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오고 있는 故 노무현 대통령.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부부싸움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지난달 25일 고(故)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정 의원을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자살과 그 일가(一家)의 비자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 일가에 제기됐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과 관련된 640만 달러의 뇌물수수 진상 등 갑작스런 서거로 덮어두었던 의문에 대해 특검법을 도입해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의 재임 중에 일가가 수백만 달러 뇌물을 받았다는 건 그냥 덮고 넘어갈 수가 없고 이걸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적폐청산”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미화 640만 달러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검찰 수사가 중단됐다.
당시 검찰은 수사를 종결지으며 ‘노무현 前 대통령에 대하여는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이라고 발표했다. 즉 사망한 노무현을 제외한 다른 가족에 대한 수사는 포기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뒤 권양숙, 노건호, 연철호, 노정연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월간조선》은 2009년 노무현 일가(一家) 비자금 사건 검찰 조사시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새로운 혐의인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관련 의혹, 이른바 '13억 돈상자=100만달러 환치기 혐의'에 대해 2012년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하단에 노정연 씨와 '13억 돈상자'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 보도했던 《월간조선》 2012년 2월호와 4월호 기사 전문을 옮긴다.
   
월간조선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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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중단된 盧武鉉 수사

노정연(노무현 딸)과 ‘13억 돈상자’의 미스터리

⊙ “내가 노정연 측으로부터 돈상자 일곱 개를 받아 경연희(미국에 사는 노정연의 知人) 쪽으로
    넘겨주었다”는 이균호씨, 돈상자 사진 공개
⊙ 13억원의 정체는, “노무현 딸(정연)이 경연희에게 ‘換치기’로 건네준 콘도 매입 관련 자금”이라는
    주장 檢證
⊙ ‘권양숙씨가 100만 달러 든 가방을 대통령 전용기에 싣고 미국으로 반출’ 주장은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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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호씨가 경연희씨로부터 받아 보관한 현금 상자. 2009년 1월 12일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1만원권이 꽉 찬 세 개의 사과상자를 이균호(미국명 제임스 리)씨가 휴대전화기로 찍은 시각은 사진 밑에 2009년 1월 12일 오후 3시6분으로 적혀 있었다. 지난 1월 8일 경기도 광주(廣州)의 한적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필자에게 이렇게 설명해 갔다. 
  
  이 사진을 찍기 며칠 전 미국 코네티컷주 폭스우즈 카지노에서 한국인 담당 이사로 근무 중이던 형 이달호(미국명 돈 리)씨가 동생 이균호씨에게 전화를 걸더니 경연희씨를 바꿔주었다고 한다. 이씨는 형이 관리하는 카지노의 단골손님인 경연희씨(삼성종합화학 전 회장 딸)를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경씨는 누군가가 연락을 할 터이니 돈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하였다고 한다. 직후에 “경연희씨로부터 소개를 받았다”면서 이균호씨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다. 두 사람은 만날 약속을 확정짓기 위하여 서너 번 전화를 더 하였다. 이균호씨는 “내가 전화를 할 때마다 전화기가 늘 꺼져 있어 받기만 하였다”고 했다. 두 사람이 ‘접선’을 약속한 곳은 경기도 과천 전철역의 출구(出口). 시각은 2009년 1월 10일 오전 10시 전후(前後)라고 이씨는 기억했다. 그는 운전기사가 있는 남의 자동차를 빌려 약속장소로 갔다. 그날은 매우 추웠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사나이
 
  전철역 출구에서 만난 사람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내가 빌린 차에 그분을 태웠습니다. 그가 시키는 대로 우회전, 우회전하니 비닐하우스가 있는 한적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길가에 사과상자와 라면상자가 섞여서 일곱 개가 쌓여 있었습니다. 1만원권으로 속이 찬 상자였어요. 그걸 가져가라는 거예요. 저는 수표로 받는 줄 알았는데,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13억을 받았다는 사인을 해달라는 거예요. 그전에 경연희가 ‘수령증을 써달라고 할 터이니 그때는 내 이름을 써라’고 했어요. 수령증을 써주면서 이들이 일을 좀 서툴게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상자를 차에 실었어요?
 
  “예. 싣고 이동 중에, 경연희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양재동에 들러 삼촌뻘 되는 누구에게 그 반, 즉 6억5000만원을 전해달라는 거예요. 제가 ‘운전기사가 옆에 있어 중간에 상자를 풀 수가 없으니 일단 내 집으로 간 뒤 연락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조금 있으니 한 남자가 휴대전화로 연락이 와서 만날 약속을 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세들어 살던 역삼동의 원룸에 돈상자 일곱 개를 일단 올려다 놓고는 돈을 세어 6억5000만원을 네 개의 박스에 넣었습니다. 근처에 사는 누나를 불러 무거운 상자를 들고 르네상스 호텔 사거리로 가져갔습니다. 하도 추워서 큰길가에 돈상자를 쌓아놓고는 던킨 도너츠 집으로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창 너머로 감시를 하였습니다. 이윽고 50대 남자가 나타났어요. 아우디를 몰고요. 명함도 받았는데, 이름이 ‘은○○’라고 기억해요. 경연희와 동업관계인지, 여하튼 외제 자동차 판매상을 한다고 들었어요.”
 
  ―그 사람도 마스크를 썼나요?
 
  “아니에요. 그 사람이 ‘이게 뭐예요’ 해서 돈이라고 했더니 ‘어’ 해요. 그도 수표인 줄 알았는데 현금이니 놀랐을 거예요. 차로 실어갔습니다.”
 
  ―나머지는 언제 전했습니까?
 
  “다음 다음 날입니다. 경연희가 나머지도 그 사람에게 주라고 하더군요.”
 
  이균호씨는 세 개의 돈상자를 이틀 묵히면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두었다고 하였다. 돈상자를 받은 직후 언론에서 노무현(盧武鉉) 일가(一家)를 둘러싼 불법자금 문제가 보도되더니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었다. 이씨는 조금 찜찜하였지만 부르는 곳은 없었다.
 
 
  ‘고다리’의 폭로
 
노무현 비자금에 대한 ‘고다리’의 폭로가 실린 2010년 9월 12일자 《SECRET OF KOREA》.
  2010년 9월 12일 미국교포 안치용씨가 운영하는 폭로 사이트 《SECRET OF KOREA》 자유게시판에 ‘고다리(this4u2003)’란 사람이 이런 글을 올렸다(이 글은 같은 날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에도 실렸다).
 
