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해야 할 시설 100곳, 전업시킬 인력 3000명"

2018. 5. 13. 18:36C.E.O 경영 자료



[북한 비핵화③] "폐쇄해야 할 시설 100곳, 전업시킬 인력 3000명"


입력 : 2018.05.10 21:00 | 수정 : 2018.05.10 21:12

북한의 비핵화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불가능한 임무’로 불린다. 북한은 이미 다량의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핵 관련 인프라도 북한 전역에 촘촘히 퍼져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모든 시설을 폐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 핵시설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 관계자는 10일 “미로처럼 얽힌 지하 시설은 위성으로 찾아낼 수 없고 오로지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로 파악이 가능한데 이마저도 확보가 어렵고 또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군과 정보 당국 등이 현재 파악 중인 북한 핵·미사일 관련 시설 정보는 유동적이고, 또 2~3년 전의 구(舊) 버전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회의적인 전망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파악 중인 핵시설만이라도 모두 폐쇄한다면 북한 비핵화가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군과 정보 당국이 파악 중인 핵 관련 시설만 100여곳이 넘는다.

◇핵·미사일 시설 100곳, 연구인력 3000~1만명 모두 청산해야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은 15곳이지만, 한·미 정보 당국은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합해 최소 100여곳의 시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된 시설 대부분은 함경북도 영변에 집중돼 있다.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 시설), 우라늄 농축 시설, 핵연료봉 제조 시설 등이다. 영변 한 곳의 핵 관련 시설 건물만 390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알려진 시설이기 때문에 북한은 2008년 6월 이곳에서 ‘냉각탑 폭파쇼’를 했다.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일례로 북한에는 핵물질인 우라늄을 캐내는 광산만도 10여곳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에는 잘 알려진 북한의 우라늄 광산은 평안남도 순천 광산 정도다. 하지만 실제 광산 규모는 그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다.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2600만톤이고 그중에서 경제성이 있는 우라늄 채굴 가능량은 400만톤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북한의 핵시설은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에는 일반 연구소인 것처럼 꾸며놓은 ‘위장연구소’도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매체에 김정은이 연구소를 방문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 중 상당수가 핵·미사일과 관련됐지만 마치 일반 연구를 하는 것처럼 꾸며놓은 위장연구소”라고 했다. 이들 위장연구소를 없애야 북한의 ‘미래핵’을 막을 수 있다. 핵무기 제조에 숙련된 전문 인력들이 남아있다면, 북한은 자연 자원인 우라늄을 캐내 언제든 핵무기를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소에서 일하는 핵 전문인력은 적게는 3000명에서 많게는 1만명으로 추산된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들 핵 관련 전문가들을 재사회화해 완벽히 전업(轉業)시켜야만 진정한 비핵화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들이 청산되지 않으면 언제든 북한은 다시 핵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북한 측에 핵 전문인력을 모두 해외로 이주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미 확보한 핵물질의 양도 상당하다. 플루토늄 40~50㎏과 고농축 우라늄 600~70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은 이를 재료로 히로시마 원자폭탄(15킬로톤·1킬로톤은 TNT 1000t 위력) 수준의 핵무기 30~40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노동·스커드 등 핵을 실어나를 수 있는 미사일은 1000여발 수준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북한의 미사일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문제는 정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10% 정도의 정확도였다면, 지금은 80~90%는 명중하고 있다. 미사일 위협이 훨씬 커졌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최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하면서 태도가 바뀐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이곳은 수많은 핵시설 중 아주 일부일 뿐”이라며 “최소한 이미 알려진 핵시설은 모두 폐기해야 비핵화의 성의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란 핵미사일서 또 발견된 북한 흔적

이런 상황에서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해외 이전 증거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에도 또다시 북한 기술이 등장했다. 이란의 중·장거리 미사일 샤하브-3의 탄두 설계도가 공개됐는데 사실상 북한 노동미사일의 기술로 만들어졌음이 확인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중동이나 각종 분쟁지역에서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수출한 지는 이미 오래전”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었음은 미국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북한의 중동·아프리카 등지로의 핵기술 이전은 최근 강력한 제재로 주춤했지만, 언제든 재개될 위험이 있다는 게 미국 등의 판단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4월 TV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고“이란이 2015년 국제 핵 합의를 어기고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입수했다”며 CD 183장과 무게 500㎏ 분량의 문서 등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미북 회담 등에 빨리 나선 것은 국내 정치적 사정도 있겠지만, 고도화된 북한의 핵 능력을 ‘확산 억제’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꼈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주지 못하면 미국은 북한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극단적 군사옵션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0/20180510024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