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01 03:09 | 수정 : 2018.05.01 07:35
['판문점 선언' 이후]
핵 폐기하고 핵시설 해체한 후 기술인력까지 관리해야 'CVID'
플루토늄은 추출한 기록 남지만 고농축우라늄은 추적 불가능
모든 의심시설 불시 사찰 필요한데, 과거 北 "패전국인가" 반발
◇핵무기부터 인력까지 다뤄야 CVID
CVID 중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물질·무기를 모두 폐기 혹은 해외로 반출하고, 이를 다시 생산하지 못하도록 핵시설을 영구 해체한 뒤 핵 기술 인력까지 추적·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CVID를 달성하려면 풍계리 핵실험장뿐 아니라 영변 핵시설과 다른 곳에 숨겨뒀을 것으로 의심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 등을 모두 영구 폐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검증'이다. CVID를 제대로 하려면 우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기술, 인적자원 목록을 국제사회에 공개해야 한다. 시설 운영 기록, 설계 정보, 처리한 핵물질의 양 등 세부 내용까지 자세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뒤, 그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예비 사찰'을 받아야 한다. 북한이 신고하지 않았지만 핵개발 의심이 가는 시설에 대한 사찰도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 핵물질 해외 반출, 핵시설 해체를 한 이후로도 비핵화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지에 대한 지속적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은닉된 핵무기·핵시설 등이 문제
문제는 북한이 그동안 비축한 핵물질, 핵탄두, 미사일 등의 양이나 보관 장소를 국제사회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미국과 IAEA 등이 핵 시설과 의심 지역에 대한 위성 영상을 계속 추적하며 자료를 축적했다"며 "은닉된 지하시설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몇 년간 지속적 감시와 사찰이 이뤄지면 계속 숨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검증에 협조할 경우 그동안 추출된 플루토늄의 양은 오차 범위 3% 이내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의 신고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용이한 셈이다. 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은 과거 생산량 확인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샘플을 제공했던 파키스탄의 압둘 칸 박사는 북한이 늦어도 2002년부터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IAEA도 2011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꼭 필요한 물질인 육불화우라늄(UF6)을 리비아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북한이 UF6 생산을 위한 미신고 핵 시설을 2001년 이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최소 16년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다면 엄청난 양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완전한 검증 수용한 적 없는 北
이처럼 북한 핵 활동에 대해 국제사회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CVID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결국 핵 관련성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지역에 대한 불시 사찰이 가능해야 한다. 북한의 핵 폐기 조치 이후에도 일부 핵 시설을 숨겨두거나 몰래 핵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에 대비해서 '언제 어디서든' 사찰을 허용하는 IAEA 추가의정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 번도 제대로 검증에 응한 적이 없다. 북한은 1992년 2월 발효된 '남북 비핵화 공동 선언'에서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하고, 그해 5월 IAEA에 핵시설·핵물질 정보 등을 담은 최초 신고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IAEA의 사찰 결과 북한이 수차례 핵 재처리를 했으며, 신고한 것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추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북한은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I
AEA에서 탈퇴해 버렸다. 6자회담도 결국 북한이 검증을 거부해서 실패했다. 2008년 6월 북한은 외신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불능화 의사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미신고 핵시설과 핵물질, 관련 활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장소를 마음대로 사찰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검증의정서 요구는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