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석 1t 캐면 金 10g… 폐가전 1t 녹이면 金 1㎏ |
노다지 찾아 도시로 가는 시대
유망산업으로 뜬 ‘도시광산’
‘어반 마이너’ 도심서 金 추출 휴대전화 100만대 재활용 땐 원광석 캐는 에너지의 10%로 金 24㎏ 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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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등 뽑아내
채굴·판매지 같아 운송비 절감
작년 지구촌 폐가전 7000만t
폐기물 계속 늘어 자원 무한대
美·英·加 등 앞다퉈 뛰어들어
“광업서 150년만에 이룬 혁신”
19세기 중반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강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시 열풍이 미 전역을 뒤흔들었다. 1949년 한 해만 8만 명이 넘게 서부로 몰려들어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을 일컫는 ‘포티나이너스(49ers·Forty-niners)’라는 명칭도 생겨났다. 유럽과 중남미, 중국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벼락부자를 꿈꾸면서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횡단했다. 21세기인 지금도 금을 좇는 바람은 불고 있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흙먼지 날리는 땅이 아니라 아스팔트 위에서 금을 캔다. 이른바 ‘어반 마이너(urban miner)’들이다.
15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도시의 숨겨진 재물을 캐는 도시 광산(Urban mining)’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도시광산을 소개했다. 도시광산은 비도시 지역에서 광물을 캐는 일반 광산업과 달리, 도시인들이 사용하다 버린 폐가전제품 등에서 자원을 얻는 녹색성장산업의 하나로, 최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폐가전제품, 폐건물 등을 해체하고 분쇄, 제련 등의 과정을 거쳐 자원을 추출해 재사용하는 것이다.
도시광산은 환경친화적이면서 경제적이다. 예컨대 기종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휴대전화 하나에는 대략 0.024g의 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휴대전화 100만 대를 모으면 금 24㎏, 은 250㎏, 팔라듐 9㎏, 납 9000㎏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캐나다의 도시광산 업체 엔비로리치에 따르면 원광석 1t당 10g의 금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폐가전제품 1t에서 1㎏의 금을 얻을 수 있다. 도시광산의 재활용 과정에 쓰이는 에너지는 광산업에 필요한 에너지의 10%에 불과하다. 또 채굴하는 장소와 판매되는 장소가 모두 도시이므로 큰 운송 비용도 필요 없다. 독일 연방환경청(UBA)의 산업화학자인 펠릭스 뮬러는 “직접 채굴하고 정제해야 하는 일반 광산업과 달리 도시광산은 녹여 추출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면서 “도시광산은 자원 효율적 순환경제로 가는 길목의 핵심 산업”이라고 말했다.
도시광산 자원은 풍부하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7000만t의 폐가전제품이 배출됐다. 전자제품 소비가 늘고 각 제품의 사용 기간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폐기물의 양은 계속 늘고 있다. 휴대전화, PC 등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벽돌 등 광물자원은 독일과 같은 국가의 많은 건물에서 대량으로 발견된다. 강철,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과 플라스틱, 석고, 아스팔트, 목재와 같은 재료도 풍부하다. 시멘트는 석회로, 기름은 화장품으로, 타이어는 단열재 등으로 가공될 수 있다. 모래와 자갈 등 건축자재 생산에 필요한 천연자원은 점차 고갈되는 반면 도시엔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다.
도시광산은 특히 유럽에서 촉망받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동차 제작에서부터 의료용 임플란트 제작까지 업계에서 필요한 많은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호라이즌 2020’ 펀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재활용 원료의 개발 연구에 2억 유로(약 26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에 달하는 양을 수입해 오던 중국이 최근 환경 오염 등을 이유로 수입을 거부하자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광산업체 블루오크리소스는 해마다 680만㎏의 폐전자제품을 처리하고 있으며 미국의 또 다른 광산업체 리셀룰러는 지난 2010년 400만 대의 휴대전화를 처리해 7500만 달러(약 800억 원)의 순수익을 창출했다.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의 도시광산 프로젝트 중 하나는 영국 기업인 어드밴스드 플라스마 파워가 추진하는 것으로, 이 회사는 1960년대부터 폐가전제품을 매립해온 벨기에 브뤼셀 인근의 대형 쓰레기 매립장을 30년에 걸쳐 채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엔비로리치의 CEO 듀안 넬슨은 “도시광산은 기존 금광 산업에서 150년 만에 이룬 가장 큰 혁신”이라며 “특히 자연광물 사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비싸지면서 이미 채굴된 광물들을 재활용하는 도시광산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