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지금 재정 여력은 충분하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세금이 잘 걷혀 세수가 호황이어서다. 실제 세수는 지난해 본예산 기준으로 목표보다 23조원 더 걷힌 데 이어 올해 역시 20조원 이상의 초과 세수가 예상된다.
'세수 호황 파티' 지속되겠나
문제는 과연 세수 호황이 지속되느냐다. 오히려 끝이 보인다. 당장 ‘간판 기업’들의 올 3분기 실적은 속속 ‘어닝 쇼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기업들이 버텨주고 있지만 불황에 대표 기업들마저 매출이 줄기 시작한 모양새다. 많은 기업이 초비상이다.
경제 지표들은 더 심각하다. 경제성장률부터 그렇다. 지난해 3.1%로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했지만 성장률은 최근 2분기 연속 0%대다. 경제부총리는 올 2.9% 목표치 달성은 이미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국은행은 3.0%였던 올 예상 성장률을 2.7%까지 낮췄다. 내년은 전망이 더 나쁘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선 2%대 중반까지 낮춰 잡고 있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격차도 급격히 줄었다. 경기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장기금리가 하락한 때문이다. 경기동행지수는 6개월째 내림세다. 기업 투자는 못 살아나고 경기체감지수 역시 기준치를 밑돈다.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만 역주행한다
미국 일본 등은 경제가 살아나 일자리가 남아도는데 한국은 불황에 빠져 일자리 부족에 허덕인다. 더구나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거꾸로 올려야 할 처지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너무 커져 어쩔 수 없다. 경제도 정책도 역주행이다. 어떤 나라도 시도한 적 없는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망에 갇혀 허망한 실험으로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황금기를 허송세월하고만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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