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T거물들 AI에 올인…AI인재 부르는게 값

2018. 3. 16. 21:34C.E.O 경영 자료



韓 IT거물들 AI에 올인…AI인재 부르는게 값

카카오·네이버·엔씨 등 인재영입 전담팀 만들어
국내대학은 물론 해외서도 취업설명회
"카카오 AI전문가 연봉은 의장님만 알아요"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요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의장님 눈에는 '카카오브레인'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농담도 나온다. 카카오 계열사가 60여 개에 달하는데 김 의장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이 AI 기술 개발사인 카카오브레인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최근 AI 기술을 확보하겠다면서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리니지'로 유명한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직접 AI 조직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은 AI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하겠다며 AI센터를 설립하고 북미에서 글로벌 인재 영입에 나섰다.

포털·게임사 등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에서 내로라하는 경영자들이 모두 AI에 빠져 있다. AI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수익모델, 게임 등을 만들어내기 위해 직접 AI 관련 조직을 이끌며 인재 확보 등에 나서는가 하면 자신이 연구에 나서기도 한다. 포털·게임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AI 기술이 실생활에 접목되는 상황에서 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로 차별화 포인트를 찾고 있는 것이다.

작년 2월 설립된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 내에서 AI 기술을 연구하는 자회사로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카카오는 설립 당시 200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지난 1월에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은 아이디어에 꽂히면 회사를 세우고 그 회사를 운영하면서 시장을 익히는 스타일"이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김 의장이 카카오브레인만은 직접 대표를 맡고 실제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 부문은 언제나 (김 의장에게) 최우선 보고 사항"이라며 "우리 회사의 AI 최고 전문가 5명의 연봉은 김 의장만 알 정도로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진 GIO는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네이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네이버 총수 지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네이버 관계자는 "유럽에서 AI를 비롯한 신기술 확보에 전념하기 위해 국내 사업에서는 손을 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지난달 "이 GIO의 최대 관심사는 AI"라며 "이 GIO는 올해도 AI 투자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 GIO는 2016년 "AI 기술 확보가 네이버의 생존력"이라고 선언한 후 유럽 시장을 떠돌며 AI 기술 기업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에 한정해서는 기술과 인재를 찾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다. 2017년 AI 연구기관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해 전문 인력 80명을 확보한 것이 첫 성과다. 이 밖에도 이 GIO는 유럽 벤처캐피털, 펀드운용사 등을 만나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찾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뇌과학 박사인 부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을 통해 AI에 눈을 뜨게 됐다. MIT 컴퓨터 신경과학 박사인 윤 사장은 AI가 국내외에 생소하던 2011년부터 김 대표에게 엔씨소프트 AI 전담 조직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윤 사장은 SK텔레콤에서 함께 일했던 이재준 박사를 영입해 AI 연구를 시작했다. 단 한 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AI 전담 조직은 현재 100명에 달하는 핵심 조직으로 성장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윤 사장과 함께 AI 공부를 하며 엔씨소프트가 게임 회사에서 정보기술(IT) 종합 기술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비전을 구상하고 AI 전담 조직을 김 대표 직속 조직으로 확대하고 직접 이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독서와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AI 사업을 구상하는 스타일이다. 서울 구로구 사옥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고 AI 관련 글을 모아 보며 골똘히 생각한다. 넷마블 관계자는 "이렇게 한동안 공부한 다음에 어느 정도 구상이 잡히면 담당 임원을 불러서 조직 개편이나 사업 계획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실행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은 최근 AI를 고도화한 지능형 게임 개발을 위한 AI센터와 북미 지역의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AI랩 설립을 결정했다.

이렇듯 수장까지 나서서 AI 사업 확장을 위해 힘을 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AI 인재 영입에 애를 먹고 있다.

중국 텐센트와 구인구직 사이트 보스(BOSS)가 공동으로 발간한 '2017 글로벌 AI 인재 백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추가로 요구하는 AI 인재는 약 100만명인 데 반해 글로벌 AI 인재는 약 30만명에 불과하다.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AI연구소를 갖춘 교육기관 370여 곳에서 매년 배출되는 인력은 약 2만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네이버는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담팀을 따로 만들었다.

이 팀은 유럽 학회, 미국 주요 명문대를 돌면서 유망한 인재를 미리 접촉한다. 또한 미국 스탠퍼드대·하버드대를 찾아 간략한 취업설명회를 연다. 엔씨소프트는 서울대·카이스트·고려대 등과 산학협력을 맺고 연구하면서 기술 기초 단계에서부터 인재를 확보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전인 2011년부터 AI 조직을 운영해 비교적 AI 인재를 일찍 확보한 편"이라며 "기존 인력들의 소개로 업계 실력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