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했지만 '취업 경험은 無'..사상 최대

2018. 4. 14. 17:23이슈 뉴스스크랩



대학 졸업했지만 '취업 경험은 無'..사상 최대

이지은 입력 2018.04.14. 10:25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리딩 코리아, 잡 페스티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한 번도 취업을 해 보지 못한 구직자의 숫자가 8만7000명을 기록했다.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12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14만1000명) 대비 9.4% 줄었다.

하지만 대졸(대학교+전문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8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7만8000명) 대비 11.0% 증가하면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대졸은 0.5% 줄었지만, 대학교 졸업이 14.8% 급증하면서다.

전체 취업 무경험 실업자 중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도 67.9%로 나타났다. 단 한 번도 취업경험 없이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 3명 중 2명은 대졸자인 셈이다.

취업 무경험 실업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10만2000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대학 졸업 후 취업활동에 뛰어드는 20대 후반이 5만7000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초반이 4만5000명, 30대 초반(30~34세)이 1만1000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고학력을 가지고도 일자리를 쉽게 얻기 힘든 이유는 올해부터 4년간 39만명의 에코붐 세대가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원하는 '좋은 일자리' 숫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를 두고 경쟁하는 구직자들의 수가 늘면서 실업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14만명의 잠재적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에게 연간 1000만원의 자산 형성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등 지원책을 마련, 4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2조9000억원 가까이를 투입할 예정이지만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졸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에 취업해 연 1000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향취업이 결국 개인의 연봉 등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한국고용연구원(KLI)은 KLI 패널브리프 12호에 실린 '고학력 청년 신규 취업자의 하향취업' 보고서에서 대졸 구직자들이 한 번 눈높이를 낮춰 취업할 경우, 적정한 회사로 이직하더라도 임금이 평균 2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KLI는 "하향취업자는 적정취업자보다 이직을 경험한 후 적정취업으로 이행한 비율이 낮았으며, 자발적으로 퇴직한 경우에도 보다 나은 일자리로 이직하기 위해 퇴직한 비율도 낮았다"며 "하향취업자가 적정취업자보다 취업 당시 임금과 이후 임금상승률이 모두 낮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