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2. 14:32ㆍC.E.O 경영 자료
[인터뷰] 배현진 "자유를 외치고 싶었다… 누군가는 지켜야할"
[단독 인터뷰]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천부인권, '입다물라는 폭력에 맞설 것"
"자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지난달 9일 MBC 뉴스의 간판이었던 배현진 전(36) 앵커가 자유한국당 입당이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선택했다.
방송 시간으로만 해도 2000일 넘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뉴스를 전해주던 브라운관 속 그녀는 지난 4일 서울 송파을 재보궐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정치인 배현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은 11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도전기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왜 가시밭길을 선택했나?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무너진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이지만, 여전히 가시밭길이 예약된 야당이다.
배현진 위원장의 부모님도 딸이 고생이 눈에 훤히 보여 배 위원장의 입당을 말렸다고 한다. 2012년 MBC 파업 불참 선언 이후 언론 노조의 집중 포화를 받아왔던 딸의 고단함을 잘 알기에 다시 험난한 길에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배 위원장은 "두려워도 결단을 내릴 때는 내려야 했다"며 "한국당에 들어온 것도 정치를 시작한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자유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며 "보수의 가치가 흔들리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의가 흔들렸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느끼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자유를 추구하는) 제 지향성과 가장 비슷한 곳, 제 가치를 펼칠 수 있는 곳이 한국당이라고 생각했다"며 "언론사에서 어떻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할까 하는 회의감이 큰 것도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배현진 위원장은 언제부터 자유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것일까.
배 위원장이 제일 처음 갈증을 느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을 쏟아낼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고 말한 MBC 에서였다. 배 위원장은 곳곳에서 자유가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배 위원장이 자유의 상실을 경험한 때는 2012년 MBC가 노조 중심으로 대대적인 파업을 시작했을 때다. 그는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무엇보다 자유가 우선돼야 할 언론사에서 '억압'과 '집단주의'를 마주했다. 배 위원장은 전체라는 이름 아래서 개인의 의견이 묵살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배 위원장은 "나는 파업 당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공공방송 기치를 내걸고 시작했는데 사장의 개인적 개인사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고 파업이 정치적 색채를 짙게 띠게 되면서 편향돼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에 따르면 당시 파업 현장에는 특정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방송인인 '소셜테이너'들과 현(現) 여권 인사들이 파업을 독려하러 찾아왔다.
배 위원장은 언론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특정 정치인들이 발언하는 것을 보며, 점점 파업의 명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노조 탈퇴 및 파업 중단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배 위원장에게 돌아온 것은 '넌 절대 나가지 못한다. 나가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해주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러나 배 위원장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저같이 얼굴을 내놓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파업 중단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녀는 MBC 사내 인트라넷에 "여전히 제게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뿐입니다. 진정성 있는 대의명분과 정당한 수단을 이 두 가지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 한 두려움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자리를 비우지 않겠다"고 밝힌 뒤 뉴스에 복귀했다.
배 위원장은 "파업에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조직문화에 대한 공포, 동료들과의 정서적 유대감 등 때문에 뛰어들었다"며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다’ ‘공정언론을 위해서다’ 아무리 고상하게 이야기를 해도 뉴스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반쪽짜리 뉴스를 만들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뉴스는 앉아서 예쁘게 앵커 놀이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나눠주시는 대한민국의 365일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동료를 잃게 되는 게 가장 무서웠고, 사회적인 지탄도 두려웠으나 당장에 욕을 먹고 사회생활이 어렵더라도 앵커로서의 소임은 다해야 한다고 결심하고 복귀했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신껏 복귀를 선언했지만, 조직은 이를 배신으로 여겼다. 그때부터 MBC 언론 노조라는 거대 조직과 배현진 위원장의 싸움이 시작됐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그 일로 배 위원장은 최근 MBC를 떠나기 전까지 온갖 루머와 구설수에 올랐다. 배 위원장은 회사 내에서 이른바 '언론 적폐'로 몰렸다.
배 위원장은 "파업 중단 이후 MBC 언론조노에서 나는 공공연한 제거 대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이 됐다"며 "언론 노조를 중심으로 모든 문제가 배현진 탓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현진 인성 참 나쁘다?
사실 온라인에서 배현진 위원장의 이름을 검색하면 앵커 시절의 각종 루머로 도배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루머도 대부분 파업 이후에 나온 것이다. ‘양치 대첩’ ‘피구 대첩’ 등 희화화된 제목으로 배 위원장에 대한 소문이 돌아다닌다.
주로 MBC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의 폭로형태다. MBC 선배였던 양윤경 기자가 배현진 위원장에게 양치할 때 물을 틀어놓고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가 회사에서 부당한 인사 조치를 받았다거나, 신동진 아나운서가 배 위원장의 다리에 피구공을 던져 좌천됐다 등의 소문이다.
이 둘은 모두 자신이 ‘배현진과 마찰이 있고 나서 불이익을 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배 위원장이 사측의 총애를 받고 있어 인사까지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이날 배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밝혔다. 여태껏 한 번도 속 시원하게 꺼낸 적 없는 이야기였다.
