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는 UN 제재결의안 위반인가

2017. 6. 13. 20:23이슈 뉴스스크랩

개성공단 재개는 UN 제재결의안 위반인가

견해 대립 팽팽

기사입력 2017-06-09 14:49:33| 최종수정 2017-06-12 17:22:24


경기도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조용하다.[사진=김호영기자]이미지 확대
▲ 경기도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조용하다.[사진=김호영기자]

Q: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는 대북제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안보리 제재 결의를 담당하는 위원들과 대화해야 할 문제"라고 답변했는데요. 개성공단 재개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 맞나요?

A: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보리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응징 목적으로 지난해 3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돈과 물품의 유입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고강도 대북제재, 안보리 결의 제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기존 대북 조치를 더욱 확대·강화한 안보리 결의 제2321호를, 지난 2일에는 신규 대북제재 안보리 결의 제2356호를 채택했습니다. 특히 제2321호의 제32항은 '대량파괴무기(WMD)와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대북 무역에 대한 공적·사적 금융 지원 및 보증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정국 직전인 지난 2월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로 손꼽히던 문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하루빨리 피해 기업들의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개성공단은 재개돼야 한다"고 썼습니다. 또한 "정권교체를 이루면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을 2단계 250만평을 넘어, 3단계 2000만평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 1일 문 대통령은 제주평화포럼 축하 메시지를 통해 "남북이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는 대한민국이 만든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켜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해 개성공단 재개를 포함한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북한에 달러 지원'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이 크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에 대해 "2000년 중반에 개성공단을 열어 평양이 1년에 1억달러를 벌도록 해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일부분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말 한국을 찾았던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최고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정부가 그런 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북한 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E) 부소장 역시 지난 5월 말 PIE 홈페이지에 올린 '개성공단, 문재인정부,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라는 제목의 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은 남한 정부가 북한에 경화(달러와 같이 널리 통용되는 통화)를 직접적으로 건네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미국 측 대표를 지낸 윌리엄 뉴컴은 한 북한 인권 세미나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재가동을 위해서는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견해 대립

개성공단 재개가 대북제재 결의안에 위반이 되는지에 대해 국내 관련 전문가들은 입장이 엇갈립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와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개성공단을 재개하면 어렵게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맡았던 김진향 전 카이스트 교수는 '대북제재 유엔 안보리 결의안 중 주요 조항(대량현금 대북이전 금지·사적 금융지원 금지 등)이 개성공단이 한창 가동 중이던 과거(2013년)에 이미 채택된 점'을 근거로 "그것을 지금 가져와서 적용하는 건 '우격다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 관련 법제에 대해 연구해 온 유욱 변호사도 레이더P와 전화 통화하면서 "벌크캐시(대량의 현금 유입) 제재 내용은 애초 개성공단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남은 문제는 개성공단 내 은행 지점 설립과 남북 경협 문제(교역에 대한 지원 시스템)인데, 전자는 결의안 위반 가능성이 있어 추후 개성공단이 재개될 때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직불 체제'로 형태를 바꿔야 하고, 후자는 유엔 제재위원회의 '예외 조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극복 불가능한 장애가 아님을 지적한 겁니다.

김익겸 개성공단기업협회 과장은 "유엔 산하에 제재위원회가 있고, 그곳에서 개별 케이스로 (결의안 위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며 "현재 유엔에서도 개성공단 재개 자체가 '결의안 위반이다, 아니다라는 것은 판단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태도 변화와 국제사회의 대북기조 전진 등 여러 조건이 선결적으로 해결돼야 개성공단 재개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