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기준, 정부도 기업도 모른다"
섣부른 정규직 전환 추진, '알바생' 대거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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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지친 인형 아르바이트생이 물을 마시고 있다.2016.7.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당장 공공기업들부터 적용 범위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에까지 정책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와 재계 안팎에 가장 난제로 꼽히는 집단은 '아르바이트생'들이다. 정부가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는 이들과 특성이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열악한 처우 받는 알바생들, 정규직 전환 포함돼야 할까?
4일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달 22~29일 전국 알바생 총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알바생, 대통령에게 바란다' 설문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용직 알바'를 추천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 조사 결과에는 일용직 알바 체험을 통해 청년들의 버거운 삶을 알아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경기도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위해 지난해 2~3월 도내 청년(20∼34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7%가 "아르바이트 중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마다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은 배제돼 있다.
대다수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규직 추진 방안에 포함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대형마트 등 규모가 큰 대부분의 유통기업들은 캐셔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명절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아르바이트생들을 대거 고용할 뿐 이미 정규직 전환 작업을 상당히 진행했다.
문제는 편의점 및 영세개인사업자들이다. 이들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아르바이트생들 입장에서는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못받게되면 근로를 기피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상시 고용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편의점 가맹점주들이나 영세업자들이 인력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이랜드 임금체불 사태 등 비정규직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대부분 아르바이트생들에게서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아르바이트생들을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전면 배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규직 전환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보고 어떤 방식으로 설정해야할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섣부른 정규직 전환 추진, 열악한 알바생 급증 야기
홍대입구역 근처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명현씨(28)는 최근 당황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김씨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당시 고용주로부터 4대보험이 모두 적용되는 정규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1년 이상 근무했음에도 퇴사할 때 퇴직금 등 정규직 직원들이 받아야 할 혜택을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그는 "약속과 다르지 않냐고 따졌지만 근로계약서가 없어서 항의하는 것으로 포기했다"며 "일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부당한 처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새 정부 역점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르바이트생 등 시간제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은 되레 낮은 편이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허술하게 추진되고 자리잡을 경우 기업이나 고용주들은 아르바이트생 형태의 시간제 비정규직 채용 규모를 기존보다 대폭 늘릴 수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된 이들을 늘려 정규직 전환에 드는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기존 비정규직이었던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다수의 기업들은 일부 직원들만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면서도 "이후부터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들보다 많은 인력을 아르바이트 형태의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