 < 저는 미 동부에 있는 호텔 카지노에서 10년 가까이 한국인 담당 마케팅 이사로 일해 왔던 사람입니다. 그러던 중 전 삼성사 계열 그룹 회장으로 있던 경○○과 그의 딸 경연희가 미화로 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밀반출하였고, 그중에 일부가 (노무현 딸) 노정연과 관련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연희씨는 수차례에 걸쳐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들로부터 2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전달받았으며 처음 미화로 백만 달러를 받았을 때는 일련번호가 차례로 나열된 새 돈이어서 모 카지노 호텔방에서 담뱃재를 털어가면서 구겨서 조금씩 세탁하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고, 2009년 초에는 코네티컷주에 있는 폭스우즈(FOXWOODS) 카지노에서 노정연과 통화 후(통화 당시 옆에 있었음) 당시 환율로 14억(편집자 注-13억의 착각인 듯)은 제 가족 중 일인(一人)에게 전달하였고, 이는 경연희와 관련된 은○○(注-편집자가 익명화)라는 이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중 30만 달러 정도는 제가 아는 환(換)치기 브로커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나머지는 본인(注-경연희)이 밀반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연희는 2008년부터 2009년 초까지 1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도박으로 탕진하였고, 그밖에 다른 카지노를 더한다면 그 액수는 훨씬 더할 것입니다.>
 
  9월 22일에 올린 글에서 ‘고다리’는 이른바 ‘13억 돈상자 의혹’(편의상 필자가 붙인 이름)의 발단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경연희가 그의 친구 왕잉(홍콩계 미국인)과 제가 있는 자리에서 노정연과 통화 후’ 노정연의 송금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내 옆에서 노정연씨와 통화하였다”
 
  필자는 지난 1월 9일 아침 미국 서부 지방에 사는 ‘고다리’, 즉 이달호씨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폭스우즈 카지노 호텔 특실(하루 숙박료가 1200달러라고 했다) 응접실에 자신과 경연희 및 왕잉 씨가 함께 있는 가운데서 경씨가 노정연씨에게 몇 번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왕잉 씨는 홍콩계 미국인(여성)으로 경씨와는 친구 사이다.
 
  ―경연희씨가 통화한 상대가 노정연씨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전부터 경연희-노정연 관계를 알았고 그날도 여러 번 노정연 이름이 나왔어요. 경연희가 전화를 걸기 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노정연에게) 아파트를 팔았는데, 지불이 안 끝났다 운운했습니다.”
 
  경씨가 노정연씨에게 판 아파트 대금의 잔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한 전화라는 요지였다.
 
  ―통화 중 ‘노정연’ 혹은 ‘정연’이란 이름이 나왔나요? 경씨가 노정연한테 전화를 건다고 했나요.
 
  “그럼요. 그날 여러 차례 전화가 있었습니다. 경연희가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 ‘정연아’라고 부르면서 100만 달러를 보내라고 하고, 얼마 뒤 노정연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돈을 건네겠다고 경연희한테 다시 전화를 하여 설명을 하고, 나는 나대로 동생에게 연락을 해서 어떻게 돈을 받으라고 설명을 해주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는 동생이 개입된 것은 경연희씨가 심부름을 시킬 사람이 자리를 비워 응급조치로 동생에게 부탁을 하게 된 때문이라고 했다.
 
  “동생에게 돈을 인수하여 하루만 보관하라고 했어요. 동생이 은○○라는 사람에게 돈상자를 넘겨주는 날 전화가 왔어요. 길가에 돈상자를 쌓아놓고 커피숍으로 들어와 커피를 마시면서 감시를 하고 있는데 ‘아무도 안 가져 가네’라면서 웃더군요.”
 
 
  “100만 달러는 콘도 매입 잔금인 듯”
 
  이달호씨는 “경연희가 권양숙 여사 이야기도 여러 번 하였다”고 했다.
 
  “어느 날 얼굴이 상기되어 오더니 권양숙씨를 만나 식사하고 왔다면서 돈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2007년 여름으로 기억됩니다. 권 여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빈(國賓)방문 때 1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들고 와서 자신에게 전해주었다는 거예요. 40만 달러 이야기도 했습니다.”
 
  ―100만 달러 가방과는 다른 돈입니까?
 
  “다른 돈이에요. 그 40만 달러는 조니워커 블루 상자에 꽉 들어차 있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달호씨는 노정연씨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은 후 경연희씨가 “며칠 여유를 주려고 했는데 바로 되네”라면서 ‘즉시 현금이 조달되는 걸 보니 돈이 많이 쌓여 있는 모양이구나’라는 요지의 이야기도 하였다고 했다.
 
  이씨는 “경연희가 아무리 부잣집 딸이라고 해도 미국에서 돈을 버는 것 같지 않은데, 1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카지노에서 날리고도 2억, 3억원짜리 자동차를 몰고 부동산을 여러 개 보유한 상태에서 잘사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연희씨가 쓰는 돈이 부모가 부쳐주는 것뿐이 아닐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달호씨는 경연희씨가 허드슨 클럽의 콘도를 170만 달러에 사서 노정연씨에게 240만 달러에 팔아 약 70만 달러를 남겼다고 본다고 했다. 검찰은 2009년 노무현 비자금 사건 때 박연차 회장이 노정연씨의 부동산 매입(또는 생활) 자금으로 미국으로 불법 송금한 5만 달러와 40만 달러를 확인하였다. 검찰은, 2007년 6월 말 노무현 대통령이, 시애틀을 경유해 과테말라 방문을 위하여 출국할 때 권양숙씨가 1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들고 (전용기를 타고) 가 노정연씨에게 전달하였을 것이라고 의심하였다. 여기에 13억(100만 달러) 돈상자를 포함하면 노정연씨에게 전달된 돈은 240만 달러 정도로서 콘도 매입자금 추정액과 거의 일치한다.
 
 
  “권양숙 여사가 100만 달러 가방 들고 왔다더라”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오른쪽)와 딸 노정연씨(왼쪽).
  이달호씨는 경연희씨로부터 이런 요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면 세관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방에 현금을 넣어 가져 들어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언젠가는 권양숙 여사로부터 받은 일련번호가 이어진 100달러 지폐를 카지노로 가져와 며칠 걸려 묵은 돈과 섞어서 썼다더군요.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그렇게 한 듯해요. 한번은 경연희씨가 ‘서민 대통령은 무슨 서민 대통령…’이라고 비아냥거리더군요.”
 
  이달호씨는 경연희씨와 결별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직후 경연희가 절 부르더니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하여 입을 닫으라고 협박조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카지노 회사 측에도 저에 대한 험담을 많이 하였습니다. 회사는 경연희가 가장 큰 고객이므로 무시할 수 없었을 겁니다. 회사에선 저에게 퇴직 후 6개월간 월(月) 1000만원 정도의 급여를 계속 지급해 줄 터이니 그만두라고 통보하더군요.
 
  그러다가 2010년에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무현 비자금 관련 발언을 하여 시끄럽게 되는 것을 보고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저로선 화가 났습니다. 우리 한국교포들은,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는 바람에 창피하게 생각하는데, 한국에선 그런 사람을 무슨 영웅처럼 미화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으로 인터넷(전여옥 의원 지지 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일요신문》과 《SECRET OF KOREA》 기자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글이 나간 직후 경연희씨도 저를 찾아와서 회유를 하려 했습니다.”
 
 
  중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돈상자 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이씨 형제의 증언과 돈상자 사진의 실재(實在) 등으로 미뤄볼 때 13억원이 노정연씨에게서 나온 돈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가능성이 언론의 취재나 검찰 수사에 의하여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대한 문제가 야기된다.
 
