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외치더니… 순직 조종사 마지막 길에 與는 없었다
2018. 4. 10. 01:09ㆍ이슈 뉴스스크랩
[박병진의 밀리터리S] '안보' 외치더니… 순직 조종사 마지막 길에 與는 없었다
F-15K 영결식 국방위 민주 의원 ‘0’
지난 7일 오전 대구 제11전투비행단에서 F-15K 전투기 추락사고로 숨진 조종사들의 영결식이 열렸다. 유가족이 고인에게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7일 대구에 있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서는 이틀 전 F-15K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최모(29) 소령과 박모(27) 대위의 영결식이 부대장(葬)으로 열렸다.
봄을 시샘한 찬바람이 영결식장을 휘감아돌자 분위기는 더욱 어둡고 침울해졌다.
식순에 따라 최 소령의 공군사관학교 동기생(59기) 대표가 “너의 몸을 던져 우리 조국과 하늘을 지켜줬으니 또 다른 동기인 너의 아내와 네 분신과 같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줄게”라며 추도사를 읽어 나갔다. 일순 굳은 얼굴로 자리를 지키던 동료 조종사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허공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꽉 다문 입술을 깨물며 애써 슬픔을 삭이거나, 끝내 참지 못하고 울먹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7일 오전 대구 제11전투비행단에서 F-15K 전투기 추락사고로 숨진 조종사들의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을 마치고 동료들이 운구행렬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이왕근 공군참모총장, 박하식 제11전투비행단장 등 공군 지휘관과 장병들이 떠나는 두 사람을 배웅했다. 국민을 대표해 정치권에서도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주호영·김영우·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지켜봤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7명이나 된다.
국방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이철희 의원도 빠졌다. 영결식날 백령도를 방문했다가 풍랑주의보로 발이 묶였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9일 “(순직 조종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누구보다 군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순직 장병 영결식에 참석한 사례는 드물다. 2002년 7월1일 제2연평해전 장례식 때는 정부 인사조차 거들떠보지 않았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낚싯배 전복사고에도 청와대에서 실종자와 사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올릴 정도다. 지역구가 아니라서, 영결식이 열린 곳이 보수의 안마당이라서 이들이 찾지 않았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늘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외쳐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7일 오전 대구 제11전투비행단에서 F-15K 전투기 추락사고로 숨진 조종사들의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을 마치고 운구행렬이 부대를 나서고 있다. |
앞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서주석 차관, 정경두 합참의장, 국방부 국실장급 간부 10여명은 6일 두 순직 조종사들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차관과 국실장 등 국방부 간부들이 함께 순직 군인을 조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마저도 영결식이나 안장식 행사에 가지 않은 것을 조문을 통해 대신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한 예비역 장성은 “슬픔은 같이 나눌수록 힘이 된다. 장관이나 차관이 조문도 가고 영결식에도 가면 어디가 덧나나”면서 “군심을 결집하는 데는 절차나 격식 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2명의 빨간마후라를 떠나 보낸 공군은 아픔을 뒤로하고 추락사고로 중단했던 항공기 비행을 10일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키로 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군은 그렇게 묵묵히 국민 곁에 머물 것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이슈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문수 "文대통령, 김일성 주의자 금감원장 임명 너무해"(종합) (0) | 2018.04.10 |
---|---|
김성태 "김기식, 땡처리 외유에 女비서 또 동행"...추가 의혹 (0) | 2018.04.10 |
문재인 대통령, 남용하는 직권남용 (0) | 2018.04.06 |
폐비닐 이어 폐지도 대란 조짐..中 수출 막히며 가격 30% 곤두박질 (0) | 2018.04.04 |
초미세먼지 75% 하늘서 나온 2차생성 미세먼지 (0) | 2018.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