했다.
강점 3
사진 소멸 전에 보려 접속 증가
즉각적인 소통 방식에 시각적인 재미를 더한 것도 스냅챗의 인기 비결이다. 스냅챗 사용자들은 글보다 사진과 짤막한 영상으로 소통한다. 사용자들은 하루 평균 25억개, 초당 9000개의 사진을 주고받는다. 하루 동영상 시청 횟수는 100억회를 넘어섰다. 스냅챗은 스스로를 '카메라 기업'으로 분류한다.
- ▲ 스냅챗 '스펙터클(Spectacles)' 동영상 선글라스.
스냅챗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사진과 영상은 가볍고 장난스럽다. 사용자들은 셀카에 낙서를 하거나 특수효과를 주는 카메라 렌즈를 적용하기도 한다. 렌즈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얼굴을 변형시키는데, 입에서 무지개를 토해내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렌즈, 친구와 얼굴을 맞바꾸는 렌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에 스냅챗은 '스펙터클(Spectacles)'이라는 동영상 선글라스도 선보였다. 선글라스에는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있어 착용자 시점에서 보이는 모습을 촬영해 바로 스냅챗에 올릴 수 있다.
실시간이라는 희소성도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스냅챗에서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스토리'는 24시간 안에 소멸되기 때문에 친구들의 스토리를 놓치고 싶지 않으면 하루에 여러 번 접속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스노우, 스냅챗 추격 나서
상장을 앞둔 스냅챗이 넘어야 할 문턱은 아직 높다. 지금은 10~20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페이스북이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앞서 2013년 스냅챗을 30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겠다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사진 기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스냅챗 '스토리'와 같은 이름의 유사한 기능을 도입했다. 인스타그램은 하루에 약 1억5000만명이 '스토리'를 사용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스냅챗의 하루 평균 사용자 수에 육박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스냅챗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메이투', 네이버의 '스노우' 등 스냅챗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아시아판 스냅챗'도 등장했다. 경쟁 심화 탓에 지난해 4분기 스냅챗의 신규 가입자 증가율은 5%에 그쳤다. 1년 전(11%)의 반도 안 된다. 스냅챗이 상장 이후 성장 정체를 맞이한 트위터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의 애널리스트인 캐시 보일은 "스냅챗은 페이스북 같은 시장 지배자가 베낄 수 없는 고유의 판매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스냅챗 사용법
스냅챗은 앱을 열자마자 카메라 화면부터 나타난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1~3초 정도 누르면 화면 하단에 다양한 카메라 렌즈 아이콘이 등장한다. 원하는 렌즈를 누르면 얼굴에 특수 효과를 입힐 수 있다. 촬영 아이콘을 눌러 스냅(사진)을 찍는다. 오른쪽 하단 화살표 아이콘을 누르면 스냅을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 스냅의 소멸 예정 시간은 1~10초 사이로 설정할 수 있다. 사진 대신 영상을 찍으려면 화면 하단의 동그란 촬영 아이콘을 3초 정도 꾹 누르면 된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7/2017021701598.html#csidx74ab17e54266c419cab796168119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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