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만 나홀로 성장…한국경제 활력 '이상신호'

2017. 8. 24. 20:35C.E.O 경영 자료

부동산만 나홀로 성장…한국경제 활력 '이상신호'

입력시간 | 2017.08.24 13:00 | 김정남 기자  jungkim@edaily.co.kr


韓 제조업, 美·獨 등 주요국보다 활력도 더 낮아
'현상 유지' 급급한 제조업, 질 좋은 일자리 줄어
부동산만 활황…2분기 부동산업 대출 사상 최대
생산성 낮은 서비스업 많아져…잠재성장률 우려
부동산만 나홀로 성장…한국경제 활력 `이상신호`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원문동의 한 상가에 줄지어 서 있는 부동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 경제의 첨병 역할을 했던 제조업의 성장세가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다.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는 ‘이상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반면 부동산업은 그야말로 ‘역대급’ 활황을 보이고 있다. 영세 자영업도 부쩍 많아지고 있다. 산업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곧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직결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력 점점 떨어지는 韓 제조업 

24일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1~2015년 국내 제조업의 신생률은 14.9%로 2006~2010년(18.1%)보다 하락했다.  

신생률은 활동하는 기업 수에다 금년 새로 생긴 기업 수를 나눈 수치다. 신생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국내 산업계에 ‘새 얼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성숙 경제에 접어든지 오래인 미국(24.9%)과 독일(21.9%) 같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소멸률도 마찬가지다. 국내 제조업의 소멸률은 2011~2015년 10.1%로 직전 5개년(11.7%)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이 역시 미국(22.0%)과 독일(31.9%)보다 낮다.

신생률과 소멸률을 합한 교체율도 지난 5개년 25.0%로 주요국보다 훨씬 저조했다. 미국과 독일의 교체율은 각각 46.9%, 53.8%에 달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제의 주요 과제인 저성장화를 해소하려면 우수한 기업의 신규 진입을 활성화하고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퇴출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의 활력이 떨어지다보니 세계적인 업체 수도 적어지고 있다. 특히 포브스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2000대 기업을 보면, 2000년대 들어와 신설된 국내 제조업체 중 글로벌 업체가 된 곳은 2개사에 불과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2개사, 11개사에 달한다. 국내 제조업계의 창업과 사업재편이 이들 주요국에 비해 미흡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제조업계가 ‘현상 유지’에 급급하는 것은 우리 경제 전반의 성장세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저수익 체질이 고착화하면 질 좋은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제조업의 대출 수요가 미미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의 대출금은 전기말 대비 1조2000억원(0.4%↑) 증가하는데 그쳤다. 1분기 대출금(6조2000억원)보다 5조원가량 더 적었다. 

최근 초호황인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 분야만 1조3000억원(1.7%↑) 증가했을 뿐 1조원 이상 대출을 받은 업종은 한 곳도 없었다.

부진의 늪에 빠진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의 경우 2분기 1조8000억원(8.9%↓)을 갚았다. 이종현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조선업종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하면서 대출 증가율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운송장비의 현재 대출 잔액은 18조7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7% 감소한 것이다. 이 정도 증감률은 사상 최저치다. 

자동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동차·트레일러업은 2분기 금융기관에 2000억원을 갚았다. 전기 대비 0.7% 감소한 것이다. 

부동산만 나홀로 성장…한국경제 활력 `이상신호`
지난 2011~2015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4개국의 제조업 신생률, 소멸률, 교체율 현황이다. 국내 제조업의 신생률과 소멸률은 성숙 경제로 이미 진입한 미국과 독일보다 더 낮았다. 그만큼 산업 활력도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출처=현대경제연구원·통계청


◇부동산 시장만 유독 고공행진 

반면 유독 고공행진을 벌이는 곳이 있다.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올해 2분기 부동산업 대출금의 증가 폭은 사상 최대치(6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부동산업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서비스업을 통칭하는 것이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외에 부동산 개발업, 상가 임대업 등도 포함된다. 

6월말 현재 부동산업 대출금 잔액은 182조9000억원인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2%나 급증한 것이다. 사실상 나홀로 성장세다. 

부동산업에 이은 대출 증가 업종이 숙박·음식점업 등이라는 점도 ‘불안한 성장’의 단면이라는 평가다. 2분기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을 합한 대출금은 3조3000억원 증가했다. 현재 잔액은 부동산업에 버금가는 174조50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