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2. 21:20ㆍ이슈 뉴스스크랩
[특파원+] 북핵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는 5가지 이유는
한국과 미국이 이번 주에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돌입하고, 북한이 ‘무자비한 보복과 징벌’ 위협을 가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곧 발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미국의 시사 종합지 ‘타임’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사태가 일시적인 소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갈수록 악화할 수 있는 5가지 요인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와일드카드, 트럼프
한반도에서 지난 60여년 동안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항상 북한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미국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타임은 “깜짝 놀랄 만큼 속이 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극단적으로 호전적인 말을 하면 그것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을지훈련을 위해 경기도 평택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에 대기 중인 아파치헬기. 사진=연합뉴스 |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정반대로 북한 문제에서 ‘슬램 덩크’를 노릴 수도 있다고 타임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00일이 지났지만 아무런 정치적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의 도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대외 정책에 관한 한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핵 게임으로 허세를 부리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한다. 그런 김 위원장이 괌 포위 사격 위협을 했다가 한발 뒤로 물러났다. 괌은 미국의 군사 요새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와 이지스 구축함 등이 괌에 포진해 있다. 북한이 만약 괌 주위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사드 등을 통해 이를 격추할 계획이다. 미국의 미사일 요격이 성공하면 김 위원장의 도박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에 동참하는 등 북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타임은 “김정은이 미국의 위협을 받는 동시에 중국의 압력을 받고 있어 뭔가 한 방을 날릴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쫓기는 중국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손에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좋은 카드가 남아 있지 않다. 중국은 미국과 한 판 붙고 싶은 생각이 없다. 중국이 북한과 관계를 단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상태를 무기한 방치하면 장기적인 전략으로 볼 때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경제 성장을 계속하면서 강대국으로 평화롭게 부상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예기치 않는 사태가 터지면 중국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타임은 “중국에는 나쁜 카드만 남아 있지만, 북한 사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이 행동에 나서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것이 어느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알 수가 없다고 타임이 강조했다.
◆샌드위치 신세, 한국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대북 햇볕 정책을 계승해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경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다. 중국은 한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한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한국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결정을 내렸다가 중국의 경제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타임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 강행 입장을 밝혔고, 중국은 추가 보복 위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은 “한국이 북한의 손쉬운 타깃이 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위기 사태의 악순환
북한 문제는 현재 국제 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지정학적 이슈이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은 북한 문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 이해가 걸려 있는 국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강대국들이 아무 조처도 취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져 간다. 이 때문에 더는 견딜 수 없는 절박한 입장에 처한 국가가 특정 조처를 단행하면 나머지 국가들도 손에 든 패를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타임은 “차가운 두뇌가 이기고, 전통적인 외교가 작동하기를 바라지만 세계는 최근에 그런 행운을 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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