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3. 18:21ㆍC.E.O 경영 자료
김문수 "태극기 집회로 지지도 반토막..그래도 탄핵 반대"
최민우 입력 2018.05.13. 06:01 수정 2018.05.13. 14:56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운동을 본격화하면서 아침 거리 인사로 하루를 열고 있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8일 첫 공식 일정도 ‘올림픽공원 사거리 인사’였다. 밀착마크가 김 후보를 처음 만난 건 이날 오전 6시10분 사당역이었다. 차가 아닌 지하철을 타고 올림픽공원쪽으로 갔다.
김 후보는 사당역 인근 2억5000만원짜리 투룸 빌라에 산다고 했다. 양복을 입었지만 신발은 스니커즈였다. 발걸음은 날렵했고, 계단은 뛰어 내려갔다. 60대 후반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경북 영천 촌동네에서 농사 짓고 살아서 그래.” 역내에서 알아본 이들과 김 후보는 스스럼 없이 대화했다. 거물 정치인보단 구수한 옆집 할아버지 같았다.
Q : 왜 지하철인가.
A : 가장 빠르고 정확하니깐. 옷 갈아입을 때 등은 어쩔 수 없이 승합차 타지만, 난 지하철이 편하다. 또 정치적으로 나를 키운 곳이다. 내가 경기 부천소사에서 3선 하지 않았나. 거긴 베드타운이다. 아침 출근길에 주민 만나지 않으면 스킨십 할 기회가 없다. 조찬회동 등을 제외하면 12년간 거의 빼놓지 않고 소사역 등에서 아침 인사를 했다. 그때부터 몸에 배었다.
A : 결과적으로 졌으니깐, 패착 맞다. 근데 내가 안전한 지역 찾아 내려간 게 아니다. 그쪽에서 요청이 왔다. 김부겸과 붙을 대안이 없다고, 당신밖에 없다고, 그래서 출마한 거다. 하지만 떨어졌으니 완전히 망한거지. 정치란 어쩌니 저쩌니 해도 결국 냉혹한 승부다.
Q : 그렇게 승패를 중시하면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엔 왜 나왔나. 혹 안철수 이기고 2위면 만족하나.
A : 선거에서 1위 말고 무슨 의미가 있나. 2위 하려고 나서는 후보가 누가 있나. 이기려고 출마했다. 그리고 이길 수 있다.
A : 샤이(shy) 보수가 숨어있다. 유선전화가 아닌 모바일 응답률이 90%를 넘기면 우리 쪽 지지율은 낮게 나온다. 여론조사란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크다. 여론조사와 지지율을 등치하는 건 무리다. 그리고 단일화하려면 안철수와 박원순이 해야 맞다. 7년전 박원순 시장을 만든 산파가 벤처 신화 안철수 아닌가.
Q : 그간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홍정욱ㆍ이석연ㆍ김병준ㆍ오세훈 등이 물망에 오르다 다들 안 하겠다고 하니 결국 ‘대타’로 나선 꼴인데, 자존심 상하지 않나.
A :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게만 홍준표 대표가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분들은 언론의 하마평이나 주변에서 의사 타진을 한 거고. 나 역시 할 마음이 없었다. 서울 지역의 나경원ㆍ김용태 등이 등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내가 그분들께 권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 그럼 110석이 넘는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말라는 소리인가. 당이 어려울 때 희생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A : 보수의 위기? 그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다. 자유란 대한민국이 지켜나가야 할 핵심 가치인데 그게 흔들리고 있다. 언론의 자유만 봐도 그렇다. 권력에 의한 통제, 기업 등 광고주로부터의 통제 등은 잘못된 일이다. 마찬가지로 노조가 언론을 장악해서도 안 된다. 근데 마치 노조에 의한 통제는 정의요, 자본에 의한 통제는 악인 것처럼 설정돼 있지 않나. 삐뚤어진 이분법이다.
Q : 태극기 집회엔 왜 갔나.
A : 태극기 집회 때문에 내 지지도가 반토막난 거 안다. 하지만 왜 가면 안 되나. 촛불 집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이라면, 태극기 집회는 탄핵 반대 아닌가. 그렇다면 난 탄핵 반대다. 대통령이 잘못한 일이 있다 해도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군중 집회로 끌어내려선 안 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그럼 앞으로도 100만명 이상 모이면 대통령 다 하야해야 하나.
A : 탄핵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이 확정된 사안인가. 혐의만 있지 않았나. 그런 식이면 ‘드루킹 게이트’로 문 대통령도 탄핵 심판대에 서야 한다. 돌이켜보라. 탄핵 직전에 별의별 소문이 다 있었다. 최순실 재산이 몇십조다, 박 대통령은 성형주사 맞았다, 세월호때 굿 했다 등. 현재 최순실 재산 1조라도 확인됐나. 설사 최순실에게 연설문 등 도움받았다 해도 그게 과연 대통령을 중간에 끌어내릴 만한 사안이냐는 얘기다. 내가 10년 동안 같이 국회의원 해봐서 아는데 박근혜라는 사람이 돈 먹을 사람 아니다. 음흉하지 않다. 아니 돈 자체를 잘 모른다. 진짜로 공주 같다. 세상물정 모르고, 또 챙길 자식이 있나, 뇌물 받아 땅 사놓을 필요가 있나.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이 돈 한푼 받았다는 증거 나왔나. 그걸 못 밝혀내니 ‘경제공동체’니 ‘공동정범’이니 하며 걸고 넘어지는 거 아닌가.
