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편안] 삼성생명·현대글로비스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607곳 3배로 증가

[공정거래법 개편안] 삼성생명·현대글로비스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607곳 3배로 증가

세종=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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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6 12:00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상장사 지분율도 비상장사와 같은 20%로 강화
규제 대상 계열사가 50% 이상 지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기업이 현행 231곳(올해 기준)에서 607곳으로 약 3배로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대기업 총수 일가 보유 상장사 계열사 지분’을 현행 30% 이상에서 비상장와 같은 20%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기업 계열사가 50% 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편입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 27개 계열사와 삼성웰스토리 등 규제 대상 계열사의 349개 자회사가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추가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부터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 기준 이상인 계열사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내부 거래를 감시해 왔으며, 부당한 내부 거래 적발시 총수 일가는 검찰 고발과 과징금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과징금 상한도 2배 상향 조정했다.

▲ 일러스트=조선일보

◇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상장사 총수 지분율’ 하향 조정(강화)...과징금 2배

공정위는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대기업 상장사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총 발행 주식의 20~30%인 27곳(올해 기준)은 신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삼성생명(20.82%), 이노션(29.99%), 현대글로비스(29.99%), SK디앤디(24%), GS건설(27.42%), 한화(26.89%), 신세계(28.05%), 신세계인터내셔날(22.22%), 이마트(28.05%), 한진칼(25.34%), LS(25.84%) 등이다.

그동안 이들 계열사는 총수 일가 지분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총수 일가 지분 30%이상) 미만으로 일부러 유지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다. 공정위가 지분율을 20%로 낮추면서 대거 규제 대상에 편입될 예정이다.

▲ 2018년 기준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율 20~30% 계열사 현황/출처=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면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에 대해 감시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부당한 내부 거래가 적발될 경우 총수 일가가 검찰 고발되거나 수십억원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도입 후 한진, 하이트진로, 효성, LS 등에 대해 총수 일가를 검찰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따라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총수 일가가 지분율을 20%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의 총수 일가가 삼성생명보험,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등의 지분을 시장에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두 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제재를 당하지 않게 계열사간 내부 거래 비중을 줄여야 한다.

공정위는 이번에 이들 계열사 뿐만 아니라 규제 범위 밖에 있던 자회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대해서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 보유 계열사의 자회사도 똑같이 내부 거래를 감시하기로 했다.

대상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공정위는 기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자회사에 새로 규제에 편입될 27개 계열사의 자회사까지 합치면 올해 기준 약 349곳으로 추정했다.

삼성은 삼우종합건축사무소·삼성웰스토리·서울레이크사이드·네추럴나인·제일패션리테일, 현대차는 서림환경기술·현대첨단소재, SK는 SK바이오텍·SK실트론·SK이엔에스·SK인포섹·SK이임업·SK플라즈마·SK해운, LG는 서브원·LGCNS·LG경영개발원·,LG스포츠, GS는 GS글로벌·GS리테일·GS스포츠·GS이앤알·GS에너지·GS이피에스 등이다.

◇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율 낮추거나 자회사 설립으로 규제 회피"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나선 건 실효성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지난 2014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도입 후 총수 일가 지분율 낮추기 또는 자회사 설립으로 규제망을 빠져나갔다고 보고 있다. 규제망을 벗어난 후 계열사간 부당한 내부 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의 경우 지난 2005년 회사 설립 당시 정몽구 회장(20%), 정의선 부회장(40%), 정성이 고문(40%)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였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총수 일가의 지분 일부 매각과 상장을 통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29.9%로 낮췄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을 30% 밑으로 낮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한 대기업 계열사 8곳은 내부 거래 비중이 지난해 평균 26.6%를 기록해 규제 대상 계열사(14.1%)의 2배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총수 일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한해 이뤄지자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자회사로 신설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다고 보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그 이득이 결국 총수 일가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비슷한 내부 거래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의 지분율 50%를 초과하는 자회사들의 내부 거래 규모는 12조8000억원, 내부 거래 비중은 평균 15.1%였다. 이들의 내부 거래 비중(15.1%)은 규제 대상 계열사(14.1%)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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