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충격 도소매, 숙박·음식
일자리 11만6000개나 줄어들어
“나랏돈 푸는 땜질식 처방 대신
기업 경쟁력 높이는 대책 필요”
고용지표가 두 달 연속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아무리 나랏돈을 쏟아부어도 현재의 고용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18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전체 취업자 수는 2655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 폭(전년 동월 대비)이 10만4000명으로 8년 만의 최소치였던 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고용 쇼크’다.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는 20만~40만 명 선을 유지해 왔다.
전문가들은 추경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정부 정책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릴 경우 고용주들이 부담을 느껴 근로자를 해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는 계속 나왔다.
취약계층 보호를 명분으로 하지만 도리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도·소매업 등의 취업자 수가 줄었다는 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숙박, 음식업 쪽에서 고용이 감소했다”며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다른 업종으로 번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층 실업률 11.6% 심각…여권서도 “최저임금 부작용 최소화해야”
최저임금 인상뿐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신규 고용을 줄여 결과적으로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김덕환씨 사례에서 보듯 근로시간 단축도 ‘일자리 나누기’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임금 하락이나 추가적인 고용 감축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반면에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평가되는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과 혁신성장 전략은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달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조9000억원 규모의 청년 일자리 추경안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구조개혁과 성장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기존 정책에만 집착할 경우 아무리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도 근본적인 일자리 늘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금액이 꼭 1만원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고용의 핵심은 지속가능성, 즉 고용의 질이기 때문에 개별 정책의 효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경제 토대를 튼튼하게 하는 중장기적 거시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 상처가 프리터족(아르바이트로 생계에 필요한 정도의 돈만 버는 청년층) 등의 형태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한국도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본질적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교수는 “나랏돈을 풀어 일자리를 지탱하는 땜질식 처방 대신 기업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기존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이목희 신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며 국민적 동의에 따라 올려야 한다”며 “이제는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5월에 민간 부문을 반영한 일자리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박진석·심새롬·장원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