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숨긴 핵… 자진신고 없인 '완전한 검증' 어렵다

2018. 5. 1. 21:12C.E.O 경영 자료

지하에 숨긴 핵… 자진신고 없인 '완전한 검증' 어렵다

입력 : 2018.05.01 03:09 | 수정 : 2018.05.01 07:35

['판문점 선언' 이후]

핵 폐기하고 핵시설 해체한 후 기술인력까지 관리해야 'CVID'
플루토늄은 추출한 기록 남지만 고농축우라늄은 추적 불가능
모든 의심시설 불시 사찰 필요한데, 과거 北 "패전국인가" 반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 미 당국자들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협상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제한 없는 사찰' 등 미국 및 국제사회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북한이 미국의 요구 수준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과거 북한은 CVID에 대해 "패전국에나 쓸 수 있는 용어"라고 강력히 반발했었다.

핵무기부터 인력까지 다뤄야 CVID

CVID 중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물질·무기를 모두 폐기 혹은 해외로 반출하고, 이를 다시 생산하지 못하도록 핵시설을 영구 해체한 뒤 핵 기술 인력까지 추적·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CVID를 달성하려면 풍계리 핵실험장뿐 아니라 영변 핵시설과 다른 곳에 숨겨뒀을 것으로 의심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을 모두 영구 폐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검증'이다. CVID를 제대로 하려면 우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기술, 인적자원 목록을 국제사회에 공개해야 한다. 시설 운영 기록, 설계 정보, 처리한 핵물질의 양 등 세부 내용까지 자세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뒤, 그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예비 사찰'을 받아야 한다. 북한이 신고하지 않았지만 핵개발 의심이 가는 시설에 대한 사찰도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 핵물질 해외 반출, 핵시설 해체를 한 이후로도 비핵화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지에 대한 지속적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은닉된 핵무기·핵시설 등이 문제

문제는 북한이 그동안 비축한 핵물질, 핵탄두, 미사일 등의 양이나 보관 장소를 국제사회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미국과 IAEA 등이 핵 시설과 의심 지역에 대한 위성 영상을 계속 추적하며 자료를 축적했다"며 "은닉된 지하시설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몇 년간 지속적 감시와 사찰이 이뤄지면 계속 숨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검증에 협조할 경우 그동안 추출된 플루토늄의 양은 오차 범위 3% 이내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의 신고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용이한 셈이다. 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은 과거 생산량 확인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샘플을 제공했던 파키스탄의 압둘 칸 박사는 북한이 늦어도 2002년부터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IAEA도 2011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꼭 필요한 물질인 육불화우라늄(UF6)을 리비아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북한이 UF6 생산을 위한 미신고 핵 시설을 2001년 이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최소 16년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다면 엄청난 양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완전한 검증 수용한 적 없는 北

이처럼 북한 핵 활동에 대해 국제사회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CVID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결국 핵 관련성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지역에 대한 불시 사찰이 가능해야 한다. 북한의 핵 폐기 조치 이후에도 일부 핵 시설을 숨겨두거나 몰래 핵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에 대비해서 '언제 어디서든' 사찰을 허용하는 IAEA 추가의정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 번도 제대로 검증에 응한 적이 없다. 북한은 19922월 발효된 '남북 비핵화 공동 선언'에서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하고, 그해 5IAEA에 핵시설·핵물질 정보 등을 담은 최초 신고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IAEA의 사찰 결과 북한이 수차례 핵 재처리를 했으며, 신고한 것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추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북한은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I AEA에서 탈퇴해 버렸다. 6자회담도 결국 북한이 검증을 거부해서 실패했다. 20086월 북한은 외신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불능화 의사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미신고 핵시설과 핵물질, 관련 활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장소를 마음대로 사찰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검증의정서 요구는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1/20180501002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