  ·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중단된 비자금 수사와는 별도로 노무현 일가에 대한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노무현 비자금 수사를 맡았던 대검(大檢) 중앙수사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때 노정연과 경연희를 조사하긴 하였으나(경연희는 전화 조사) ‘13억 돈상자=100만 달러 환치기’ 혐의는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혐의(외환관리법 위반 등)가 드러났으니 새로운 수사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 ‘13억 돈상자’가 전달된 2009년 1월 10일은 노무현 일가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던 시기였다. 2008년 12월 4일 노무현 형 노건평 구속, 12월 12일 노무현 측에 비자금을 제공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구속. 이런 시기에 노정연씨가 며칠 만에 현금 13억원을 만들어 미국으로 송금할 수 있었다면 노무현 일가가 관리하던 비자금이 상당히 많았다는 추리를 가능하게 한다.
 
  · 100만 달러가 노정연씨의 콘도 매입 잔금(殘金)으로 보내진 것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때 부인하던 미국 내 주택 매입이 사실이란 이야기가 된다.
 
  · 2007년 6월 박연차 회장이 급히 마련하여 정상문 비서관을 통해 권양숙씨에게 전달한(검찰 파악) 100만 달러의 그 후 행방에 대하여 권씨는 검찰 조사 때 함구하였으나, 검찰은 대통령 전용기에 싣고 가 미국에서 딸이나 아들에게 전했을 것이라고 추정하였었다. 이 추리는, 이달호씨가 전한 경연희씨의 얘기와 일치한다.
 
 
  ‘경연희, 1000만 달러 이상 도박으로 날려’
 
경연희씨가 출입한 폭스우즈 카지노.
  ‘고다리’의 폭로 글에 맨 첨 주목한 이는 《일요신문》 이수향(李洙香) 기자였다. 2010년 10월 14일 《일요신문》은 <‘허드슨클럽’ 키맨 경연희씨 미국 카지노서 100억대 탕진 전말. 카지노 VIP 담당자 “노정연한테 거액 전달받았다”>는 제목으로 긴 추적 기사를 실었다. 이 기자는 이달호씨를 A씨라고 호칭하였는데, 그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많은 자료를 받았다고 한다.
 
  《일요신문》은 <유명 재계인사의 딸이 해외에서 100억원대의 상습도박을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문제의 인물은 경○○(注-편집자가 익명화) 전 삼성종합화학 회장의 딸 경연희씨>라고 특정(特定)하였다. <1964년 공채 1기로 삼성그룹에 입사한 경 전 회장은 20여 년간 에버랜드, 제일제당,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종합화학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직을 지낸 인물이다. 경 전 회장 딸 연희씨의 상습도박 사실을 폭로한 인물은 미국의 한 카지노에서 오랫동안 VIP 고객을 담당해 왔던 A씨>인데 이메일 및 국제전화를 통해 “경연희씨는 미국의 유명 카지노에 상습 체류하며 도박을 일삼았고 적어도 130억원 이상을 탕진했다”고 주장하였다는 것이다.
 
  이수향 기자는, <재계(財界) 유명인사 딸의 100억대 상습도박 의혹을 넘어 ‘노무현 비자금’ 사건으로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봤다>면서 이렇게 썼다.
 
 < 경연희씨가 출입한 문제의 카지노는 미국 코네티컷주에 소재한 FOXWOODS CASINO(약 1만8000㎡)로 현재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A씨에 따르면 경씨가 F 카지노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수십 억대가 넘는 거액의 도박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A씨는 “2008년부터 2009년 초까지 경씨가 F 카지노에서 바카라로 탕진한 돈만도 1000만 달러(당시 한화 130여억 원)에 달하는데 또 다른 L, M 카지노에서 탕진한 금액까지 합하면 1000만 달러가 훨씬 넘는다”고 폭로했다.>
 
 
  경씨, F 카지노에서 총 173일 보내
 
  A씨는 경씨가 카지노에 출입한 시각과 숙박기록, 액수 등이 체크된 컴퓨터 전산기록 등 구체적인 물증(物證)을 《일요신문》에 건넸다고 한다. 이수향 기자가 F 카지노 고객관리 시스템 전산기록을 확인한 결과 2008년 한 해 동안 경씨가 F 카지노에 출입한 날짜는 총 173일로 그곳에서 탕진한 액수는 미화 750만여 달러였다고 한다.
 
  이수향 기자가 입수한 F 카지노 전산기록을 보면 <문제의 허드슨클럽 공동매입자인 왕잉 역시 경씨와 마찬가지로 광적으로 카지노 출입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전산자료 확인결과 왕임이 F 카지노에 출입한 횟수는 2007년 199회, 2008년 243회에 달했다>는 것이다. A씨는 “카지노 출입횟수는 왕잉이 더 많지만 액수는 경씨가 훨씬 많다. 경씨는 한번에 1000만원 이상씩 베팅했다. 또 경씨와 왕잉은 카지노 시스템상 스파우스(spouse·카지노 출입 시 체크하면 같이 어카운팅되는 시스템)로 묶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씨는 미국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한명의 직원만 두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A씨의 얘기다. <경씨 집안이 상당한 재산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 개인이 하기에는 도박액수가 너무 크고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000만 달러 이상을 카지노에서 탕진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이수향 기자는 판단하였다.
 
 
  시애틀 체류 23시간, 무슨 일이?
 
  더욱 이상한 것은 엄청난 금액을 도박으로 탕진하고도 모자라 카지노에 거액의 빚을 지고 있던 경씨가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A씨에 따르면 경씨는 이미 드러난 허드슨클럽 400호와 435호 외에도 미국 내 다른 주택과 보스턴 등지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A씨가 경씨로부터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자금과 관련된 얘기도 여러 번 들었다고 밝힌 점이다.
 
  “권양숙 여사가 일련번호가 나열된 새 돈 100만 달러를 국빈특권으로 세관통과해서 경씨에게 전달했으며, 카지노 호텔방에서 구기고 섞는 식으로 돈세탁을 했다”는 얘기를 경씨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2006~2008년으로 기억하는데 여하튼 노 전 대통령 사망 전에 이런 얘기들을 수차례 들었고 불과 몇 달 전에도 들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노무현 비자금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9년 4월 14일 《연합뉴스》는 <노 시애틀 체류 23시간…무슨 일 있었나>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노 대통령이 2007년 6월 30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과테말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 참석차 출국하기 직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미화(美貨) 100만 달러를 받았고, 경유지인 미국 시애틀에서 아들 건호씨(당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를 만나 이를 전달했다는 ‘그림’을 검찰이 그리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노무현의 시애틀 방문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지난 13일 권찬호 당시 시애틀 총영사 등을 불러 조사했다>는 보도였다.
 
