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조 쏟아붓는 현대상선, 정상화 길 잃었다

2018. 11. 27. 03:59C.E.O 경영 자료

[단독] 6조 쏟아붓는 현대상선, 정상화 길 잃었다

                

벼랑에 선 한국 해운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길을 잃고 있다. 정부가 수술 집도의였던 한진해운은 지난해 2월 1조원가량이 부족해 파산했다. 이어 정부는  6조원대 ‘혈세’를 지원해 현대상선을 살리기로 했지만 그 정도 금액으론 경영 정상화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계속 돈을 들이붓든지 아니면 현대상선마저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초대형 선박 20척 사라’ 대출 지원
구조조정·정상화엔 큰 도움 안 돼
회계보고 “2022년까지 자본잠식”
“고강도 자구책 나온 뒤 지원해야”

26일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삼일회계법인의 현대상선 회계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악의 경우 2022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원이 없다면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이 회사는 이미 올해 3분기까지 14분기(3년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9월 작성한 현대상선 실사보고서는 산업은행이 2022년까지 6조706억원 규모 지원을 결정한 근거가 됐다. 실사 결과 현대상선은 2022년까지 최악의 경우 6조3723억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가 6조원대 자금을 지원하면 나머지 부족분은 스스로 돈을 벌어 극복하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번 실사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다 보니 현재 계획된 6조원보다 더 많은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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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화물주 네트워크와 해외 영업망, 영업 전략 등 전략적인 부분에 대한 검증은 추정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돈을 어디서 어떻게 벌어들일 것인가가 사실상 실사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총 47개 노선 중 16개가 적자인 현대상선의 영업력을 고려하면 실사 결과가 낙관적 전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해운 전문 분석기관들도 한국 정부의 현대상선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부산시가 씨인텔·드류리 등 글로벌 해운시장 분석기관에 의뢰한 자문 보고서를 입수한 결과 이들 기관은 “현대상선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 방안을 찾지 못하면 정부 지원에 기반한 대규모 선박 확충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 20척을 갖추도록 대출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쟁 해운사들도 초대형 선박을 확충하고 았어 현대상선의 대형 선박 확대 전략만으로는 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4월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 특성상 원양 국적 해운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해운업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 계획대로라면 현대상선의 정부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영균 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기업의 고강도 자구책이 나온 뒤 정부의 정상화를 위한 지원이 뒷받침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어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도년·김민중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단독] 6조 쏟아붓는 현대상선, 정상화 길 잃었다