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사회 곳곳 퍼펙트 스톰 몰려와.. 한국당 중심 보수 네트워크 구축할 것"

2018. 10. 26. 19:17C.E.O 경영 자료



김병준 "사회 곳곳 퍼펙트 스톰 몰려와.. 한국당 중심 보수 네트워크 구축할 것"

김성환 입력 2018.10.26. 04:44 수정 2018.10.26. 10:47

                          
       

[인터뷰] 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전당대회에서 어떤 분이 당권을 쥐는데 당이 완전히 거꾸로 돌아가겠다 싶으면 그땐 비대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2월쯤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와 관련, 그간 비상대책위가 제시한 당의 노선과 기준은 물론 일반 국민과 당원들의 뜻에 어긋나는 인사들의 출마에 확실한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경제 문제 등에 있어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몰려 오고 있는데 이 정부는 분배정책 말고는 하는 게 없다”며 “이런 상황에 맞서기 위해 한국당이 보수 네트워크 상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정책적 비판을 고리로 본격적인 보수대통합 행보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또 최근 태극기부대 포용 얘기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통합의 지향점을 명확히 해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_지방선거 패배 이후 한국당이 도대체 어떤 쇄신 작업을 했는지 묻는 이들이 있다.

“사람 바꾸는 걸 쇄신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아주 작은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봐라.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성공했다고 했는데 당시에 내쳤던 이해찬은 지금 당의 대표로 복귀했다. 대단한 뭔가를 한 것처럼 떠들었지만 결국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메커니즘을 무시하면 그렇게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거기에 따른 정책 패키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당의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그 작업들을 지금까지 해 온 것이다.”

_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과 잇따라 접촉했는데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

“그 분들의 반응을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두를 한 그릇에 담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통적 정당 통합과 이합집산만을 얘기하는데 우리 정치가 더 이상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문제가 드러나는데 이것을 견제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는 데 이심전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네트워킹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 중심성을 한국당이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_네트워크 강화는 기존 정치권에선 새로운 문법으로 들린다.

“새로운 문법이 결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전대협(출신)들을 봐라. 이게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성을 민주당이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그런 부분이 약했다. 다만 중심성뿐 아니라 자율성까지 갖고 있어야 포획이 안 되는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이런 집단에 포획돼 있다는 게 문제다. 민주노총을 아예 건드릴 수 없는 것이 좋은 예다. 그래서 우리당이 미래 비전을 갖고 중심성을 확보하면서 자율성까지 확보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_네트워크 강화는 평소의 지론인가, 척박한 보수현실에서 비롯된 고육지책인가.

“세상은 점점 더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정당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한국당은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한국당은 사람을 뽑듯이 데려와서, 당 안에서 녹여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 온 참여연대 출신은 절대로 참여연대와 고리를 끊지 않는다. 참여연대 입장을 오히려 당내에서 대변한다. 우리는 그런 점이 부족했다.”

_네트워크도 좋지만 최근 태극기부대 포용에 대해선 논란이 크다. 보수 몰락의 결정적 책임이 있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가자는 얘기냐는 비판이 나온다.

“합당한 비판이라 보지만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설정하느냐의 문제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을 한국당에 다시 끌어오자는 얘기가 아니다. 태극기부대에 몸담고 계신 분들도 현 정부의 안보 문제는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전부 당원으로 끌어들이고 그쪽을 공천해서 중심세력으로 끌어들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 부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_태극기부대를 포용하면 박근혜 탄핵에 찬성해 탈당한 바른미래당과의 연대는 더 멀어지는 것 아닌가. 당장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바른미래당에선 ‘극우보수 잡탕밥’ ‘음식물 쓰레기 더미’라는 자극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게 잘못된 것이다. 비빔밥이니 쓰레기통이니 하는 게 다 한 그릇에 담자는 얘기 아니냐. 평양공동선언 군사부문 이행 합의를 위한 비준과 소득주도성장 비판과 같이 함께 갈 부분은 네트워크로 공유하자는 것이 내 취지다. (바른미래당과 통합과 관련해선) 당 대 당으로 소위 옛 문법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아직 논의가 거기까지 안 갔다.”