 
  “100만 달러는 한 가방분”
 
박연차 회장.
  당시 수사에 참여하였던 한 인사는 “박 회장이 급하게 마련한 100만 달러는 노 대통령이 출국하기 하루 전 청와대 정상문 총무비서관에게 전달되었다”면서 “우리는 권양숙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에 1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실어 미국에 도착, 직접 아들이나 딸에게 전달한 것으로 봤지만 확인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가 종료되었다”고 했다. 필자가 “100만 달러를 혼자서 옮길 수 있느냐”고 했더니 그는 “100달러짜리로 100만 달러를 구성하면 여행가방 정도이다”고 했다. A씨, 즉 이달호씨는 필자에게 “경연희가 뉴욕 맨해튼에서 권양숙 여사를 만나 식사를 하고 돈을 받아왔다고 말하였다”고 전했으나 지금으로선 확인되지 않는 주장이다.
 
  미국교포 안치용씨가 운영하는 《SECRET OF KOREA》라는 인터넷 매체도 2010년 10월 12일 A씨(이달호)와 인터뷰한 내용을 <‘노무현 비자금 백만 달러 환치기 직접 개입’ 폭로: 삼성 전 임원 딸 관여-검찰 수사와 일부 일치>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하였다. 이 매체는 A씨를 코네티컷주 모처에서 만났다고 하였다. A씨는 노정연씨와 경연희씨의 관계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하였다고 한다.
 
 < 경연희씨는 1969년생, 노정연씨는 1975년생으로 여섯 살 차이가 나지만 경씨의 친구(여자)의 여동생이 노정연씨의 절친한 친구여서 서로 만나게 되었다. 노씨 측의 자금을 받은 은모씨는 (여동생의) ‘친척’으로 알고 있다. 은씨는 외제차 중개상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2009년에 노무현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고 노정연의 뉴저지 콘도 매입 의혹이 제기되자 경씨가 자신에게 절대로 입을 열지 말라고 호소하였으며, 2010년에 들어 경찰청장 조현오의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이후엔 ‘기자들과 접촉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노무현 비자금 수사에서 중요한 쟁점은 뉴저지 허드슨 클럽 콘도 실소유주 문제와 송금 과정이었다.
 
  작년 6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지휘했던 이인규(李仁圭) 변호사는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하여 문재인(文在寅)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쓴 《문재인의 운명》이란 책의 내용을 반박한 적이 있다. 이인규 변호사는, 문 이사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핵심적인 반박을 하였다.
 
 
  李仁圭 당시 중수부장의 반격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그는, 2009년 4월 30일 검찰의 소환조사 때 “노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집을 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바로 그날 오후 5시경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에서 주택을 구입했음을 의심할 만한 미국 당국의 조회 결과가 한국 검찰에 도착했다”고 주장하였다. 한국 검찰의 조회 요청을 받아 노정연의 콘도 매입 자금을 조사, 통보한 기관은 미(美) 재무부 소속인 금융범죄처벌기구(The 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FinCEN)로 밝혀졌다. 한국 정부는 돈세탁 및 테러자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하여 금융정보원을 통하여 이 기구와 정보교류 체제를 구축한 관계이다. 미국 FinCEN이 한국 측에 통보한 내용은, 노정연씨와 관련된 5만 달러가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입금되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홍콩에 개설된 왕잉의 은행계좌로 박연차 회장이 40만 달러를 입금한 것을 확인하였다. 경연희씨의 아버지는 필자에게, 허드슨강이 내려다 보이는 허드슨 콘도 435호의 실소유주는 노정연씨이고(서류상으로는 경연희씨 소유), 정연씨가 잔금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비어 있다고 했다. 이는 딸이 미국에서 집을 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술을 뒤엎는 것이다.
 
  A씨는, 2009년 1월의 100만 달러는 노정연씨가 콘도 매입 잔금으로 경연희씨에게 지불하는 돈인 듯하였다고 필자에게 말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미국 내 주택 매입 사실을 부인하였으나, 자살 직후인 2009년 6월 1일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노 전 대통령은 정 비서관이 받았다는 3억원과 100만 달러의 성격을 제대로 몰랐다. 그 돈이 그냥 빚 갚는 데 쓰인 게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집 사는 데 쓰인 것을 알고 충격이 굉장히 크셨다. 그런데 홈페이지에는 수사를 정치적 음모로 보고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글들이 올라오니까 ‘그건 아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다’고 생각하고 계셨다.”
 
 
  경연희-노정연 이면계약서
 
  2010년 12월 6일자 《일요신문》에서 이수향 기자는 후속 기사를 내보냈는데, 문제의 뉴저지 콘도 의혹과 관련, 중요한 정보를 소개하였다. <기자는 A씨를 상대로 추가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문서를 입수했다>는 것인데, <허드슨클럽 435호 소유권에 대한 노정연-경연희 간의 ‘이면계약서’>를 A씨로부터 구했다는 것이다.
 
  경씨가 운영하는 투자회사 문서로 작성된 이면계약서에는 “2007년 10월 5일, 경연희와 노정연 이 두 사람의 상호동의하에 24th Avenue Port Imperial, Unit #435, West New York, NJ 07093의 소유권이 노정연 앞으로 이전되었습니다. 이 재산은 경연희 명의로 2년 동안 돼 있지만, 노정연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것이기에 노정연도 똑같은 이 집에 대한 이익 권리를 가질 것입니다. 2008년 10월 5일부로 완전히 노정연 이름의 소유재산이 될 것입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단에는 2007년 10월 8일자 두 사람의 자필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이수향 기자는, <핵심은 두 사람이 435호에 대한 이면계약을 맺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라면서 <정연씨가 435호의 실소유주가 아니라면 이면계약서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경씨로부터 435호를 사들인 정연씨가 자신 소유임을 표면상 감추는 동시에 추후 소유권을 주장하는 데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이면계약서를 작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경연희 부친의 주장
 
  필자는 경연희씨의 설명을 듣기 위하여 미국으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그 대신 경연희씨의 부친을 만났다. 경(景) 전 회장의 한 시간에 걸친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 딸은 친구 동생과 노정연씨가 친구 사이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딸이 권양숙 여사와 만난 적은 없다. 딸(경연희)은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외동딸인데 국내 재산이 적지 않아 송금해 준 적이 있다. 13억원(100만 달러) 송금 건을 주간지에서 읽고 딸에게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A씨가 곁에 있는데 그런 식으로 노정연한테 전화를 걸었을까? 딸이 도박을 그렇게 많이 한 사실도 없다. 허드슨 클럽의 콘도는 실제 소유주가 노정연이고 서류상 주인은 딸이다. 잔금을 다 못 받았다고 한다. 주간지에 보도된 기사를 읽었으나 반론을 하면 더 커질 것 같아 대응하지 않았다. 노무현 관련 수사 때는 내가 딸의 전화번호를 검찰에 알려주어 검사와 통화하도록 하였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13억원 돈상자 사진을 찍어둔 이균호씨는 “내가 그날 돈상자를 받아 넘기면서 대여섯 번 경연희와 통화하였으니 수사기관에서 통화기록을 조회하면 알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씨 형제는 “이렇게 확실한 자료들을 공개하였는데 왜 수사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이 대단하였다. 2009년 노무현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하였던 한 핵심 인물은 “13억 송금 건은 수사를 중단한 뒤 들었다. 이씨가 만들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노정연씨 측에도 《일요신문》 기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였으나 《월간조선》 마감날까지 답이 오지 않았다.
 
