郡52곳, 신생아 300명 안돼 산부인과도 짐쌌다

2017. 12. 2. 20:27C.E.O 경영 자료



郡52곳, 신생아 300명 안돼 산부인과도 짐쌌다

입력 : 2017.12.02 03:15

농촌 64% '분만 산부인과 운영 기준' 만큼도 안태어나
초저출산 16년, 출생보다 사망이 많아 지역 소멸 위기

괴산·남해, 신생아가 사망자의 반의반도 안돼
분만 산부인과 2016년 607곳뿐… 2006년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2/2017120200212.html



"학교 운동장 빼고는 군 전체에 어린이 놀이터 하나 없어요. 경로당은 161곳인데…. 해외토픽감 아닌가요?"

고추 재배로 유명한 경북 영양군의 이모(38)씨는 "아기가 매년 줄어드니 아이들을 위한 투자도 못해 저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안동 같은 주변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양군(인구 1만750명)에서 작년에 태어난 아기는 74명으로, 울릉군(38명)을 제외한 전국에서 가장 적다. 2000년에는 181명 태어났으나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100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10년째 신생아가 100명에도 못 미쳐 고등학생 수는 423명인데 중학생은 279명, 초등학생은 539명으로 급감했다. 고교생은 한 학년이 평균 141명이지만 초·중학생은 평균 90명 안팎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81개 군(郡)에서 작년에 아기가 300명도 태어나지 않은 군은 52곳이다. 열 곳 중 여섯 곳 이상(64.2%)의 신생아 수가 300명 이하인 것이다. 시 지역에서도 두 곳(부산 중구와 강원 태백시)은 300명 이하가 태어났다. 연간 신생아 300명은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할 수 있는 기준으로 흔히 쓰인다.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합계출산율 1.3명 이하)로 떨어진 2001년 이후 16년 만에 농촌 지역 64%가 존폐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이다.


신생아 수가 300명 이하인 곳은 2000년 8곳(경북 울진, 인천 옹진군, 경북 영양·군위·청송군, 전북 무주·진안·장수군)에 불과했지만 16년 새 6.5배 늘어났다. 올해 신생아 수는 작년보다 5만여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신생아 수 300명 이하 군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에 100명 이하 태어난 곳은 경북 울릉군, 경북 영양군 2곳이고, 100명대가 27곳, 200명대가 23곳이다. 경북이 가장 많아 10곳, 전남 9곳, 강원 8곳, 경남·전북 각각 7곳, 충북 5곳, 충남 4 곳, 인천 2곳 등이다.

전북은 8개 군 중 완주를 제외한 7개 군, 강원은 11개 군 중 3곳(인제·홍천·철원), 경북은 13곳 중 3곳(성주·울진·칠곡)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한 해 300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경남 남해는 작년에 신생아가 140명인데 사망자는 722명으로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5배 더 많다. 충북 괴산도 사망자(496명)가 신생아(120명)보다 4.1배 많다. 돌잔치에 가는 것보다 장례식 가는 게 더 많다는 얘기다. 실제 300명 이하가 태어나는 54개 시·군·구 중 젊은 군인들이 많은 강원 화천·양구를 제외한 52곳 모두가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더 많다. 전체 인구도 2010년에 비해 모두 줄어들고 있어 지역 소멸 위기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이 지역들에선 분만할 산부인과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군은 전국 81개 군 중 64곳(79%)에 이른다. 산모들은 아기 낳으려면 1시간 넘게 도시로 가야 하는 곳이 많다. 신생아 수와 인근 도시와의 거리 등을 따져 복지부가 분만 취약 지역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유치를 적극 시도하는 곳은 경북 8곳, 경남·강원 7곳, 전남 6곳 등 35개 군이다.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는 2016년 607곳으로, 2006년(1119곳)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강원도 접경지역인 철원·화천·양구·인제는 산부인과 불모지대다. 인제의 산모들은 아기 낳으려면 춘천이나 속초로 가야 한다. 2년 전 아기를 낳았다는 박모(34)씨는 "매월 한 번씩 산전 진찰 받으러 춘천으로 갔는데 나와 남편이 모두 휴가를 매번 내야 했고 교통비도 만만찮다"며 "갑자기 산통이 오면 힘들까 봐 아예 출산 예정일 하루 전에 춘천에 미리 가서 아기를 낳았다"고 말했다.

경남 의령·함양, 경북 청송 등은 산부인과가 전혀 없어 산모들이 산전 진찰을 받으려 해도 외지로 나가야 한다. 경남 창녕엔 산부인과 한 곳이 있지만, 분만은 하지 않는다. 분만 시 위급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분만하려면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 등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생아가 400여 명 태어나는 홍천군에서는 지난 10월부터 유일한 분만 산부인과가 분만을 포기해 아기를 낳으려면 춘천이나 원주로 가야 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인구 7만 명인 홍천에서 분만을 포기할 정도면 앞으로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2/20171202002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