_보수대통합을 놓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경쟁하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결국 누가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냐의 문제다. 보수대통합이라는 가치에 대해선 손 대표와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중심성이 한국당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태극기 부대 지도자도,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만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가는데 우리가 힘을 합쳐야 되지 않겠나. 그 얘기부터 해서 최대한 넓게 할 것이다.”

_당 내부 문제로 시선을 돌려보자. 취임 100일 동안 최대 과제 중 하나로 당내 계파 갈등 완화를 꼽았다.

“성공이라 얘기할 순 없고 좀 약해졌다고 본다. 아직 바닥에 깔려 있는 것 같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사무총장 인사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계파갈등이 약해지면서 그 자리에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자리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_전원책 변호사 영입 후 당이 좀 소란스러워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긴 것인가.

“지금까지 전 변호사의 말씀은 정치평론가로서의 말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조직강화특위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됐다. 조강특위에서 1차적인 작업을 하면 비대위에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다. 그 결과를 두고 평가해 달라.”

_253개 당협위원장 전체의 일괄사퇴를 받았다. 어느 정도 물갈이를 예상하나.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1, 2명 교체하려고 전체에게 사퇴서를 받은 것은 아니다. 대규모 사퇴서를 수리해 놓고 아주 소수에 그치진 않을 것이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인적쇄신의 전부가 아니다. 일부다. 당권 경쟁에서든 공천 과정에서든 한국당의 인적쇄신은 다음 총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결국 마침표는 국민이 찍게 될 것이다.”

_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홍준표 전 대표가 정치활동을 재개했는데.

“그 분은 말하자면 평당원 아닌가. 그 분이 보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시겠다는데, 그게 바람직한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무슨 규정을 만들어서 제가 특별한 제한을 가할 수 없는 일이다.”

_일각에서는 홍 전 대표가 자기 페이스대로 정치를 하면서 현 비대위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전당대회가 열리는데 이 사람 저 사람이 마구 나와서 다시 한국당이 국민들 지지도 못 받고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으면 안 되는 노릇이다. 그 때는 제가 하고, 안 하고 싶은 문제가 아니라 위원장으로서 적절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_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가 취임 초기보다 상당히 세졌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등 경제분야에서부터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환율 등 모든 게 흔들린다. 그런데 이 정부는 분배정책 말고 하는 게 없다. 저는 이 정부의 혁신성장을 믿지 않는다. 산업구조를 바꾸고 R&D 투자하고 해야 하는데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집단에 포획돼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나 금융혁신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인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보수 커뮤니티에 있다는 사람들이 협력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_하지만 한국당도 결국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른 것 아닌가. 그것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생각인가.

“문재인 정부가 원래 좌파적 성향이 강했지만 특히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은 사납고 어리석고, 규제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관념이 들어 있는 것이다. 보수의 철학은 시장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는 것도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성공을 이룰 수 있고 이를 만들어 온 국민과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같이 경제적 불균형이 심한 나라에서는 최소한의 공정경쟁을 확보해줘야 하고, 시장 게임에서 진 사람에게 패자부활전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보수가 그간 이런 걸 놓쳐 왔다. 앞으로는 논리와 철학으로 싸워야 한다.”

_남북관계를 두고 무조건 반대만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 생각하는 평화로드맵은 무엇인가.

“기본 가정부터 좀 다르다. 김정은 정권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천사인양 얘기하지만 김정은도 정치인이고 권력자다. 자기 권력과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한다. 따져 봐야 할게 많다는 얘기다. 그럼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냐. 그것은 국방력과 동맹체제다. 이를 공고하게 하면서 대화와 타협, 협상이 필요한 것이다. 이게 양립됐을 때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인터뷰= 김영화 정치부장

정리=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