  “다 털어놓았는데 왜 수사를 않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9년 4월 17일 금품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A씨는 이수향 기자에게 “다 걸고 털어놓았는데 수사 않는 이유가 뭐냐”고 하소연하였다고 한다.
 
  “경연희씨는 엄청난 금액을 해외로 빼돌렸고 그중 100만 달러가 유출되는 과정에는 내가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그녀는 빼돌린 자금 중 상당 금액을 도박으로 탕진했고 확인된 것만 130억원이 훨씬 넘는다. 돈을 건네받고 전달한 사람, 환치기에 개입한 사람, 도박사실을 증명해 주는 카지노 전산자료와 증인, 통화기록 등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증거들이 있다. 연예인들의 푼돈 해외도박에는 거품을 물고 늘어지면서 지저분한 수법으로 거액을 해외로 빼돌리고 수백 억대 도박을 일삼은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손 놓고 있는 한국 수사기관을 이해할 수 없다.”
 
  A씨는 이수향 기자와 수십 차례에 걸친 국제전화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경연희씨가) 다른 카지노에서 탕진한 금액까지 합하면 몇백억에 달한다. 경씨의 집안이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 자금에 대해 검찰과 국세청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철저히 조사하고 법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불발 상태의 폭발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와 경연희씨의 이면계약을 다룬 이수향 기자의 《일요신문》 기사.
  필자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일요신문》과 《SECRET OF KOREA》에 실린 경연희, 노정연씨 관련 기사를 읽고 놀랐다. 두 매체가 제기한 의혹은 엄청난 폭발성, 즉 큰 뉴스 밸류를 지녔는데도 ‘대사건’으로 폭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방송과 신문 등 주요 언론에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무현 비자금 사건에 관심이 많은 필자도 몰랐다. 정상적인 언론이 작동하는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좌(左)편향된 매체는 종북좌파(從北左派)에 불리한 기사를 묵살, 축소하고 우파(右派)에 불리한 기사는 키우는 경향이 있다.
 
  두 매체와 A씨가 제기한 의혹은 아직 진위(眞僞)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언론의 추적 보도가 없고 검찰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혹의 스케일과 심도(深度)가 예사롭지 않다. 이균호씨가 찍었다는 ‘13억 돈상자 사진’이 여러 의혹을 푸는 열쇠이다. 이씨 형제는 13억원이 노정연씨가 준 것이며, 이는 ‘비자금’의 일부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인규 변호사(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측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 꼭 차명계좌라고 하긴 그렇지만,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었다(《중앙선데이》 보도).
 
  검찰이, 본격적인 비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는 단서를 포착, 파고들려고 하였을 때 노무현씨가 자살함으로써 ‘노무현 비자금’은 미결상태로 남았다. 조현오 청장의 발언이 봉인된 수사기록을 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번 ‘13억 돈상자 사건’이 두 번째 계기인 셈이다.
 
  이수향 기자는 두 번의 심층 취재로 위의 의혹들을 제기하였음에도 노무현 및 경연희씨 측으로부터 어떤 항의를 받거나 고소를 당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씨 형제도 마찬가지. 정치의 세계에선 ‘반박되지 않는 거짓말은 진실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자신들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한 폭로에 대하여 피해 당사자들이 침묵한다는 건 ‘사실 인정’으로 간주될 수 있다.
 
 
  돈봉투는 캐고 돈상자는 덮을 수 있을까?
 
  한편, 노무현 세력은 2012년 정치 변혁의 주역(主役)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세력을 ‘정치적 수사의 희생자’로 선전하고 있다. 이들이 정치를 재개(再開)하려면 노무현 자살로 수사가 중단되고 수사 자료까지 봉인된 상태를 해소해야 할 정치 도의적 의무가 있다. 국민들도 세금을 들여 검찰이 수사한 결과를 알 권리가 있다. 국가와 국민의 법익(法益)을 수호해야 하는 검찰 수사는 결과를 알고 싶은 사람들끼리만 돌려보는 흥신소의 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측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작년 대법원으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 및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죄로 징역 6년에 추징금 16억여 원을 확정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지 않았더라면 본인과 관련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을지 짐작하게 해준다.
 
  수사대상자가 자살하였다고 다른 관련자들에 대하여 수사를 중단하고, 더구나 수사 자료까지 비밀에 부친 것은 법치(法治)국가에서 보기 힘든 경우이다. 수사가 계속되었더라면 노무현 세력은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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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의 최신정보파일] 13억 돈상자 미스터리 추적

대통령 딸과 1000만 달러 날린 두 도박女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누가 도박 자금을 대나?

⊙ 《월간조선》 2월호 보도 이후 등장한 노정연 관련 의혹(13억 돈상자 사건)은 2009년 수사 때
    나오지 않았던 혐의
⊙ “청와대 직원이 박연차에게 왕임(경연희씨의 도박친구)의 비밀계좌를 알려주어 대통령 딸에게
    40만 달러 송금”
⊙ “노무현은 처음부터 알았으나 권양숙에게 책임 轉嫁, 권 여사가 박연차에게 ‘아이들 집’ 마련
    운운할 때 노무현도 곁에서 듣고 있었고 나중에 고맙다고 전화”(당시 수사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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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연씨가 구입한 미국 뉴저지의 고급아파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李仁圭 검사장)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후인 2009년 6월 12일 박연차(朴淵次)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政官界) 인사 뇌물제공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Ⅴ.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
 
  1. 혐의 요지
  ○ 노무현 前 대통령 : 2006. 9 ~ 2008. 2. 박연차로부터 4회에 걸쳐 미화 합계 640만 달러 등 뇌물수수
 
‘13억원 돈상자’.
  2. 수사 진행 경과
  ○ 2008. 12. 중순. 홍콩 계좌의 송금지시서 및 박연차 진술에 의해 노건호, 연철호의 500만 달러 수수 단서 포착, 관련 계좌 확인을 위한 형사사법 공조요청
  ○ 2009. 2. 美貨 환전 자료 및 관련자 진술 등에 의해 100만 달러 수수 단서 포착
  ○ 2009. 3. 중순 ~ 4. 초순. 형사사법 공조요청 회신 도착 및 분석, 연철호가 500만 달러 수수 계좌의 개설자임을 확인
  ○ 2009. 4. 7. 노무현 前 대통령, 정상문 체포 직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권양숙 여사의 100만 달러 수수 사실 및 연철호의 500만 달러 수수 사실 시인
  ○ 2009. 4. 10 ~ 4. 26. 연철호, 노건호 및 동업자 정○○, 정상문 등 상대로 600만 달러의 수수 주체, 성격, 자금 사용처 등 조사
  ○ 2009. 4. 11. 권양숙 여사 소환 조사
  ○ 2009. 4. 30. 노무현 前 대통령 소환 조사
  ※ 노 前 대통령, 돈의 사용처에 대한 진술서 제출 의사를 밝히고 청와대 내의 통화내역 보관 여부 확인 요청
  ○ 2009. 5. 7. 권양숙 여사, 100만 달러 사용처 관련 진술서 제출
  ○ 2009. 5. 9 ~ 5. 11. 국제공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박연차가 노정연에게 40만 달러 송금 사실 확인
  ○ 2009. 5. 12. 청와대 경호처, 보존기간 경과로 노 前 대통령이 요청한 통화내역 확인 불가 회신
  ○ 2009. 5. 10 ~ 5. 18. 미국 주택 계약내용, 대금 지급 여부 등 조사
  ○ 2009. 5. 20. 미국 및 홍콩에 미국 주택 계약 관련 형사사법 공조요청
 
