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올 들어 전개된 강세장으로 주요 그룹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결과다. 삼성 뿐 아니라 SK, LG 등 올해 시가총액이 100조~200조원 가량 늘어난 곳이 다수다. 내년 전망이 나쁘지 않아 덩치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머니투데이가 취합한 10대 그룹사 소속 95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964조원(14일 종가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 1641조원 중 58.7%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난 연말(726조원) 대비 32.9%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 말(877조원)과 비교해도 9.9% 커진 수치다.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특히 삼성그룹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를 포함한 16개 상장사들이 시가총액 51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10대 그룹 전체 중 53.3%에 해당한다.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은 지난 연말에 비해 41.1% 성장했다.
삼성에 이어 SK하이닉스를 내세운 SK그룹이 전년대비 시가총액을 44.8% 키우며 2위 자리를 차지했다. 90조원이던 그룹 시가총액은 130조원으로 불었다. 덩치를 2배가량 키운 SK하이닉스를 필두로 SK이노베이션, 지주사 SK 등 상장사가 효자노릇을 했다.
LG그룹 역시 LG화학과 LG전자의 쌍끌이 성장을 타고 시가총액을 40.4% 불렸다. 99조원에 육박한 시가총액을 달성하며 지난해 2위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3위에 자리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 직격에 미국 시장 부진까지 겹친 현대차그룹은 올해 1.4% 성장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SK그룹에 2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LG그룹에도 덜미를 잡혔다. 시가총액이 1조7025억원 줄어든 기아차의 부진이 컸다.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지주사 체계로 전환한 롯데그룹도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사드 보복조치 영향이 큰 상장사가 많고 올해 부진했던 내수중심 그룹 포트폴리오의 영향으로 지주사 전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 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효과를 보며 50% 가까이 시가총액이 불어났다. 시총기준 순위는 7위다. 이밖에 포스코그룹은 5월 이후 본격화된 중국발 철강업 구조조정 영향을 타고 33조원대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시총 증가율이 9%에 불과했으나 하반기에 늘어난 3조원의 시가총액으로 22.5% 성장률을 기록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올해 전체적으로 내수보단 수출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며 "주가는 기업의 이익과 연결되는 만큼 이익 개선 비중에 따라 시가총액 성장폭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별 종목기준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기업은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켐텍으로 전년말 대비 177.9% 성장한 시가총액 1조97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대비 153% 시가총액을 키우며 상장 1년 여만에 효자 계열사 위치를 꿰찼다.
그 뒤를 △삼성전기(96.9%) △삼성SDI(96.3%) 등 삼성그룹주가 이었다. LG그룹의 실리콘웍스(96.1%)와 LG이노텍(88.3%), SK그룹의 SK하이닉스(86.6%)도 80%이상 성장세로 그룹 시가총액을 견인했다. 가장 많이 덩치가 줄어든 10대 그룹 상장사는 롯데제과로, 분할로 인해 71.8% 시가총액이 줄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