A : 잘못했지. 무엇보다 국가 운영을 잘하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막연히 건너 배웠을 뿐 체계적인 자기 학습이 부족했다. 현대 국가는 복잡하다. 용인ㆍ정책ㆍ전략 등이 필요한데 박 전 대통령은 이념만 확고했지 종합적으로 운영할 기술이 없었다. 그저 올드보이에게만 의존하고. 하지만 실력이 없다고 감옥에 가야 하느냐 이 말이다.
김 후보는 이날 7개 일정을 소화했다. 아침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대한노인회 어버이날 행사→성동장애인복지회관 급식 봉사→한국당 은평구 필승결의대회→남대문시장 방문→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 간담회→전국 목사ㆍ장로 기도회 등이었다. 특히 김 후보는 은마아파트 주민들 앞에서 “강남에 사는 게 죄인가.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남대문 시장에서는 걷기 힘들만큼 상인들의 인기를 받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2030 세대는 김후보에게 냉랭했다.
Q : 박원순 시장의 7년을 평가한다면.
A : 한마디로 서울의 쇠퇴다.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써야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변질됐다. 인구는 줄었는데 교통은 더 막히고 있다. 재건축은 할 수 없는데 아파트값은 더 올랐다. 복지를 늘렸다고 하는데 강남북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기업은 투자를 안 한다. 민간을 계속 억누르면서 공무원만 많이 뽑겠다고 한다. 그게 망한 배급경제, 계획경제 아닌가. 게다가 저들은 수도 이전을 공공연히 내세운다. 서울을 살리기는커녕 자꾸 죽이려고만 한다.
A : 공무원들이 도장 쾅쾅 찍게 하겠다. 민간이, 기업이 신나게 일해야 나라도 도시도 발전하는 거 아닌가. 창의성ㆍ자율성을 차단하는 관주도적인 발상은 시대착오다. 무엇보다 혁명적인 교통정책을 펴겠다. 핵심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다. 출퇴근 개념이 바뀔 것이다. GTX는 40~50m 지하에서 최고 시속 200㎞로 달린다. 경기도 어디에서든 서울 도심까지 30분안에 주파할 수 있다. 프랑스도 감탄할 정도로 한국의 철도ㆍ터널ㆍ토목ㆍ신호 기술은 첨단을 달린다. 꽉 막힌 서울을 뻥 뚫어놓겠다.
Q : 다시 정치 얘기로 가보자. 최근에도 ‘청와대에 친북 인사가 있다’란 주장을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노동운동가였던 김 후보도 친북이지 않았나.
A : 나는 이른바 PD, 민중민주주의 계열이었지 주사파가 아니었다. 내가 친북 안 한 이유는 신영복 때문이었다. 통혁당 사건이 1968년 터졌는데, 그 일로 서울대 상과대 운동권이 싹 망했다. 통혁당은 북한에서 공작금도 받았다. 허위보고·북한의 오판·무리한 지시의 악순환 속에 대중과 괴리되다 정체가 탄로났다. 난 1986년 5ㆍ3 인천 사태를 주도해 옥살이를 했는데 그때 감옥에서 여러명의 주사파를 만났다. 그들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주사파의 대부이자, 전향도 하지 않은 신영복을 문재인 대통령은 사상적으로 존경한다고 하지 않았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인성은 좋은 사람이지만 주사파에게 철저히 포위돼 있다.
A : 맞다. 부정했다. 대한민국은 독재국가요, 재벌과 기득권자를 위한 나라라고 봤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소련 공산당 붕괴는 나를 뿌리째 흔들었다. 번민했고 성찰했다. 그러면서 ‘지상에 유토피아는 없다, 대안은 무엇인가’를 탐구했다. 결국 난 사회주의 운동가에서 자유민주주의자로 전향했다.
Q :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일까. 이토록 이념을 강조하는 게, 특히 인기없는 우파성향을 드러내는 게 득표에는 유리할 것 같지 않다.
A : 나는 가치 지향적이다. 왜 순교자가 있는가. 죽음 앞에 누군들 잠시 눈을 질끈 감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결코 양보할 수 없기에 죽음의 길로 걸어간 거다. 나는 평생 비타협적인 삶을 살아왔다. 젊은 시절엔 전기고문ㆍ물고문 등 숱한 고문에 시달렸다. 60을 넘기고는 익명의 대중으로부터 때론 고문보다 더 치욕적인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누군들 욕을 먹고 싶겠나.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는 바로 자유민주주의자들이 그 가치를 명확히 하지 않은 탓이다. 회피하고, 유행에 흔들리고,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다. 심지어 이권에 취해 타락했으며 오만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자로 위장한 좌파에게 정권을 빼앗긴 거 아닌가. 이번 지방선거는 무너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성전(聖戰)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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