  3. 처리결과
  ○ 노무현 前 대통령에 대하여는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
 
  검찰 발표문은 ‘노무현 前 대통령에 대하여는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이라고 명시했다. 즉 사망한 노무현을 제외한 다른 가족에 대한 수사는 포기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뒤 권양숙, 노건호, 연철호, 노정연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결로 압수되어 국고(國庫)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던 640만 달러는 유족들 손에 남게 되었다.
 
  《월간조선》 2월호 보도 이후 새로 등장한 노정연 관련 의혹, 이른바 13억 돈상자 사건은 2009년 수사 때 나오지 않았던 혐의이다. 노무현 일가(一家)가 받았다는 640만 달러 중에도 포함되지 않는 돈이다. 검찰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행동본부가 수사의뢰서를 제출함에 따라 대검(大檢) 중앙수사1과에 사건을 배당, 수사에 착수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새 혐의점이 드러났는데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야말로 직무유기이다.
 
 
  경연희의 2중 신원 미스터리
 
경연희씨의 운전면허증. 이름이 YEON H KYEOUNG으로 적혀 있다.
  작고(作故)한 전 대통령 노무현의 딸 노정연씨가 보낸 것으로 의심받는 13억 돈상자(100만 달러)의 최종 수령인 경연희씨(在美동포)는 유명한 대기업 경영인의 딸이다. 경(景)씨는 노정연씨에게 뉴욕의 허드슨강(江)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를 판 사람으로 1969년생이다. 그가 단골로 출입한 미국 코네티컷주(州) 폭스우즈 카지노의 전산기록에 따르면, 국적은 한국, 영어 이름은 ‘KYONG, YUNHEE’로 되어 있다. 그런데 뉴저지주가 발행한 경씨의 운전면허증엔 이름이 ‘YEON H KYEOUNG’으로 되어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경씨는 뉴저지와 뉴욕을 가로지르는 허드슨강이 내다보이는 헨리온허드슨 빌라 12호(지상 3층, 지하 1층·총면적 350m²)를 26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0억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인 ‘디드 레코딩(Deed Recording)’에 경씨는 이전 모든 공식 서류에 썼던 사회보장번호인 ‘×××-××-×090’이 아니라 ‘×××-××-×874’를 썼다. 이름도 그동안 공식 서류에서 써왔던 ‘Yun Hee Kyong’과 다른 ‘Yeon-Hee Kyeoung’으로 기재했다.
 
  그는 두 개의 이름, 두 개의 사회보장번호, 두 개의 국적, 두 개의 여권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는 미국에서 범죄행위이다. 탈세(脫稅) 등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로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운영자 안치용씨(前 언론인)는 《동아일보》와 한 통화에서 “당시는 경씨가 카지노에서 1000만 달러를 잃었던 시점인데 고급 빌라를 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두 여인이 1000만 달러 이상을 도박으로 날려
 
폭스우즈 카지노 전산자료에 나타난 경연희(KYONG, YUNHEE)의 도박 기록. ‘WIN(LSS)’ 난에 적힌 8822900은 잃은 돈의 액수이다.
  2009년 초의 폭스우즈 카지노 전산자료에 따르면 경연희씨는 2007년에 87일, 2008년에 173일, 2009년에 24일간 카지노에서 도박(주로 바카라)을 했다. 2008년에 753만9939달러 등 이 카지노에서만 882만2900달러를 잃었다. 카지노에서 계산한 예상승률을 적용하면 경씨는 770만7764달러를 잃어야 하는데 그보다 많이 잃은 것이다. 이런 사람을 카지노에선 최고 손님으로 대우한다.
 
  카지노에서는 돈을 많이 잃은 고객들에겐 일종의 마일리지 개념의 적립금(Earned)을 주어 덤으로 쓰게 하는데, 경씨에겐 총 167만7738달러의 적립금을 주었고, 이 가운데 138만6982달러를 쓴 것으로 되어 있다.
 
  경연희씨는 폭스우즈 이외 다른 카지노도 이용한다는데 이달호씨(폭스우즈의 경씨 담당 한국인)는 그것까지 합치면 도박으로 날린 돈이 100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본다.
 
  경연희씨의 전산자료를 살펴보면 ‘Spouse 00432781’이란 기록이 보인다. 스파우스(Spouse)란 ‘배우자’라는 뜻인데, 도박장에선 모든 계산을 공동으로 하는 특수관계를 뜻한다. 그렇다면 경씨의 ‘스파우스 00432781’은 누구인가? ‘00432781’은 ‘WONG, YIM Y’라는 이름의 단골 노름꾼인데, 그의 스파우스는 번호가 ‘00863646’이다. 이 번호는 경연희씨에게 폭스우즈 카지노가 부여한 것임이 확인된다. 즉 왕임-경연희가 스파우스 관계이다.
 
 
  “왕임의 도박자금도 경연희가 제공”
 
  왕임은 홍콩계(系) 중국인 여성으로서 1962년생, 경씨보다 일곱 살이 위다. 왕임과 경연희 두 사람은 단짝으로 붙어다닌다. 같은 호텔 방을 쓰면서, 같이 돈을 잃고, 같이 계산한다.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 이달호씨는 ‘경연희씨가 왕임 씨의 도박자금을 다 대준다’고 했다. 왕임은 2007년에 119일간 폭스우즈 카지노에 머물면서 53만1160달러를 잃고, 2008년에는 243일간 묵으면서 156만6692달러를 잃는 등 2009년 초까지 총 215만2467달러를 잃었다. 이 돈까지 경연희씨가 지불하였다는 게 이달호씨의 주장이다.
 
  이달호씨는 “경연희씨가 카지노의 자기 계좌로 송금한 돈이 1000만~11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뉴저지에 있는 한국계 은행을 통하여 100만, 200만 달러씩 보냈고 이 돈을 인출, 도박에 썼다는 것이다. 왕임은 경씨를 만나기 전엔 넉넉하지 못했는데, 스파우스 관계가 된 이후 생활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달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연희씨를 만나고부터 왕임 몸에 걸치고 다니는 것만 100만 달러가 넘어요. 일단 6캐럿짜리 다이아 반지가 있어요. 그것만 해도 70만 달러가 넘어요. 벤츠 600 컨버터블을 타고 다니는데 그것도 10만 달러가 넘는 걸로 알아요. 카지노딜러인 왕임 딸이 4만 달러짜리 벤츠를 타고 다녀요. 그의 아버지도 벤츠 타고 다니고. 그러니까 누가 그 집 살림을 다 페이(pay)하는 거예요.”
 