배 위원장은 "여태껏 개인 배현진으로 남아있었다면 끝까지 해명 안 하고 욕을 먹으려 했다"며 "하지만 정치를 하려면 유권자의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배 위원장은 "당시 파업을 접고 온 이후에 전 노조원이 눈에 보이는 공격, 보이지 않는 공격을 할 때였다"며 "(떠돌아다니는 이야기 중) 사실이 아닌 것이 있다"고 했다.
양윤경 기자는 지난해 8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5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양 기자는 당시 배 위원장이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양치를 화장을 하고 있었고 자신이 이를 지적한 후에 좌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 위원장은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이라고 했다. 오히려 배 위원장은 "그때 함께 경위서를 쓰기도 했지만 제 진술서에는 선배가 나갔다가 들어와서 양치하고 입을 헹구기 위해 물을 틀어놨는데 물을 껐다"고 했다.
이어 "본인은 극구 아니라고 하면서 부인했고, 결국 경위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CCTV를 확인하게 됐다"며 "결국 나갔다 들어온 게 발견됐고 (양윤경 기자가) 나중에 조사부장께는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하고 마무리가 된 거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속사정을 설명하며 "제가 대표 앵커로서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어떻게 입사 3,4년차에 인사상의 조정에 영향을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그래도 MBC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인데, 누가 회사 안에서 고자질을 했다고 인사조치를 하는 허술한 인사과정이 있는 곳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다만 당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하루에 수백명이 뉴스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데, 앵커가 나와서 억울한 일이 있었다며 미주알고주알 논란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배 위원장은 또 자신이 MBC 앵커를 지내며 편파보도를 했다는 시선에 대해서도 명백한 오해임을 강조했다.
그는 "하루에 기자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이 뉴스 하나를 위해서 전력을 다한다"며 "뉴스는 보도국장과 내가 단둘이 만드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어 "앵커멘트를 쓰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누구한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그런 노력이,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
그때부터 배현진 위원장은 민주주의의 한 축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했다. 언론노조는 줄기차게 배 전 앵커를 압박했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배 위원장이 지난달 한국당에 입당하며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고, "소신을 따른 대가로 사회에서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제가 노력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배 위원장은 "앵커라면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고 산다"며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천부인권이기에 네가 소수이기 때문에 입 다물고 있으라고 하는 건 굉장한 폭력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고 자유라는 측면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신임 MBC 사장으로 들어오며 배 위원장은 '퇴사'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배 위원장은 2012년 노조 파업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현 정권의 블랙리스트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뽑힌 최승호 MBC 사장이 언론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자신을 콕 집어 "배현진씨는 다시는 뉴스에 출연하지 못한다고 한 것을 보면 나는 현 정권의 블랙리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앵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조치였지만 배 위원장은 억울함보다는 정치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변화를 꾀했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자유가 사회 곳곳에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한다.
배 위원장은 "요즘 먹고 사는 문제에서도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며 "송파 주민들을 만나 들어보면 나의 사유재산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데 그걸 특권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면 개인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는 무엇이 되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결국 보수정치인은 어쩌면 아주 평범한 것들 내가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와 가정을 건전하게 지킬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파을을 위한 대변자로
배 위원장은 앞으로 정치인 배현진의 목표에 대해 "송파을의 자랑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송파는 외지인도 많고 인구도 늘어나는 큰 도시지만 주민들이 따듯하고 오밀조밀하고 따듯한 느낌이 있는 곳"이라며 "많은 분들이 화합하며 사실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밖에 나가보면 낯선 나를 환대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신다"며 "송파 유권자들의 품성이 느껴진다"라고도 했다.
배 위원장은 최근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 생각보다 훨씬 환대해 주셔서 놀랐다"며 "처음에는 쑥스럽고 떨리고 했는데 손을 잡고 '수고했다' '(송파을에 온걸) 환영한다'는 말을 해주시니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물론 배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편견이 있는 걸 알기에 시민들과의 소통 방법을 백방으로 고민하고 있는 형편이다.
배 위원장은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언니라는 마음으로 다가가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SNS는 '진짜 배현진'을 알리는데 좋은 소통 도구다. 얼마전 SNS에 "송파 주민께서 제 이름을 불러주실 때 언제나 뒤돌아 살펴보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예비 후보 명함을 SNS에 직접 찍어 올려 시민들에게 "명함을 골라달라"고 하기도 했다.
배현진 위원장은 "배현진 참 잘 뽑아서 잘 길러낸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힘차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뉴스에서 보던 정제된 모습이 아니라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표현처럼 걱실걱실 일하고 싶다"고 했다. 말과 행동을 시원스럽게 하는 모양을 뜻한다.
그러면서 "TV에 나오는 공주가 아니라 정말 일꾼이구나 알게 해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여성·정치신인이 정치를 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우려는 당연하다"며 "그러나 아직 보여드릴 기회가 없어 짐작하지 못하고 계시는 것이지 제가 하나하나 꺼내놓을때마다 굉장히 새롭고 기대이상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배현진 위원장은 "지난 시간처럼 꿋꿋하고 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며 "필요한 말은 꼭 하는 정치인이 되 되겠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간 배현진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국민이 곧 정치 초년생에겐 스승이다. 잘 배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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