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심리학자들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고독지수를 '상당한 고독감'에 해당하는 78점으로 평가했다. 고독감이 우울증·자살··일 중독·혐오범죄 등 사회문제와 연관성이 큰 만큼 국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임상심리학회·한국심리학회는 최근 학회 소속 심리학자 317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고독지수'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대한민국을 하나의 인격체로 비유해 현재의 심리상태를 평가한 설문 결과다. “현재 대한민국은 얼마나 고독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심리학자들이 점수를 매겼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 고독지수는 평균 78점으로 심리학자들은 오늘날 한국인이 '상당한 고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독감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으로 개인주의의 심화(62.1%)가 꼽혔고 사회 계층간 대립 심화(54.6%), 장기화된 경제 불황(48.3%),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45.4%), 온라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변화(36.3%)가 뒤를 이었다.
설문에서 심리학자들은 “고독함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정신적 문제 및 사회문제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00점 만점에 평균 83점으로 매우 큰 연관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우울증·자살·고독사·일 중독·악성댓글·혐오범죄 등 현재 한국 사회가 겪는 다양한 문제가 고독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는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나’를 우선시 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됐다"며 "고독감을 더 많이 느낄수록 우울 혹은 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증가하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정신적·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들은 고독감과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국가 정책적 대응 방안 마련(61.8%)과 봉사활동 등 이타성, 사회성 프로그램 장려(55.5%) 등을 꼽았다. 제도적 노력과 개인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미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은 “사회 전체가 느끼는 고독감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부족하다. 정책적으로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고독감을 경감시키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같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개인의 크고 작은 이타주의 실천이 더해져 사회적 연대가 형성될 때 대한민국이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한국임상심리학회 등 317명 설문. "정책적 대응 방안 마련" 강조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