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물 `유전자지도` 만든다

2018. 11. 2. 21:59C.E.O 경영 자료



[단독] 지구생물 `유전자지도` 만든다

전세계 10개국 60여 명 과학자들 `지구 바이오지놈 프로젝트`

2003년 인간지놈 이은
`역대급` 과학 컨소시엄
예산 5WEF 등 후원
한국선 극지연구소 참여

150만종 모든 동식물
유전자지도 10년내 완성
바이오 연료·신약 개발
인류 생활에 혁명 예고

  • 원호섭 기자
  • 입력 : 2018.10.31 17:59:36   수정 : 2018.11.02 10: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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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유전자 지도를 만든다."

인간 외에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고등생물 유전체를 분석하려는 과학자들의 야심 찬 도전이 시작됐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중국 등 전 세계 10개국 과학자 60여 명으로 구성된 `지구 바이오지놈 프로젝트(EBP·Earth Biogenome Project)`가 11월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공식 출범을 알리고 본격적인 유전체 연구개발(R&D)에 착수한다.

10년간 예산 5조원이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2003년 종료된 인간지놈 프로젝트 이후 생물학,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가장 큰 과학 컨소시엄이 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EBP를 통해 생물의 유전자 가계도를 완성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유전자 자원을 찾을 계획이다. EBP를 이끄는 해리스 르윈 캘리포니아대(UC) 교수는 "EBP의 목표는 지구 생명체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작업"이라며 "EBP 결과물은 의료, 농업, 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지구상에 있는 150만종에 달하는 진핵생물(세포에 막으로 싸인 핵을 가진 생물) 유전체 분석을 10년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진핵생물은 핵을 갖고 있는 식물과 동물 등 모든 유기체를 의미한다. 개를 비롯해 코뿔소, 곰팡이, 벼룩 등 동물과 개나리, 진달래와 같은 식물이 진핵생물에 포함된다. 박테리아나 세균 등 단세포생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진핵생물 중 유전체 분석이 완료된 종은 현재까지 2500여 종으로 전체의 0.2%도 채 되지 않는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먼저 진핵생물의 `과(family)`에 속하는 9000여 종의 생물 유전체를 인간지놈 프로젝트 수준으로 정밀하게 분석한 뒤 마지막으로 모든 종의 대략적인 유전체 서열 정보를 분석할 방침이다.

과학자들이 진핵생물 유전체 분석에 나서는 이유는 생물 특성이 DNA라는 유전자에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을 비롯해 아마존에 살고 있는 독사, 인간의 발밑을 기어 다니는 개미 등 지구에 다양한 종이 나타날 수 있는 이유는 유전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생물이 갖고 있는 독특한 형질이 유전자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다양한 식물과 동물의 특정 유전자 기능을 알아내면 인간에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뱀독에서 `앤지오텐신 전환효소(ACE) 저해제`를 분리해 낸 뒤 이를 토대로 고혈압, 심장병 치료제 등을 만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밀과 쌀 등 식물 유전체 분석을 통해 수확을 늘릴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면 비료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생산량은 높은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박현 극지연구소 유전체사업단장은 "2003년 인간지놈 프로젝트가 완료된 뒤 시작된 유전체 혁명은 인간 의료뿐만 아니라 바이오기술, 환경과학, 재생에너지 등 산업 전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EBP의 결과물은 인간지놈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전체 연구는 많은 자원과 인력이 필요한 만큼 `빅사이언스`로 꼽힌다. EBP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이 150만종의 방대한 생물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EBP는 `1만 식물지놈 프로젝트` `세계 지놈 다양성 네트워크` `척추동물지놈 프로젝트` 등 기존에 구성된 컨소시엄과 공동연구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연구에 필요한 연구비 5조원은 EBP가 직접 펀딩을 받기도 하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과제를 모아 추진된다.

한국은 극지연과 국내 바이오벤처 디엔에이링크(DNAlink)가 남극생물과 국내 고유생물 유전체 분석을 맡아 EBP 참여국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경제포럼` 역시 EBP가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후원기관으로 참여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아마존 유역에 서식하는 생물의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지구 유전자 코드 뱅크`와 EBP의 협력 방안이 발표된 바 있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