  이달호씨는 여기서 중요한 증언을 하였다. 왕임이 개설한 홍콩 계좌에서 폭스우즈 카지노의 경연희씨 계좌로 20여만 달러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청와대-박연차-왕임-노정연 송금 루트
 
  ―수시로 들어와요?
 
  “그건 아니고 제가 한 번 목격했는데, 그 이유가 뭐냐면 왕임이 카지노에 60만 달러를 줄 게 있어요. 마커를 오픈했는데 게임을 워낙 많이 하고 해서…”
 
  ‘마커’란 카지노에서 단골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인데 45일 안에 갚아야 한다. 이달호씨는 왕임의 홍콩 계좌로 돈을 보내준 사람이 한국인으로 보였다고 했다.
 
  ―누가 보내는 걸까요?
 
  “그건 저도 잘….”
 
  ―대충 추측을 한번 해보세요.
 
  “제 생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한국에서 경연희씨에게 돈이 빠지는 한 루트다 이건 확실한 것 같아요. 외화가 유출되는 한 루트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2009년 대검 중수부에서 이런 요지의 진술을 했다.
 
 < 2007년에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부, 정상문 총무비서관과 식사를 하다가 권양숙 여사가 ‘애들 살 집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말했고, 내가 ‘걱정 마시라. 제가 해드리겠다’고 답한 뒤 100만 달러를 전달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100만 달러를 권 여사 앞으로 전한 것 외에도 홍콩의 왕임(경연희씨의 친구) 계좌를 통하여 40만 달러를 (경연희씨를 경유) 딸 정연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박연차씨가 왕 씨의 홍콩 계좌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가 궁금한데, 당시 수사에 참여하였던 한 인사는 ‘청와대 측에서 박 회장에게 번호를 알려주었다’고 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딸 정연씨에게 아파트를 판 경연희씨가 돈을 받기 위하여 정연씨를 통해 청와대에 왕임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왕임-경연희-노정연-청와대-박연차로 연결되는 송금 라인이다. 대통령 일족(一族)이 불법적인 외환송금을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루트는 13억 돈상자 환치기 루트와 비슷하다. “경연희-노정연-‘마스크 남자’-이균호-은○○-경연희”라는 게 이달호씨의 주장이다. 대통령 딸이 어떻게 두 도박녀(女)와 얽혀 해외 비밀계좌를 경유한 불법송금에 연루되었는지 궁금하다.
 
  이달호씨는 경연희씨로부터 들었다는 권양숙씨 관련 100만 달러 가방 운반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연희씨가 가방 사이즈를 손으로 ‘이따만 한 가방에…’라고 했습니다. 100달러짜리 새 돈이었고 그걸 침대 위에 펼쳐 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재를 털어 비볐고, 아래층에 내려가서 (돈세탁을 위해) 슬롯머신에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침대 위에 100달러짜리 늘어놓고 담뱃재를 그 위에 턴다는 것은 무슨 뜻이에요?
 
  “담뱃재를 털면 돈이 비늘처럼 잘 떨어지잖아요. 손에 묻기도 하고 셀 때에도 손이 아프고 하니까. 미국 카지노 시스템은 1만 달러가 넘어가는 돈을 바꾸면 그 사람 사회보장번호가 당국에 보고돼요.”
 
  ―권양숙씨가 국빈(國賓) 자격으로 가지고 간 100만 달러가 경연희씨한테 간 거네요?
 
  “최종적으로 경연희씨가 받은 건 확실해요. 경연희씨도 한국에서 돈을 빼오는 걸 커다란 숙제로 알고 있었어요. 저에게, 상속세 얼마나 돼, 증여세 얼마나 돼, 좋은 변호사 알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거든요.”
 
  이달호씨는, 100만 달러 가방 이야기를 경씨로부터 들은 것은, 노무현이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이후였다고 기억했다.
 
  “경연희씨가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하고 나서 갑자기 저를 부르더니 기자들이 물어보고 그러면 ‘입 다물어라. 입 조심해라’라고 거의 협박조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100만 달러 받아 도박 빚 갚았다”
 
  ―경연희씨 도박자금의 소스는 어디인 거 같나요?
 
  “확실한 것은 경연희씨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상식적으로 카지노에 연중 100일, 200일 있으면서 일을 한다는 건 말이 안돼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소득은 한국에서 빠지는 거 외에는 없다고 봐요. 일하는 사람의 라이프는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비자금에서 돈이 나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나요?
 
  “노정연한테서 온 100만 달러를 확인했으니까, 13억은 은○○라는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동생(이균호)이 픽업을 하게 됐어요.”
 
  ―은○○ 루트를 계속 이용한 모양이죠?
 
  “그렇겠죠. 일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사용할 수 없잖아요.”
 
  ―2009년 1월 그때 폭스우즈 카지노 호텔 2318호에 모여서 노정연씨에게 전화하기 전에 무슨 대화가 오갔나요?
 
  “경연희씨가 돈이 올 데가 더 있다. 한국에서 올 거다고 했어요.”
 
  ―그때 경연희씨가 돈을 많이 날린 직후입니까.
 
  “그렇죠. 시간적으로 볼 때 거의 마지막 100만 달러라고 보면 되죠. 2008년도에 753만 달러를 잃었잖아요. 경연희씨가 잠깐 동안 카지노 출입을 안 했어요. 그때 돈이 나온 거예요. 제2 IMF 위기라고 할 때 돈이 빠진 거예요.”
 
  ―환치기한 100만 달러는 현금으로 경연희에게 전달됐죠? 은행으로 들어갔나요?
 
  “폭스우즈 카지노로 들어왔어요. 제가 30만 달러 환치기를 소개해 줬고, 나머지 70만 달러는 미스터 은이 해결했다면서 그 돈이 카지노에 예금되면서 해결이 됐어요. 그때 왕임이 카지노에 60만 달러 정도 마커(빚)가 있었어요. 그걸 갚아야만 예금시킨 돈을 찾을 수가 있어요. 100만 달러를 받아 왕임의 도박 빚을 갚아준 거 같아요.”
 
  경연희씨의 부친은 필자에게 “외동딸인데 국내 재산이 적지 않아 송금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적법(適法)한 송금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2009년 수사팀의 한 간부 출신은 “경연희씨 부친의 재산이 상당하다”고 했다.
 
 
  부인이 돈 받은 것 알고 격노?
 
  지난 2월20일자 《중앙일보》 김진(金璡) 논설위원의 칼럼 <노무현 시대에 대한 망각>은 노무현 자살의 본질과 친노(親盧) 세력의 재기(再起)가 지닌 위험성과 위선(僞善)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메이저 언론에서 이 정도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린 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노무현 사람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시대는 그렇게 떳떳한 시절이었나”라고 반문한다. 김 위원은 노 전 대통령이 주례를 섰던 친노인사끼리의 호화로운 혼사(婚事)에 대해 언급한 다음 이렇게 썼다.
 
