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4. 18:28ㆍC.E.O 경영 자료
'경제 버팀목'이라는 수출도..반도체 빼면 짙은 '먹구름' [긴급진단, 한국 경제의 위기]
이주영 기자 입력 2018.11.14. 06:02 수정 2018.11.14. 07:24
[경향신문] ㆍ자동차 등 부진 속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의 5분의 1 차지
ㆍ그나마 선전하던 반도체 가격도 내년엔 큰 폭 하락 전망
ㆍ수출 의존도 큰 미·중의 무역갈등 심화에 불확실성 커져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게 수출이다. 하지만 수출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도체만 호황일 뿐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주력업종들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간 수입품 관세율이 올라가는 내년부터는 교역 위축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10월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6.4% 증가한 5053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출 신기록을 주도한 건 단연 반도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반도체 수출은 단일품목으로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달성하며 전체 수출액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석유화학, 일반기계 부문도 호실적을 나타냈다.
반면 13대 주력품목 중 자동차와 선박,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은 부진했다. 올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자동차 수출액은 314억6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선박류 수출은 156억9300만달러로 59.3% 줄었고, 무선통신기기 수출액도 142억3400만달러로 18.5% 감소했다.
문제는 올해 수출을 주도했던 반도체 호황을 내년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D램과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일각에선 ‘반도체 고점’론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최대 2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도 “D램 수요가 줄며 재고와 가격 압박이 커지고 있어 반도체 초호황이 끝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의 80% 정도가 반도체에서 나온 삼성전자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4분기에는 반도체 시황의 둔화 영향으로 실적이 전 분기보다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로선 반도체 이후를 끌고갈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수출의 양대 기둥으로 꼽혀온 자동차의 경우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전략적 실책 등으로 단기간 내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한때 떠오르는 스타였던 현대차가 빛을 잃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대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가격경쟁에서 밀려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부담요인이다. 특히 한국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에 달하며, 그중 80% 가까이가 중간재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가공해 최종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인데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릴 예정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수출은 0.3~0.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정상이 오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양국의 무역분쟁이 타협 국면으로 전환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까지는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건설기계 등의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그나마 2.6%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으나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반도체 가격이 내년 초쯤부터 정상 수준으로 하락하면 이것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캐치업(catch-up·따라잡기) 성장을 통해 한국이 선진국 문턱까진 왔지만 지금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있는 형국”이라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위기는 아니지만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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