 < 몇 달 후 비극이 시작됐다. 노무현의 또 다른 후원자 박연차 회장이 등장한 것이다. 박연차라는 야수는 대통령 형을 삼키고, 부인을 해치더니 급기야 대통령을 쓰러뜨렸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1차적인 동기는 부인 권양숙 여사였다. 문재인 전 실장에 따르면, 노무현은 부인이 박연차에게서 거액을 받은 걸 알고 격노했다고 한다. 그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런 참에 검찰이 자신이 주도한 일이라고 몰아붙이니 노무현은 억울함을 외치려 뛰어내린 것이다.>
 
 < 한명숙 전 총리는 노무현 장례식에서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노무현을 무엇으로부터 지키지 못했다는 것인가. 권양숙 여사인가, 아니면 검찰인가. 물론 검찰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직 국가원수를 사지(死地)로 안내한 것은 무엇보다 부인의 책임이다. 노무현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부부 신뢰관계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보호하려고 권양숙에 轉嫁’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으로 출두하기 위해 2009년 4월 30일 봉하마을 사저를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 앞에서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칼럼이 나온 며칠 뒤 김진 위원을 만나 그런 판단을 내린 근거를 물었더니 2009년 6월1일자 《한겨레》의 문재인 인터뷰 기사를 댔다. 문씨의 이야기는 국민장(國民葬) 직후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 대통령에게 큰 실수를 하게 된 권 여사님은 우리들에게 너무 면목없어 했습니다. 우리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에야 어쩔 수 없이 동석하셨지만, 그게 아니면 대통령과 같은 공간에 있는 걸 피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다가도 대통령이 오시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 여사에게) 우리 앞에서는 큰소리 한 번 안 치셨습니다. 나는 그게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 노 전 대통령은 정 비서관이 받았다는 3억원과 100만 달러의 성격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 돈이 그냥 빚 갚는 데 쓰인 게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집 사는 데 쓰인 것을 알고 충격이 굉장히 크셨습니다. 그런데도 홈페이지에는 수사를 정치적 음모로 보고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글들이 올라오니까 ‘그건 아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2009년 봄 수사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면, 노무현씨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는 전술을 펴다가 검찰의 수사에 의해 코너로 몰려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연합뉴스》는 “노 전 대통령이 거듭 ‘몰랐다’고 배수진을 치더라도 박 전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정황이 드러날 때마다 도덕적 타격을 피할 수 없고, 같은 해명이 반복되면 신빙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썼다.
 
 
  노무현 사위, “사실이라 한들…”
 
  이 통신은 <100만 달러 의혹이 불거진 4월 초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권양숙 여사를 ‘집’이라 지칭하면서 자신 모르게 권 여사가 빚을 갚기 위해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며칠 뒤 다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하다”며 민망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의 한 수사 관계자는, 노무현씨의 ‘나는 몰랐다’는 주장이 검찰 수사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자살한 뒤 친노세력은 그를 희생양으로 윤색하기 시작하였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씨처럼 권 여사에게 책임을 전가, 노무현의 무고함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식사 자리에서 권 여사가 박연차씨에게 ‘아이들 집’ 마련 운운할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곁에서 듣고 있었고, 나중에 ‘고맙다’는 전화를 박 회장에게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노무현 자살의 1차적인 책임자는 권양숙씨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씨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 ‘모든 게 내 책임이다’고 나왔어야 하는데 ‘나는 몰랐다. 집사람 책임이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스스로 퇴로(退路)를 끊은 셈이란 주장이었다.
 
  중앙수사부장으로서 노무현 관련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변호사도 작년에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나와 미국에서 집을 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바로 그날 오후 5시경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에서 주택을 구입했음을 의심할 만한 미국 당국의 조회 결과가 한국 검찰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진실을 알고 있던 노무현씨는 검찰에서도 다른 진술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13억 돈상자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의 아내인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가 최근 미국 호화아파트 매입 건과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데 대한 항변의 글이었다.
 
 < 최근 제 아내가 불쑥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셋째 아이의 출산을 불과 20여 일 앞둔 아내의 모습이 처량합니다.
 
  저로서는 지금까지 보도된 이야기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 아내가 이 정도로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부부로서 약 10년의 생활을 함께한 모습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 한들,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입니다.
 
  그것도 하늘에서 떨어진 모습을 목도했고, 지금껏 마음을 삭일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입니다.
 
  이미 자신의 행위 책임을 넘는 충분한 형벌을 받은 것입니다.
 
  남편인 저는, 그 곁을 묵묵히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인간의 용렬함 그리고 잔인함을 봅니다.>
 
 
  ‘남상국을 아는가?’
 
2012년 1월 26일 대검 앞에서 열린 국민행동본부의 ‘13억 돈상자 사건’ 수사 촉구 기자 회견.
  이 글에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반박 글이 화제가 되었다.
 
 < 곽상언 변호사는 전혀 변호사답지 않게 출산을 앞둔 임신부의 문제,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의 문제로 치환(置換)시키고 있다. 이런 감성적인 접근은 전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곽 변호사는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 한들,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입니다’라고 말한다. 근대 형법의 기본원칙은 ‘자기책임(自己責任)의 원칙’이다. 권양숙씨의 잘못은 권양숙씨가, 노정연씨의 잘못은 노정연씨가, 노무현씨의 잘못은 노무현씨가 책임져야 한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잘못을 대신해서 책임져 줄 수는 없다. 노무현씨는 자살로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졌을지 몰라도, 권양숙씨나 노정연씨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정치적 희생양’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곽상언 변호사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남상국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남상국씨는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방송에서 노무현이 공개적으로 그 이름을 거론하면서 망신을 주는 바람에 수치심을 못 이기고 한강에 투신자살한 전 대우조선 사장이다. 그 유족(遺族)들은 남편을, 아버지를 그렇게 잃고서도 노무현 정권 내내 죄인처럼 숨을 죽이고 살아야 했다. 노무현은, 권양숙은, 노정연은, 노건평은, 노건호는, 곽상언은, 남상국씨의 유족들에게 단 한번만이라도 사죄의 뜻을 표한 적이 있나? 단 한번만이라도 미안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그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본 적이 있나?
 
  노무현은 생전에 장인 권오석에게 학살당한 이들이나 유족들에게 일언반구(一言半句) 사과한 적이 없다. 곽상언 변호사도 제 아내의 억울함은 절절하게 주장하면서도 남상국 사장 유족의 아픔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서 ‘인간의 용렬함과 잔인함’을 본다.>
 
 
  13억 돈상자에 얽힌 의문들
 
  검찰이 아버지를 통해 귀국을 압박하고 있는 경연희씨가 귀국, 13억 돈상자의 출처가 노정연이라고 진술한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연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 13억원은 누가 준 것인가?
 
  · 13억원은 보다 큰 비자금의 일부인가?
 
  · 그 비자금은 지금 누가 관리하나?
 
  · 비자금은 친노세력의 정치자금과 관련 있나?
 
  · 도박자금은 누가 보내주었나?
 
  검찰이 선거정국(政局)에서 얼마나 깊게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입력 : 2017.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